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단 코엔 외 감독, 조쉬 브롤린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No Country for Old Men, 2007

  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우디 해럴슨

 

 

 




 

 다 보고 나서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이걸 스릴러로 봐야할까 말아야 할까. 지금까지 본 영화들은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과 두근거림 속에서 위기에 처한 인물이 나오면 '어떡해'를 연발하고,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상황에서 빠져나오거나 액션을 보여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작품 역시 돈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한 남자와 그를 쫓는 해결사처럼 보이지만 살인마, 그리고 둘을 찾는 보안관 세 사람의 추격전을 보여주고 있다. 살인마가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죽이지 않을까 긴장하고, 총격 장면은 피가 철철 흐르며 공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스릴러라고 봐도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스릴러의 요소를 갖추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스릴러 영화는 처음이었다.

 


  문득 예전에 봤던 코엔 형제의 '파고 Fargo, 1996'가 떠올랐다. 아마 이 형제 감독의 영화는 그게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래, 그 작품도 범죄 소재이지만 호흡이 느렸다. 물론 이 영화가 더 느린 것 같다. 느림의 미학을 하는 감독인 걸까?

 


  우연히 텍사스 황무지에서 사냥을 하던 중 총격 현장을 지나게 된 모스. 거기서 그는 엄청난 양의 마약과 돈 가방을 발견한다. 갈등 끝에 돈 가방을 들고 가지만, 그 대가로 그는 살인청부업자 쉬거의 추격을 받게 된다. 부인을 대피시키고 가방을 들고 길을 떠나는 모스와 사람 죽이는 일에 전혀 망설임이 없는 냉정한 살인마 쉬거. 상황은 당연히 모스에게 불리하다. 뒤늦게 사건 현장을 발견하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보안관 벨. 그는 모스를 보호하고 쉬거를 잡기 위해 애쓴다.

 


  영화는 특이한 점이 몇 개 있었는데, 우선 진행 방식이다. 세 사람이 각각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모스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어서 그를 따라가는 쉬거의 이야기, 그리고 둘의 흔적을 쫓는 벨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 사람이 한 장면에 모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알지만 직접적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 전화 통화만 했거나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을 뿐, 직접 얼굴 대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배경 음악이 없다. 등장인물이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틀어놓지 않은 이상, 영화의 배경에는 오직 자연적인 소리만 존재한다. 텍사스 황야의 바람 소리, 카우보이들의 구두 소리, 탄피 떨어지는 소리, 장전하는 소리 그리고 물소리만이 들린다. 그래서 더 쓸쓸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특이한 부분은 결말이었다. '응? 이게 끝이야? 설마?'하는 생각이 드는 마지막이었다. 어쩌면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살고, 내가 없어도 세상은 흘러간다는 인생무상의 묘미를 드러내는 마무리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과응보라든지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드러내는 영화만 보던 나에게, 이 작품은 꽤나 허무하고 믿기지 않는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쉬거'였다. 그야말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다. 기발한 방법으로 살인하는 캐릭터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진짜 특이했다. 사실 그의 압도적인 위용 때문에 다른 두 인물인 모스와 벨이 살짝 밀리는 기분도 들었다. 사실 모스의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쉬거의 단발머리와 산소통만 뇌리에 남을 뿐. 동전의 앞뒤로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그의 살인행위는 조금 충격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살인과 죽음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 모양이다.

 


  갑작스런 행운에는 지불해야하는 대가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 이벤트에 당첨되면 제세공과금을 떼어가고, 누군가 잘 되면 주변에서 한턱내라고 하니까. 어떤 행운은 목숨을 걸어야 하나보다.

 


  아직도 제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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