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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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2002

  작가 - 테드 창






  애인님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애인님의 ‘재미있다’와 나의 ‘재미있다’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이 단편집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내가 과학 분야로는 완전히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과학이 아닌 다른 분야도 학문 그 자체로 깊이 파고들면 하나도 모른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 실린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언어학이라든지 미학, 철학, 종교학, 수학 그리고 명명학 (命名學) 등등과 같은 여러 가지 분야와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에 성경, 그 중에서 구약에 있는 이야기들까지 연상시키고 있었으니, 읽으면서 ‘여긴 어디? 난 누구?’라고 중얼거리는 상황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빌론의 탑」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바벨 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바벨탑을 세우는 일에 참여했던 주인공을 통해, 인간과 우주 그리고 우주와 차원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우주의 모양에 대해 깨닫는 장면에서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대충 종이를 구부려보니 ‘헐!’하고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지금까지 인류가 행했던 우주여행은 다 삽질이 되는 걸까?



  「이해」는 인간의 뇌를 개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사람들은 뇌의 10%만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100% 사용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어떤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여기서는 거의 초능력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뇌손상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실험에 참여했다가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 정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우연히 자기보다 먼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능력자들 간의 배틀 물로 만들 수 있을 이야기였다.



  「영으로 나누면」은 한 천재적인 수학자 이야기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수학을 지지해온 바탕이 되는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고 자신을 지탱해줬다고 믿었던 가치가 흔들린다면, 단단하다고 믿었던 바닥이 사실은 모래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알아버린다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 Arrival, 2016’의 원작이라고 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이야기만 보면 상당히 슬펐다. 만약 자식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게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난 어떤 선택을 내릴까? 외계인과의 접촉도 신비로웠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는 무척 안타까웠다. 끝이 보이는 길이지만 그 과정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우니, 가도 되는 걸까?



  「일흔두 글자」는 현대판 아담들의 이야기 같았다. 구약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의 명을 받은 아담이 이 세상 모든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의 입에서 이름이 나왔을 때, 비로소 그 물질은 의미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걸 골렘 제작과 결합시켜서, 이름을 통해 그 물질의 능력과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과연 인간은 다른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권리가 있을까?



  「인류 과학의 진화」는 제일 짧은 분량인데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과학의 발달이 너무 빨라서 인류의 발달과 맞지 않게 되는 경우를 가정한 걸까?



  「지옥은 신의 부재」는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 천사 강림이라는 것이 핵물질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진짜 천사가 왔다가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누구는 병이 낫거나 죽고, 또 어떤 이는 없던 병이 생기기도 한다. 주인공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분노하고 절망하다가 결국 신의 뜻을 알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신을 사랑하고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을 믿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는 ‘칼리’라는 기계의 존재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 기록이다. 그 기계는 다른 사람들의 외모를 평균적으로 보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비슷하게 보게 하는 기계를 달고 살 것인지 아니면 그건 인간의 개성을 무시하는 것이니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 작가는 두 집단의 이야기를 나름 공평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쪽에 마음이 기울었는데, 읽다보니 반대편 이야기도 공감이 되었다. 이런 팔랑귀같으니라고!



  나중에 ‘컨택트’를 한 번 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잘 모르겠는 부분을 영상으로 적절하게 표현해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나중에 내가 좀 더 지식이 많이 쌓이면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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