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여행자
한지혜 지음 / 민음인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 한지혜

 

 



 

 

  전에도 언급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매일 일하러 나갈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는다. 주말에 나가는 것은, 두 달에 한 번 애인님을 만날 때나 서너 달에 한 번 동호회 모임 사람들이나 시집간 친구를 보러갈 때뿐이다.

 

  그런 나에게 ‘축제 여행자’라니, 이건 완전히 다른 세계의 단어였다. 어떻게 그 사람 많은 축제를 찾아다닐 수 있지? 사람이 북적대는 바람에 막 부딪치고 치이면 귀찮고 불쾌하지 않나?

 

  책은 저자가 다녀왔던 여덟 개의 세계적인 축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나흘 동안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음악의 향연인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얼마 전에 끝난 월드컵 우승국 독일에서 펼쳐지는 맥주와 소시지의 『독일 옥토버페스트』, 『미국 뉴멕시코 열기구 축제, 애인님이 가면 정신 못 차릴 『이탈리아 유로 초콜릿 페스티벌』, 언니오빠들의 섹시한 몸매와 화려한 댄스를 볼 수 있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 되는 『스페인 라 토마티나』, 요즘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 그리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다.

 

  유명 밴드와 가수들의 공연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래스턴 페스티발’이 끌렸다. 하지만 96시간 동안 텐트에서 세수도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화장실도 적은 곳에서 고생한다는 글을 보는 순간, 끌리는 마음이 피시식 꺼져버렸다. 텐트에서! 씻지도 못하고! 더운 6월에!

 

  그 다음으로 끌린 것은 ‘옥토버페스트’이다. 그냥 가게에 들어가 맥주와 소시지를 먹으면 되는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물론 돈 내고.

 

  위에도 썼지만, ‘초콜릿 페스티벌’은 나보다는 애인님이 좋아할 것 같다. 난 아메리카노를 먹지만, 애인님은 민트 초코를 마시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일 황당한 축제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다. 텔레비전에서 볼 때는 화려하고 멋져보였지만, 낮부터 자정까지 무려 13시간 동안 자리 사수를 위해서 화장실도 못가고 먹지도 못한 채 서서 기다려야했다는 글에서 ‘헐’하고 놀랐다. 설마 그 곳의 사람들이 새해맞이를 환호하는 이유는, 이제야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고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저 유명 축제들은 교통편이나 입장권, 숙박 등의 예매도 번개처럼 매진이 되기 때문에, 반 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축제 참가는 물론이고 숙박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저자는 왜 저런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 그리고 귀찮음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축제를 다니는 걸까? 그건 저자가 간간히 남기는 감상에서 알 수 있었다.

 

  모든 여행자는 각자의 추억을 만들며 여행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곳에서 자기만의 추억을 만든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각자의 추억은 다르다. 마치 지하철 환승역처럼 우린 서로의 길이 겹치는 곳에 있지만 어디서든 다른 추억을 품고 떠난다. -p.120

 

  인생도 꿈도 그 끝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 길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의심한다. 이 길에 끝이 있을까? 이 길이 내게 맞는 길일까? 누구는 더 빨리, 또 누구는 좀 더 먼 길로 돌아간다는 차이가 있긴 해도 어느 길이든 분명히 끝은 있다. -p.138

 

  저자가 축제 여행자라면, 난 책 여행자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기 위해 여행을 다녔고, 난 간접적으로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아마 직접 깨달은 것보다 필터를 하나 거쳐 느끼는 것이라, 다를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 앞부분에 저자가 거주하는 뉴욕의 작은 축제, 예를 들면 베게싸움 데이라든지 할로윈 데이 축제에 대해 짤막하게 곁들여져있다. 베개 싸움이라니, 난 그건 영화에서나 보는 건 줄로만 알았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친절하다. 각 축제 공식 웹사이트 주소와 일정, 티켓 판매, 가는 방법, 준비물, 근처에 돌아다닐만한 여행지 등이 지도와 자세히 그려져 있다. 또한 책 앞부분에 수록된 각 축제 사진의 QR 코드를 찍어보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챙겨 봐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