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ue, Mai & Sawa: Righting the Girl Ship , 2012

  감독 - 미노리카와 오사무

  출연 - 시바사키 코우, 마키 요코, 테라지마 시노부, 소메타니 쇼타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으로 먼저 접한 영화이다. 이 작가의 시리즈를 거의 다 갖고 있는 애인님의 말을 빌면, 다른 작품들도 섞여있다고 한다. 하긴 수짱이나 마이짱은 만화책에서 보았지만, 사와코상은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다른 작품에서 나온다고 한다.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수짱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연애와는 인연이 없는 30대 여성이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일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려고 한다. 만화에서는 평범하고 흔한 외모였는데, 영화에서는 제일 예쁘다.

 

  그리고 마이짱은 수짱과 동갑으로 회사 동료와 불륜중이다. 만화에서 불륜이라는 설정 때문에 나한테 미움을 좀 받았다. 직장에서 온갖 일을 떠맡기는 다른 동료들 때문에 스트레스, 여자라서 거래 기업에서 받는 온갖 오지랖에 스트레스 그리고 불륜이라는 연애에 스트레스. 그야말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만화에서는 제일 예쁘다는 인상이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냥 그랬다.

 

  마지막으로 사와코상. 40을 바라보는 30대 후반의 프리랜서. 병석에 누운 할머니와 혼자인 어머니와 살고 있다. 집안일과 프리랜서 일을 병행하면서 힘들어하고 있다.

 

  이 세 여성의 일상을 통해서 독신으로 살아가는 삶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불확실하고 길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 뭐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주변에 스트레스만 받는 현재의 우울함, 분노, 슬픔, 충동, 질투 그리고 그 와중에 느끼는 소소한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까지. 어떻게 보면 전쟁 같은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책과 달리 마이짱의 심경변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만화에 비교하면 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수짱이 속으로만 좋아하던 매니저와의 관계이다. 책에서는 그와 아무런 접점도 없이, 수짱 혼자 좋아하다가 끝이 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음, 좀 더 극적인 장면을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원작에는 없던 설정을 넣었다. 그 때문에 그 매니저는 천하의 죽일 놈이 되어버렸다.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다니! 그리고 결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약혼녀와 수짱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약혼녀가 불여시같은 성격이라 정리를 했지만, 덕분에 수짱만 남의 남자에 꼬리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

 

  왜 그를 그렇게 무능력하고 우유부단하며 충동적인 성격으로 만들었는지 의아했다. 흐음, 결혼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위해? 하지만 그는 주인공이 아닌데……. 아니면 수짱의 어른스러운 면을 돋보이기 위해? 그걸 위해 그를 천하의 죽일 놈으로 만들었다면 좀 실망스럽다. 그런 설정이 없어도 그녀는 충분히 독립적인 여성인데 말이다. 만화에서는 연애 경험이 별로 없는 여성이 친절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혼자 삽질하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었었는데, 영화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게 만들어뒀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런 일이 흔한 걸까?

 

  나에게는 영화보다는 만화가 더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상상했던 것들이 배우의 연기로 제한되어서인지 몰라도, 어딘지 모르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애인님이 갖고 있는 시리즈를 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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