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터데일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인숙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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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Listerdale Mystery and Other Stories, 1934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총 10개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이다. 포와로나 미스 마플, 배틀 총경은 물론 톰과 터펜서 부부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것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해프닝에 불과한 것도 있으며, 또 다른 것은 살인은 일어나지 않지만 범죄가 일어나긴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남녀가 만나 로맨스가 싹트기도 한다. 그러니까 솔로가 만나서 커플로 끝나는, 모 포털 사이트의 표현법에 따르면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공포 이야기모음집이다.

 

  『리스터데일 경의 수수께끼』는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리스터데일 경의 저택에서 살게 된 한 빈센트 부인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의 아들인 루퍼트가 과연 리스터데일 경에게는 무슨 일이 생겼을지 의문을 품고 조사를 시작한다. 아, 로맨스에는 나이구별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은 이야기다.

 

  『기차에서 만난 아가씨』에서 조지는 우연히 기차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한 아가씨를 도와주게 된다. 그런데 이후 그에게 위험이 닥치는데……. 아니, 상대가 어떤 사람인줄 알고 도와달라고 하면 그냥 덥석 수락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난생처음 보는데 말이다. 역시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인가보다. 쳇.

 

  『6펜스의 노래』에서는 왕실 변호사인 팰리저 경이 오래 전에 알았던 한 소녀의 부탁으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사건의 해결에 힌트를 얻은 식당 이름이 '스물네 마리의 검은 지빠귀'인데, 이곳은 포와로도 가끔 오는 곳이다. 어쩌면 두 사람은 식당에서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에드워드 로빈슨은 사나이다』는 퀴즈 응모에 당첨된 돈으로 멋진 차를 산 에드워드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유약했던 그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 때, 그의 애인인 잔소리꾼 모드의 반응이 볼만하다.

 

  『취직자리를 찾는 제인』에서 제인은 일자리를 찾다가, 황녀의 대역을 맡게 된다. 그런데 그녀는 납치를 당하는 것과 동시에 함정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사건의 해결이 좀 흐지부지한 느낌이 드는 에피소드이다. 남자와 키스하는 걸로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일요일에는 과일을』은 장에서 산 과일 바구니 밑에서 발견한 목걸이에 관한 이야기다. 마침 그 때, 값비싼 목걸이가 도난당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도로시와 에드워드는 이 목걸이가 그 목걸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데……. 아, 참으로 깔끔하고 귀여운 이야기였다.

 

  『이스트우드의 모험』도 역시 생면부지의 예쁜 여자가 도움을 요청하자 냉큼 수락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설마 남자들이 여자에게 홀라당 넘어가는 일이 많으니까, 그걸 미화시키기 위해 '신사의 나라' 어쩌고 하는 걸까? '우리나라 남자들은 호구에 병신이에요.'라고 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신사라서 레이디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답니다.'라고 하는 게 더 보기엔 그럴듯하다. 그렇다고 내재된 호구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황금의 공』은 내가 이해하기에 난해한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가 나온다. 그와 그녀가 아는 사이라고 나온 적이 없는데, 단지 외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길에서 그를 헌팅하고 청혼을 한다. 이 여자 뭐지?

 

  『라자의 에메랄드』는 줄을 기다리기 귀찮아서 몰래 들어간, 해수욕장 개인 탈의실에서 발견한 보석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문득 '인실좆'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마지막 공연』은 무척이나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오페라 '토스카'의 노래와 같이 들으면 더 슬프다. 어쩌면 크리스티가 '토스카'를 약간 각색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읽으면서 '허허'하고 웃음이 나왔다. 재미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그냥 허무해서 웃음이 나왔다. 크리스티의 기발한 상상력이 드러나긴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이야기가 붕 뜬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단편집 중에서 제일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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