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그라운드
스콧 워커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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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Frozen Ground, 2013

  감독 - 스콧 워커

  출연 - 니콜라스 케이지, 존 쿠색, 바네사 허진스, 딘 노리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미국 알래스카에 한 미친놈이 있었다. 모범적인 가장이자 건실한 개인 사업자였고 지역 사회에서 후원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여자들을 납치감금고문하는 것도 모자라, 알래스카 숲에 그녀들을 내몰고 사냥을 한 것이다. 감금과 납치로 허약해지고 공포에 질려 이성이 마비된 여자들은 그에게 좋은 사냥감이었다. 운 좋게 죽기 직전에 탈출한 한 매춘부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점을 가진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는 잡혔고, 17명을 살해한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영화는 그 미친놈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이미 결론을 알기에,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한 미친놈이 어떤 미친 짓을 했는지 봐주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많이 빗나갔다. 영화는 미친놈의 미친 행각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대신 살아남은 여자가 어떻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했는지, 사건 당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경찰과 그 놈의 심리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는 신디라는 매춘부가 납치당할 뻔 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범인으로 지목한 남자가 누구인지 안 경찰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중 몇 년간에 걸쳐 알래스카에서 여자들이 실종되고, 그 중 몇몇이 숲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베테랑 형사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사건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행방을 감춘 신디를 찾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범인으로 지목한 존 쿠삭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초반에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신디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낄낄대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창녀를 어떻게 강간할 수 있겠어?” 이후 경찰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계속 저런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는 그녀인데, 마치 죄인을 취조하듯이 대한다. 어쩌면 그들의 눈에는 신디가 자신들의 좋은 친구인 한센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나쁜 년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눈으로 보이는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을 그런 식으로 다루어야 했을까? 그녀가 매춘부가 아니라 일반 여성이었어도 그랬을까?

 


  지난 토요일에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1960년대부터 정부가 후원하고 관리했던, 미군을 위한 윤락 사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외화벌이를 해오는 애국자라고 추켜세우고, 직업소개소를 찾아온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면서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자기가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였다고 담당자들은 말하지만, 프로그램에서는 그게 불가능했음을 보여줬다. 그들에게 성매매를 하는 여자들은 오직 미군의 쾌락을 위해 존재하는 외화벌이 수단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미군과 성매매를 하다가 그 어떤 가혹한 짓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어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여자는 또 구해오면 그만이었다. 성을 파는 그녀들은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 심지어 국가에서도 인간 취급도 받지 못했다.

 


  프로그램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가장 낮은 곳의 인권이 가장 보편적인 인권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억울한 얘기를 듣고 풀어줄 수 있는 사회라면, 그보다 좀 더 평범한 곳에서 들려오는 억울한 사연들을 더 잘 듣고 해결해줄 수 있다.”

 


  그 프로그램과 이 영화는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만약에 모든 형사들이 신디가 매춘부라는 사실 때문에 그녀의 말을 거짓말로 치부했다면, 한센은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더 많은 여자들이 납치강간감금고문 후에 살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매춘부가 아닌 피해자로 본 형사가 있었기에 사건을 해결될 수 있었다. 매춘부가 아니라 피해자로 보는 것. 그것은 그녀들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만약 누군가 매춘부들이 한두 명 실종되고 시체로 발견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면, 17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직업이 무엇이건, 성별이 무엇이건, 성적 취향이나 종교가 어떻던,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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