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 일반판 (2disc)
김병우 감독, 이경영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영제 - The Terror Live, 2013

  감독 - 김병우

  출연 -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이다윗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하정우’는 전화로 청취자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주제와 다른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자 전화를 끊으려는데, 갑자기 그의 태도가 돌변한다. 그리고 전화를 계속 연결시키지 않으면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전화를 끊는데, 그 순간 한강 다리에서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테러범의 요구는 예전에 있었던 근로자들의 사고에 대해 적합한 보상을 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하라는 것이었다. 시간 내에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기울어지는 다리 위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그는 협박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텔레비전 뉴스에서 라디오로 쫓겨난 하정우는 천재일우의 기회라 생각하고, 폭탄테러범과의 전화 내용을 독점으로 생중계하기로 한다. 그 대가로 다시 텔레비전 뉴스를 맡기로 보도국장과 거래를 한다. 하지만 다리 위에 남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전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정우는 사건은 단순한 특종이 아니게 되는데…….

 

 

  영화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시작한 지 5분 만에 테러범의 협박 전화가 오고 폭탄이 터진다. 하정우의 머리도 빨리 돌아가고, 정부의 대응도 신속하고, 타 방송국의 취재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 뿐일까? 경찰에서 전화 내용을 바탕으로 범인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금방이었다. 그래서 꼼꼼히 살펴보면 허술한 점도 있었다. 왜 그런지 쓰다가 아차 싶어서 지웠다. 그걸 다 밝히면 범인이 누군지 금방 알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눈치 챌 수 있긴 하다. 속도의 함정에 빠지지만 않으면 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배신하는 사람과 배신당하는 사람. 권력을 가진 자들은 배신을 하는 부류였고,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배신을 당하는 입장이었다. 영화에서는 그런 대립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하정우가 어떻게 되건 상관하지 않고 떠나가는 방송국 책임자나, 무조건 사살하라고 외치는 정부 관계자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그런 확실함이 너무 뜬금없어서, 도리어 어리둥절해졌다. 시청률이 자기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렇게 갑자기 손을 뗄 수가 있는 건가? 그러다 갑자기 하락하거나 엉망이 되면 어떡하라고? 그리고 방송에 나왔던 경찰관계자는 뭐지? 협상의 기초도 모르는 고위 간부라니……. 상황의 극대화를 위해 과장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 때문에 갑자기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 느낌이었다. 그 전까지 존재했던 현장감이나 현실감이 팍 사라졌다는 걸 감독은 알까?

 

 

  믿었던 도끼가 발등을 찍었으니, 배신당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상처를 치료해야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택한 것은 폭력이었다. 말로 할 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으니, 최후의 방법으로 고른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그들의 선택은 너무도 순진하고 멍청했다. 이왕 폭탄을 터트리려면 자신이 상대하려고 하는 대상과 관련이 있는 곳을 택해야했다. 그들과 아무 관련 없는, 자신과 비슷하게 가진 게 없이 배신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역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과 비슷한 사고방식과 감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자신이 망설이고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상대방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배신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데, 그들은 상대를 몰랐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애인님과 영화에 나오는 방송국 건물과 비슷한 것이 여의도 국회 의사당 근처에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과연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정도 높이 되는 건물의 건설이 허가될 리가…….

 

 

  몇몇 부분이 좀 허술하긴 했지만, 빠른 속도감 때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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