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원제 - Mortality (2012년)

  저자 - 크리스토퍼 히친스

 

 

 

 

  저자는 무신론으로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베스트셀러 중에는 ‘신은 위대하지 않다 God is Not Great, 2007’라는 책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말기 식도암 판정을 받았다. 그것도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말이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그는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분노하다가 결국에는 종교에 귀의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도 비슷한 길을 걸었을까? 아니면 끝까지 신은 없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그에 걸맞은 죽음을 준비했을까?

 

  무신론은 신이 없다고 믿는, 그러니까 천국이나 지옥, 환생, 윤회 등등을 믿지 않는다는 뜻으로 봐도 되는 걸까?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옥에 가면 어떡하지라고 죽은 뒤를 상상하는 것도 무섭지만, 그냥 그것으로 끝이라는 상상도 무척이나 두렵고 오싹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지막에는 종교에 귀의하나보다. 천국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암 말기라는 판정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수용하고 치료에 전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한다. 이 책은 그 와중에 겪고 느낀 것을 적은 것이다.

 

  책의 분위기는 저자가 그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냐에 따라 유쾌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기도 하며 우울하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몸을 잠식하고 있는 암세포를 외계인이라고 부르면서 극복하고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듯, 항암치료 과정에 일어나는 변화를 긍정적이면서 약간은 비틀어서 표현한다. 마치 ‘암아, 네가 아무리 날 괴롭혀도 난 널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라는 심정으로 고통을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픔이나 불안함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어쩌면 결국 모든 인간은 죽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글은 점점 짧아진다. 아마 예전처럼 길게 메모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나 보다. 게다가 식도암이니 말로 전할 수도 없을 테고. 저자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후 일 년 만에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짧은 몇 줄에서도 그가 얼마나 암과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다, 그의 표현을 빌면 ‘나는 암과 싸우고 있지 않다. 암이 나와 싸우고 있다.’가 맞을 것이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교를 믿으며, 죽은 뒤의 자신이 믿는 신의 품에 갈 것이라 믿으며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요즘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저자의 죽기 직전까지 남긴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하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저자가 두려워했던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질병의 영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는 능력 그리고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던 것 같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듯이, 저자는 이미 없지만 그의 저서는 남아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