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 일반판 (2disc) - 초특가판
박용우 외, 김대승 / 시네마서비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영제 - Blood Rain , 2005

  감독 - 김대승

  출연 - 차승원, 박용우, 지성, 윤세아

 

 

 

 

 

 

  19세기 후반, 종이를 만들어서 조정에 납품도 하고 외국과의 교역으로 부를 누리는 섬 동화도. 조정에 바칠 종이가 실린 수송선에 불이 나는 사고가 일어나고, 나라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관리를 보낸다. 바로 차승원이었다. 그런데 섬에 도착한 일행을 기다리는 것은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시체였다. 이후 매일 한 명씩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들이 죽은 방식은 순서대로 효시(참수 후 시신을 공개하는 것), 육장(끓는 물이 집어넣는 것), 도모지(몸을 묶고 얼굴에 물 묻힌 종이를 여러 겹 바르는 것), 석형(돌로 쳐 죽이는 것) 그리고 거열(팔다리를 말이나 소에 묶어 절단하는 것)로, 다섯 가지의 극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사건을 수사하던 차승원은 이 모든 범행 수법이 7년 전 천주교도로 몰려 몰살당한 강 객주 일가가 당했던 형벌과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살해당한 사람들도 그 일가와 관련된 자들이었다는 것도 알아낸다. 하지만 섬 주민들은 입을 딱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뭔가를 무서워하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숨기는 것이 있는 눈치다. 도대체 7년 전 강 객주의 죽음과 지금 벌어지는 사건들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설마 누군가 강 객주 일가의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을 파헤칠수록 차승원의 목숨도 위협을 받는데…….

 

  영화를 보면서 ‘우와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비록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복잡하기만 했던 모든 떡밥들이 적절히 회수가 되었고, 인물들의 성격이 대체적으로 잘 드러나 있었다. 또한 스릴러 장르답게 긴장감도 적당하게 유지시켰고, 밀고 당기는 것도 괜찮았다. 잔혹한 장면이 중간 중간 들어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섯 가지 형벌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으……. 내가 당하는 입장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보면 진짜 오싹하고 소름끼쳤다.

 

  영화는 거의 모든 것이 적절했다. 왜 그런 잔인한 수법으로 사람을 죽여야 했는지도 개연성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떡밥을 깔아놓고 회수하는 것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다 패를 내놓는 듯했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중후반까지 꽁꽁 숨겨놓으면서 풀어내는 것이 꽤 멋졌다. 물론 그 정보가 나오기 전에 혹시 이 사람이 범인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버렸지만, 그래도 흐름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중간에 이야기가 끊기는 것 같은 느낌만 없었다면, 무척이나 좋았을 것이다. 아, 이런 괜찮은 영화를 왜 이제야 보았는지…….

 

  작품은 19세기 초반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중앙의 권력 다툼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천주교의 전래가 만들어낸 가치관의 혼란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재산을 갖게 된 사람들의 욕심과 군중 심리에 대해 잘 말하고 있다. 강 객주 일가의 죽음은 권력욕과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더 나은 생활을 주기 위해 애썼건만,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사람들은 모른 척했다. 더 나아가 벼랑 끝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아, 그래서 조상님들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 걸까?

 

  탐욕에 눈이 멀고, 공포에 귀가 막힌 사람들은 이성마저 마비된다. 그래서 군중 심리로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혈우마저 내리자, 사람들은 이성을 잃어버린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조금은 느릿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가던 공포심이 어떻게 돌변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보면서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면서 잔인하고, 또 그만큼 바보 같을 정도로 어수룩한 걸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 사람도 인간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권력을 떠날 수 없는 그런 인간.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헌신하는 영웅은 그곳에 없었다. 단지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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