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 - 치사해서 말하지 못한 사소한 것들을 향해 이단옆차기
김보라 지음, 스폰지 그림 / 돋을새김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부제 - 치사해서 말하지 못한 사소한 것들을 향해 이단옆차기

  저자 - 김보라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맞아, 이럴 때 진짜 짜증나!’라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여러 화가 나고 불쾌했던 에피소드들이 어쩌면 내 경험과 비슷한지, 어쩐지 얼굴 한 번 안 본 사이지만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버스나 지하철 문 앞에 가로막은 사람 때문에 자칫하면 내리지 못할 뻔 한 일이라든지,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초록불인데도 쌩하고 지나가는 자동차나 괜히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 블록버스터 위주로 상영관을 잡아놓아 선택의 폭을 줄이는 영화관 등등 저자가 적은 거의 모든 사례는 내 경험과 99% 일치했다.

 

  그런데 내가 자주 가는 포털 사이트에도 책에서 다루었던 것과 비슷한 문제들이 올라왔던 것을 기억났다. 저런 일을 겪는 것이 꽤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에 대해 짜증을 내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를 토해내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왜 비슷한 일이 끝없이 일어나는 걸까?

 

  어쩌면 내 생각만 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거나, 기본 예의가 없는 사람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초록불인데도 횡당보도를 지나가는 차를 보면, 그냥 넘어져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디 한 번 당해보라는 심술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장소도 넓은데 꼭 버스 문 앞에 몸을 기대어 비켜주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냥 밀어버리고 싶을 때도 여러 번이다. 제일 황당한 건 버스 카드 대는 곳에 몸을 기대서서 다른 사람들이 카드를 찍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이다. 적반하장 격으로 비켜달라고 하면 괜히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진짜 몸도 마음도 다 지쳐서 너덜너덜해진 날에 그런 일이 생기면, 한 판 붙고 싶을 때도 있다. 무조건 남을 우선시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기본 예의만 지켜달라는 것이 그렇게 큰 부탁인걸까?

 

  어떤 팟 캐스트에서였더라? 거기 진행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엉겁결에 봉변을 당하는 바람에 아무 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후회하지 말고, 언제나 화를 낼 준비를 하고 다니라고. 그때는 무슨 저런 말을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백번 맞는 말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던져버리라는 누군가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나에게 무례하게 나오면,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 물론 그러면서 내가 같이 예의 없이 행동하면 안 될 것이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른들이 요즘 애들 버릇없다고 하시는데, 그 애들이 자라서 예의 없는 어른이 되고, 자식을 낳아서 역시 예의를 가르치지 않아 그 아이들은 또 영수만 잘하는 버릇없는 꼬꼬마들이 되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까?

 

  이 책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저자가 겪은 불유쾌한 일에 대한 기록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니, 서로서로 조심해달라는 부탁의 책일 수도 있다. 별 시답잖은 걸로 까칠하게 군다고 여기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시시한 일이지만,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게 뭐 큰일이라고 유난이람?’이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혹시 무례함에 익숙해있어서, 기본 예의라는 걸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상대가 가만히 있다고 그 사람이 가마니일 리는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연애에서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내가 속한 우리가 하면 정당하고 타인이 하면 부당하다는 생각이 팽배하면, 그건 차별이 이루어지는 첫 단계가 될 테니까 말이다. 예전에 방송에서 한 여자가 말했다. ‘남자 키가 180이하면 루저죠.’ 그 한마디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문자 그대로 벌떼처럼 일어난 남자들이 그 여자를 매장시켜버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남자들도 여자를 부위별로 등급을 매기지 않았던가?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이 있다. 조심하자. 그리고 예의를 지키자. 이 세상은 돌도 도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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