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미술관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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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원제 - The Museum of Scandals (2013년)

  저자 - 엘레아 보슈롱, 디안 루텍스

 

 

 

 

  책의 제목과 부제, 그리고 러시아 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키스를 하는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 난리가 났으면 났지, 그러지 않았으면 이상했을 그림들의 모음이다. 어떤 그림은 현재 시각으로 보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그림은 지금 봐도 '어, 이건 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개 문제가 된 것은 그 표현에 있어 너무 노출이 과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읽는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글이 어렵다거나 그래서가 아니었다. 엎드려서 편하게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데, 막내 조카가 '고모, 나 고모 스마트폰으로 게임해도 돼?'라면서 문을 열어서 책을 후다닥 덮어야할 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때 보고 있던 부분이 성추문에 관련된 그림만 모은 파트여서, 아예 책을 덮어버렸다.

 

  아니, 난 그냥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을 뿐인데 왜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나 전전긍긍해야하는 거지?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나에게 예술과 외설의 차이란 이런 거구나! 순전히 주관적인 깨달음이긴 하지만, 당당하게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예술, 그렇지 않으면 외설! 그렇다면 이 책에 수록된 몇몇 그림들은 나에겐 아직 외설적인가보다.

 

  조카가 게임을 내 옆에서 한다기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게임을 하던 조카가 곁눈질로 보더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건 뭘 그린거야?' 자기가 학교나 성경에서 읽은 내용이 나오자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그 내용 나 교회에서 배웠어! 와, 지옥이 진짜 이럴까? 무섭다, 그치 고모? 너무 잘 그려서 사람들이 싫어한 거야?' 얘,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은근히 수다스럽다.

 

  그러다 둘이 황당해한 부분은 자신의 변을 통조림에 담아 팔았다는 예술가 부분이었다. 무척이나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막내 조카가 물었다. '고모, 진짜 똥이 들어있을까?'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산 게 아닐까?' 내 대답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언젠가 웹서핑에서 읽은 글귀를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줬다. '일단 유명해지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하건 좋게 봐준다잖아.' (원래는 앤디 워홀이 했다는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라는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백여 년이 지난 다음, 이 책을 후손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지금 논란이 되는 몇몇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 때는 뭐라고 평가할까? 내가 옛날 그림을 보면서 '뭐 이정도로?'하는 그런 생각을 할까, 아니면 내가 몇몇 그림을 보면서 '아, 이건 좀 심했네.'하는 것 같은 말을 할까? 어쩌면 예술 작품을 두고 이건 좋다고 하거나 저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그 시대 상황이나 사람들의 의식에 달려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래도 기준이 되는 뭔가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강제로 정의하는지가 관건이겠지.

 

  아, 어쩌면 예술이라는 것은 남이 정해놓은 것에 따르기도 하지만, 그것을 벗어나고픈 사람들의 행위가 아닐까싶다. 그건 단지 예술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책의 서평 이벤트에 신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뽑히지 못해서, 애인님에게 조금 징징거렸다. '읽고 싶었단 말이야, 진짜. 나 저런 거 좋아한다고.' 그러자 한참 듣고 있던 애인님이 '그래서 책 제목이 뭐라고?' 라고 물어봤다. 책을 검색하고는 '표지 때문에 읽고 싶었던 거 아냐?'하고 웃더니 '내일이면 도착한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왕 신난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다. 오홋, 내가 막 징징거리면 책을 사준단 말이지? 좋았어! 다음 책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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