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박규택

  출연 - 정유미, 연우진, 송재림, 정시연

 

 

 

  20년 전 일어난 사고로 폐쇄된 탄광. 그곳을 리조트로 만들려는 사장의 아들과 딸이 친구들을 데리고 놀러온다.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았지만, 소수가 놀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이다. 그런데 한 노인이 그들의 주위를 맴돌면서, 그곳을 떠나라고 불길한 말을 내뱉는다.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급기야는 다툼이 생겨 아들과 그 친구들이 노인을 죽게 만든다. 시체를 숨기기 위해 폐광으로 들어간 일행의 앞에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영화는 무척 낯익다. 처음 보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처음 보는 건데 너무도 익숙한 향기가 났다.

 

  우선 젠슨 애클스가 주연을 맡았던 ‘블러디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3-D , 2008’이 연상되고, 사고로 죽인 시체를 버리는 건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1997’이 떠올랐다. 그리고 낡은 화장실에서 헛것을 보고 그러는 건 다른 많은 영화에서 다루었고. 거기에 휴양지에 놀러온 젊은 남녀 한 무리라는 흔한 소재까지 있으니, 당연히 영화는 공식대로 진행된다. 젊은 남녀들이 나대다가 하나둘씩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밀을 가진 여주인공에, 20년 전 갱도가 무너진 사고로 죽은 원혼의 짓일 수도 있다는 떡밥과 사장에게 복수의 칼날을 품고 있을 것 같은 인물도 등장한다.

 

  그러니까 확 몰입하게 하는 요소도 없었고, 추측하는 재미도 없고, 깜짝 놀라는 장면도 별로 없었다. 이런, 네 가지가 없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제주도도 아니면서 3무(3無)인 영화라서 화가 난다고 해야 할까?

 

  아니, 긍정적으로 보자. 없는 걸 찾지 말고, 있는 걸 생각해보자. 음, 신파조의 눈물을 자아내려고 애쓰는 뜬금없는 마무리가 있었고, 클럽 파티에 왔던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고,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함이 있었다. 오, 있는 것도 세 개나 된다!

 

  사람이 위기에 처해봐야 인품을 알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사장 아들로 나오는 애가 있는데,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댄다. 겉으로는 여자 친구밖에 모르는 척 하지만, 나중에 사건이 커지자 여자 친구고 뭐고 내버린다. 나쁜 놈. 하긴 그 애비도 그렇게 인성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20년 전 사고 때, 보상비만 늘어난다고 생매장당한 광부들의 구출을 중지한 놈이었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 맞는 말이겠다.

 

  그나저나 아, 내 돈 4천원. 그 돈이면 맥주가 한 캔인데. 맥주는 먹으면 86분 동안 기분이 좋아지고, 애인님한테 애교 부려서 쓰다듬과 귀염을 받기라도 하지. 이 영화는 86분 동안 한숨 쉬면서 보다가, 이런 재미없는 영화 보자고 조른 게 미안해서 애인님 눈치만 보게 된다.

 

  포스터는 여름 배경인 것처럼 노출을 했는데, 정작 영화는 겨울이라 옷을 꽁꽁 껴입고 다닌다. 속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