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라기 미키짱 - HD 리마스터링
사토 유이치 감독, 오구리 슌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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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キサラギ, Kisaragi, 2007

  감독 - 사토 유이치

  출연 - 오구리 슌, 유스케 산타마리아, 코이데 케이스케, 츠카지 무가, 카가와 테루유키

 

 

 

  갑작스럽게 자살한 ‘키사라기 미키’라는 아이돌의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다섯 명의 남자가 모인다. ‘오다 유지’, ‘야스오’, ‘스네이크’, ‘딸기소녀’, 그리고 ‘이에모토’. 실명인 자도 있고 닉네임인 사람도 있다. 이들은 미키짱의 열성팬으로 각자 모은 수집품을 자랑하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불쑥 이런 말을 내뱉는다. “그녀가 진짜 자살한 걸까?” 이때부터 다섯 명의 남자들은 미키의 평소 모습과 마지막 날의 행적을 되짚어보며, 그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로 하는데…….

 

  장소는 추모회가 열리는 방. 물론 회상 장면에서 간혹 다른 곳이 나오기도 한다.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다섯 명. 맨 나중에 튀어나와서 한 마디 하는 노인과 회상 장면에 나오는 미키짱은 제외하겠다. 한정된 공간에서 남자 다섯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인 영화였는데, 재미있었다. 다섯 남자의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대사와 행동, 교묘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흐름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게 하지 않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은 것은 1주기 추모회를 주최한 이에모토다. 그는 미키의 거의 모든 앨범과 사진 그리고 친필 편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평범한 말단 경찰이다. 다른 네 명이 개인적으로 미키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펑펑 우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다.

 

  오다 유지는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미키는 자살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모두들 동의하면서 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다 유지가 누군가가 의심스럽다고 지목하면, 그 사람이 해명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그 사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다시 그 사람이 비밀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걸핏하면 화장실로 향하는 야스오는 극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을 맡았다. 한바탕 난리가 난 뒤에야 화장실에서 나와, ‘무슨 일이 생겼나요?’라고 물으며 과열된 방의 온도를 낮춘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사실이 밝혀졌는지 정리를 해주면, 또 다시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을 가버린다. 스네이크는 줏대 없이 아무나 범인이라고 난리치는 성격이다. 껄렁대고 다소 경박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다. 딸기소녀는 정체가 놀라웠다. 그건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단순히 스토커이자 몰래 방에 숨어들어가는 사생 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국 다섯 남자는 모든 사실을 종합해 미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각자 조금씩의 죄책감과 미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남기고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 줄 알았다. 1년 후, 미키의 2주기 추모회에 나타난 노인만 없었다면 말이다. 노인은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범인을 알아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이 난다. 노인이 어떤 얘기를 풀어놓는지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말이다! 그렇다고 2편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다섯 남자의 이야기는 깔끔하게 맺어졌는데, 할아버지의 등장은 그야말로 궁금궁금 그 자체다. 2편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니, 2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아주 그냥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죽이려고 작정을 했다.

 

  그것만 빼면 작품은 훌륭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섯 명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었고, 누구 하나 튀지 않게 조화를 이루었다. 거기에 아무 연관이 없어보였던 작은 사실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오~’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섯 명이 미키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은 진짜 대단했다. 분위기가 너무 칙칙하거나 진지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적당하게 오버해가면서 개그 장면을 넣은 구성도 괜찮았다. 게다가 마지막에 다섯 명이 미키의 직캠 영상을 보면서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장면은 너무 귀여웠다. 아저씨들이 저렇게 귀엽다니!

 

  아이돌과 팬에 대해 생각해보는 (강요된) 훈훈함도 있었다. 너무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게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그 어느 곳에 있든지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올바른 팬의 자세가 아닐까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키짱……. 그녀의 공연 영상을 보니 왜 뜨지 못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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