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 - 렌티큘러 없음
라이언 존슨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UEK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Looper, 2012

  감독 - 라이언 존슨

  출연 - 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폴 다노

 

 

 

 

  

 

  배경은 2044년. 그 시대에는 '루퍼'라는 직업이 있다. 미래에서 시간여행 장치를 통해 조직이 죽이고 싶은 인물을 보내면 처리해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2074년도에는 시체 처리라든가 시간 여행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루퍼들은 미래에서 타깃이 된 사람과 함께 보내온 은괴를 보수로 받아 챙긴다. 주인공 '존'도 그러한 일을 하는 루퍼 중의 한 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타깃은 뜻밖에도 '존'을 공격하고 도망친다. 놀랍게도 그 남자는 바로 '미래의 존'이었다. '미래의 존'은 2074년도에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을 죽인, 조직의 새로운 보스 '레인메이커'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로 온 것이다.

 


  '현재의 존'은 조직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래의 자신을 추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그를 죽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미래의 존'은 새로운 보스가 될, 아직은 어린 꼬마를 죽이기 위해 찾아 나선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다. 과연 '현재의 존'과 '미래의 존' 중 누가 먼저 미래의 레인메이커를 찾고 목적을 이룰 것인가?

 


  시간적 배경은 2044년, 앞으로 30년 정도 남은 미래인데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왜 오토바이가 하늘을 떠다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그 이외에는 현재와 별로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2044년이건, 2074년이건, 영화가 만들어진 2012년이건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이라든지 주거형태와 도시 경관 등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금과 은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역시 금을 모아야겠……지만 나 같은 가난뱅이가 무슨……. 아, 눈에서 물이 떨어지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말살된 인간애의 회복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또한 엄청난 CG로 뒤범벅이 된 영상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모험을 즐기는 주인공도 나오지 않았다.


 

  작품은 내가 나를 죽여야 하는 다소 황당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과거의 내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고, 또한 그 때문에 미래의 내가 있는 법이다. 즉,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바꾸면 미래의 내가 바뀌니 현재에 충실히 살라는 말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것까지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래의 존'이 미래에 보스가 될 아이를 공격하는 바람에, 소년은 엄마를 잃고 부상을 당했다. 증오를 품고 성장한 소년은 보스 '레인메이커'가 되어 세상에 있는 루퍼들의 씨를 말리기로 다짐한다. 그 와중에 존의 부인까지 살해당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존은 과거로 돌아와 소년을 죽이려고 한다. 그 때문에 소년은 엄마를 잃고 증오를 품고 자라나…….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만약에 '미래의 존'이 소년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소년이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면, 과연 그는 커서 미래의 그 무시무시한 보스가 될까?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면 그는 엄마의 존재와는 별개로 보스가 될 것이다. 반대로 미래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엄마의 존재 유무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두 존은 이 문제를 가지고 대립한다. 모든 것은 일어날 일이니 소년을 죽여야 한다는 입장과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두고 봐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나이 든 브루스 윌리스는 거침없이 화려한 액션 장면을 연속해서 보여주고, 젊은 조셉 고든 래빗은 고뇌에 빠져있는 모습이 많았다. 젊으면 철없이 앞으로 나가기만 하고 나이 들면 차분하게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내 편견을 가뿐하게 깬 작품이었다.

 


  미래의 존이 현재의 존에게 '네 미래의 삶을 찾아주려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아들(또는 딸) 이건 다 너의 행복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라고 항변하는 부모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식의 삶에 관여하고 좌우하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 표면적인 이유는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이 작품에서도 현재의 존에게 행복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라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미래의 존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존은 그녀를 만나보지도 못했으니까. 그녀를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미래의 존뿐이다.

 


  영화의 결말은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예상 가능하다.

 

 

  아! 이 작품은 의외로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특히 두 장면이 압권이었다. 두 존이 식당에서 마주보고 앉아 나누는 대화가 참 살벌한데 웃겼다. 현재의 존이 미래의 자신에게 넌 이미 살만큼 살았고 난 앞길이 창창하니 죽어달라고 말하는데 그냥 웃겼다. 아, 이건 뭐지? 이게 그 유명한 유체 이탈 화법인가? 아니면 자신의 객관화? 그리고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현재의 존에게 현재의 보스가 미래에는 중국이 뜰 거라고 말하는 부분도 웃겼다. 지금도 대세라느니 조만간 뜰 거라는 말을 듣는 중국인데, 30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뜨지도 못한 건가?

 


  그리고 아쉬운 부분은 조셉 고든 래빗이 브루스 윌리스로 늙어가야 하기 때문에 분장을 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많이 어색했다. 나중에는 그냥 익숙해져서 봤지만, 처음에는 몰입을 방해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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