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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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양 양

 

 

 

 


  제목과 이리도 일치하는 책은 오랜만이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저자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이구나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꽁꽁 끌어안고 불쌍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분출시키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이 저자 같은 경우에는 그 대상이 노래와 글인 것 같다.

 


  저자가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것에 대한 짧은 생각이나 감상을 적은 에세이집인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치 가을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그것도 단풍이 울긋불긋 든 화려한 가을이 아니라, 길게 뻗은 가로수길이 전부 다 노란색이나 빨간 색으로 물들었고, 길 위에는 낙엽들이 쌓였거나 바람에 흩날리는 그런 가을이 떠올랐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이런저런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그려질 때가 있다. 어떤 책은 기차 화통을 삶아 드신 분이 큰소리로 떠드는 것처럼 읽힐 때가 있고, 또 어떤 책은 수다스런 아주머니가 마주 앉아서 연신 얘기하는 상상이 들 때도 있다. 또 다른 책은 안경을 낀 차가운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또박또박 정중한 목소리로 말하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간혹 개구쟁이 꼬꼬마가 두서없이 재잘대는 그림이 그려질 때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은 위에서 느껴지는 가을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조용한 공원 벤치에서 누군가 옆에 앉아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면 낙엽들이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물들이 놀랄까봐 가능하면 작은 소리로 말하는 그런 느낌. 불면증에 걸려 밤을 꼬박 새면서 본 바깥의 풍경이라든지, 중국을 여행할 때 37시간동안 기차를 타면서 경험한 일들, 불운의 연속에서 겨우 행복을 잡은 친구 이야기,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 등등이 그런 인상을 더해주었다.

 


  우리 사회는 간혹 혼자 뭘 하는 사람을 불쌍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그런 불쌍한 시선의 대상이 되는 것을 못견뎌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 그런 이유로 혼자서 뭔가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걸 어색해하고, 카페나 영화관에 혼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는 ‘혼자서도 잘 할 거야!’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성인이 되어서는 그렇게 못하는 걸까?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활동을 혼자 하는 게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는 혼자 여행도 하고 카페에도 가서,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감정을 느낀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혼자 있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

 


  어쩌면 책 제목인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니까 말이다.

 

 


  허름한 것이 좋다.

  허름하다는 것은 반짝반짝 새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헌것, 낡은 것, 오래되고 가난한 것은 그 시절에 더 뜨겁고 정답고 치열했을 것이다. (중략)

  겹겹이 쌓인 먼지의 시간만큼 사랑하였을 것이다 -p.37

 

 


  난 허름한 식당은 비위생적이라고 꺼리는데, 저자는 간혹 찾아가기도 한다. 아, 이런 부분이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찾고 찾고 찾고 찾고 찾고 또 찾아보아도 내가 찾는 게 무언지도 모르겠는 밤이 있다.

  그게 인생일 테지.

  그것만은 어찌해도 알겠는 밤에는, 우리, 별이나 보자. -p.195

 

 


  어쩐지 쓸쓸함이 더 느껴지는 이 가을날에 딱 어울리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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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holic 2014-11-2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양양님 검색하다가 포스팅 발견했어요.
12월 7일 양양님 단독 콘서트가 있어서 포스팅에
살포시 댓글남겨봅니당
(혹시 광고라고 생각되시면 과감히 삭제해주셔도 되요 ㅜㅜ)
책이랑 같은 이름의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입니다.
양양님 홈페이지에 공연소식 있어요 ^^
http://www.yangyangstory.com/

바다별 2014-11-27 00:02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