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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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임이슬

 

 

 

 

  조선 광해군 때 UFO와 비슷한 것이 나타났었다는 기록을 처음 접한 것은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라는 책에서였다. 그 전까지는 서양에만 UFO가 나타난 줄 알았는데, 조선 시대에도 나왔었다니 놀랍고 신기했었다. 이후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만화도 등장했고, 얼마 전에는 드라마로도 나왔다. 이 책 역시, 그 사건을 기본 설정으로 하여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덧붙이고 연쇄 살인까지 양념으로 가미했다.

 

  임해군과 관련이 있다는 죄목으로 강원도 양양으로 귀양을 온 정 휘지는 눈 내리는 겨울 산에서 선녀, 아니 한 여인을 만난다. 우주선 고장으로 원래 도착하려고 했던 미래의 지구가 아닌, 과거의 지구로 오게 된 유리아 미르. 하늘에서 이상한 것을 타고 내려온 그녀가 휘지의 눈에 선녀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주선을 고칠 때까지 휘지의 집에 머무르게 된 미르는 점차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 휘지 역시 그녀에게 끌리지만, 어차피 그녀는 돌아가야 할 사람이고 자신은 귀양 온 처지이기에 애써 그 마음을 억누르려 애쓴다.

 

  이런 두 남녀를 중심으로, 휘지를 짝사랑하는 안동부사의 딸 수연, 휘지와 우정을 나누는 그녀의 오빠인 수하, 새로 향교에 부임하여 미르를 마음에 둔 도명, 그리고 예전부터 수연을 좋아한 문혁까지 여러 청춘남녀가 등장하여 얽히고설킨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있지만 확신이 없어 사소한 것에 오해하고 싸우다가 결국 사랑을 확인하는 두 주인공, 그들을 애끓는 마음으로 바라만 보거나 용기를 내 고백하지만 결국 차이고 마는 비련의 조연이나 두 사람을 끝까지 괴롭히는 조연까지,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인물 구성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있었다.

 

  거기에 조선 시대의 풍습이나 절기마다 있는 행사들이 적절하게 가미되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어휘 역시 가능하면 현대적인 것보다는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들로 이루어져있었다. 물론 ‘아빠 미소’라든지 ‘찌질하다’같은 단어들이 중간에 있는 경우가 있지만, 자주 등장하는 게 아니라 한두 번 정도여서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술술 쉽게 읽혔고, UFO가 나오는 장면도 그리 억지스럽지 않았다. 연쇄 살인과 반란의 연결이 자연스러웠고, 결말까지 가는 과정 역시 어디 하나 튀지 않았다. 꽤 재미있고 잘 짜인 구성이었다. 작년 말에 읽었던 네오픽션에서 나온 다른 로맨스 소설과 비교해보면, 이 책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여주인공인 미르의 갑작스런 변화였다. 처음 휘지를 만났을 때는 당돌하고 자기 할 말 다하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그의 집에서 머무르면서는 약간 소심하고 수줍어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100% 바뀐 건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처음과 달라진 그녀의 말투와 태도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생면부지 사람의 집에 얹혀산다는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걸까? 하긴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걸 거꾸로 하면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는 힘을 제대로 못쓴다는 뜻이겠지.

 

  아, 어쩌면 너무도 조선시대적인 미르의 말투는 그녀가 갖고 있는 번역기 탓인지도 모르겠다. 자동으로 말이 통하게 해주는 기계니까, 알아서 잘 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르의 태도는……. 어떻게 보면 여자와 남자의 차별에 의문을 품었던 수연의 말과 행동이 더 현대적인 여성으로 보일 정도였다. 나쁘게 보면 여주인공의 성격 변화가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것이고, 좋게 보면 그녀의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리라.

 

  개를 이용한 연쇄 살인은 어쩐지 코난 도일 경의 ‘바스커빌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1902년’를 떠올리게 했다. 단지 커다란 개가 나와서가 아니라, 투견을 훈련시켜 사람을 물어죽이게 하고 그 지역의 전설이나 미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미르를 곤경에 빠트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녀가 나타난 이후로 마을에 변고가 생겼다고, 다들 아우성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와중에 자신을 변호하는 휘지를 보며, 미르의 짝사랑이 점점 더 깊어지는 계기도 되었다.

 

  전래 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보면, 나중에 선녀가 날개옷을 찾아 하늘로 돌아가 버린다. 이후 어떤 이야기에서는 나무꾼 혼자 지상에 남아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도 하고, 또 어디서는 나무꾼이 하늘로 그들을 찾아 가기도 한다. 또 다른 책을 보면 하늘에서 가족들과 잘 살던 나무꾼이 지상에 남아있는 노모를 보러왔다가 잘못해서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결국 선녀와 나무꾼의 사랑은 지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나 보다. 아무래도 인간과 선녀는 많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끼리끼리 살아야한다……아니, 이게 아니라 외계인인 미르와 인간인 휘지의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서로 자라온 시대가 다르고 생활 습관이나 풍습도 다르고, 외모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내부는 다를 테니까. 특히 미르는 거의 죽어가는 사람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아, 그러면 휘지가 나이 들어 죽을 때마다 미르가 되살리는 건가?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럭저럭 두 사람이 비슷한 수명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400년 후에도 여전히 살고 있는 둘의 얘기가 후속편으로 이어지면 꽤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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