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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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재희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구인회’에 가입하라는 선배 작가인 ‘염상섭’의 제의에 모임 장소에 온 ‘구보 박태원’. 그곳에서 그는 ‘이상 김해경’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염상섭은 뜻밖에도 구인회에 가입하려면 시험을 봐야한다며, 최근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풀어보라고 말한다. 구인회는 오래전부터 경무국 형사를 도와 범인을 여러 번 잡았다는 설명과 함께, 염상섭은 두 사람에게 그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창경원 미녀 변사 사건을 던져준다. 이상과 구보는 살해 현장으로 가보는데…….



  위에 적은 줄거리는, 책에 수록된 일곱 개의 단편 중 첫 번째인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의 도입부이다. 이후 이상과 구보는 팀을 이루어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 책에는 『류 다마치 자작과 심령사진』, 『간송 전형필의 의뢰』, 『여가수의 비밀』, 『그녀는 살아 있다』, 『나비 박사』 그리고 『이상의 데스마스크』가 실려 있다.



  책의 시대적인 배경은 독립운동, 일제의 탄압, 신문물의 도입 그리고 하와이로의 이주 등이 동시에 일어났던 1930년대이다. 그 때문에 처음 경무국으로 간 구보가 혹시 고문이라도 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장면도 있었고,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을 둔 여인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쩐지 나른하고 느긋한 분위기가 풍길 때도 있다. 가령 외국 작가나 유명인들의 행동과 말을 따라하면서 가면 파티를 즐기는 대학생들의 놀이 문화라든지 다방 ‘제비’에서 이상과 금홍이 벌이는 애정 행각 등등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여러 사람들, 특히 역사책에서 이름을 들었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김유정이나 염상섭 같은 구인회 회원인 여러 문인들을 비롯해서, 간송 전형필이나 석주명 박사 그리고 자전차 왕 엄복동 등이 출연한다. 물론 그분들의 후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지 않아야 하기에, 대개 의뢰인이나 자문으로 등장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건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남자 둘이 팀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뒤팽’을 거쳐 ‘셜록’ 시리즈에서 완성이 되었다. 이 책 역시 셜록의 영향을 받은 티가 물씬 풍겼다. 두 남자, 한 명은 천재적인 탐정이고 다른 한 명은 기록자이자 친구, 한 명은 독신이지만 다른 한 사람은 유부남. 이 책의 이상과 구보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만 빼면, 주연의 기본 설정은 똑같았다.



  하지만 시간적 공간적 정치적 상황이 다르기에, 이상과 구보 팀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녀는 살아 있다』에서 보여준 작가의 상상력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그런 매력은 『나비 박사』에서 약간 익숙하다는 느낌을 주더니, 『이상의 데스마스크』에서는 탄식과 함께 ‘굳이 이렇게 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반감되었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의 결말 부분은 라이헨바흐 폭포 한국화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 전까지 무척 좋았는데, 마지막에 이런 마무리라니……. 맛있는 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후식 때문에 입맛을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2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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