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5 - 두 명의 왕비 조선왕조실톡 5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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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두 명의 왕비

  작가 - 무적핑크

  감수 - 이한






  어째서인지 이 시리즈 5권이 없다는 사실에 부랴부랴 주문을 했다. 어쩐지 6권을 읽는데 이상하더라니……. 이번 5권은 부제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인현왕후’와 ‘장희빈’이다. 요즘이야 그 모든 일이 ‘숙종’의 계략대로가 아닐까하는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예전에 숙종은 그야말로 유약하고 존재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인물이었다. 하여간 이번 책은 ‘인조’의 결혼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종 대에 일어난 ‘예송논쟁’을 거쳐, 두 왕비의 교체로 유명한 숙종 시대 그리고 뒤를 이은 ‘경종’까지 다루고 있다.




  표지를 보자, 풍선껌을 씹고 있는 예쁜 왕비와 선글라스를 낀 왕비가 대립하고 있다. 보자마자 누군지 짐작이 간다. 껌 씹는 왕비 옆에 서서 선글라스 낀 왕비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슬픈 표정의 어린 왕자는 아마 경종이 아닐까? 두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해야했던 그의 아픔이 느껴진다. 그리고 왕비에 안긴 왕은 누굴까? 책을 읽고 다시 보니, 아마 현종이 아닐까 싶다.



  전에는 예송논쟁이 왜 그리 문제가 되나 싶었다. 아무 것도 아닌 상복 입는 일에 왜 그리 자존심과 핏대를 내세우나 생각했는데, 헐 그게 아니었다. 이건 왕의 정통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아버지가 왕이라서 내가 왕이 되었는데, 아버지가 왕이 되는 것에 이의가 있는 상황. 막말로, 여기서 밀리면 왕인데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문제였다. 신하들 입장도 비슷하다. 내가 모시는 분의 정통성이 흔들린다면, 권력을 휘두르는데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왕을 흔들어놓아야, 그 밑에서 관료를 하는 반대파를 몰아내기 쉬운 입장 정도? 처음에는 그냥 두 관료의 대립이었는데, 동조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들이 몰리면서 범위가 확대되고 말았다. 이게 왕의 권력이 좀 강하면 억누른다거나 해보겠는데, 현종은 어렸고 병약했다.



  어떻게 수습이 되긴 했지만, 그 앙금은 계속 남아 나중에 숙종 대에 왕비가 교체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뒤끝 짱이다, 진짜. 사람의 원한은 진짜 무시무시하다. 왜냐하면 왕비가 바뀐다는 건, 왕비 한사람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그녀의 가문과 지지자들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숙종이 너무 유약해서 신하들의 입김에 부인을 갈아치운다는 식의 인식이 강했다. 드라마를 봐도, 숙종은 하는 거 없이 그냥 장희빈의 애교에 넘어가 헤벌레했다가, 나중에 인현왕후에게 ‘내가 사람을 못 알아봤다.’고 미안해하면서 한탄하는 게 다였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혹시 왕비 자리를 놓고 신하들을 견제하고 억눌렀던 게 아닐까하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숙종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흐음, 그러면 그는 인현왕후나 장희빈, 그 누구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아버지인 현종은 평생 후궁을 들이지 않고 왕비와 다정하게 살았다는데, 아들인 그는 그러지 않았다. 후궁도 많았고, 책에서 보면 바람둥이 같은 면모도 있었고 말이다. 흐음, 문득 이런 망상을 해보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하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내 여자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경종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냥 슬펐다. 사실 경종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생모인 장희빈이 사약을 받으면서 아들인 그에게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고자가 되었다는 얘기뿐이다. 솔직히 내가 경종의 입장이었다면, 저렇게 착하게 지내지 못했을 것 같다. 친어머니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친어머니가 새어머니를 죽였다고 비난받고, 아버지라는 작자는 외삼촌을 비롯해서 친어머니를 죽이라고 명하고, 신하들은 예전 연산군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쑥덕거리며 동생을 왕위에 올리자고 음모를 꾸미고, 그 와중에 고자라는 의심까지 받고……. 비뚤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진짜.



  아, 물론 책은 왕실의 얘기만 다루는 건 아니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든지 궁녀들의 일상, 조선 시대의 제사 풍습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홍동백서라든지 남자만 제사를 지낸다는 조항이 사실 조선시대에는 없었다는 게 놀라웠다. 아, 조선의 유교 때문에 어쩌구하면서 욕했던 게 죄송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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