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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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원제 - Hot Art: Chasing Thieves and Detectives Through the Secret World of Stolen Art (2012년)

  저자 - 조슈아 넬먼

 

 

 

 

  저자는 미술품 도난에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대해 취재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예를 들면 은퇴한 미술품 도둑, 미술품 도난 사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형사, FBI 요원, 변호사, 보안 팀장 등등, 각계각층에서 어느 정도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450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에 가득 담아냈는데, 그리 지루하거나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 각 인물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고 현장감을 주는 흐름과 더불어 중간 중간 들어있는 미술품들의 사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도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나 FBI요원들의 뒤를 따라가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단 하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였다.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악은 부지런하다’는 말도 떠올랐다.

 

  이미 도둑들은 어떤 그림이 어떻게 보관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훔칠 수 있으며, 그것을 누구에게 어떤 거래방식을 통해 팔면 얼마의 이득이 남을 지 훤히 알고,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돈세탁용이라든지 마약 같은 것의 대금으로 미술품을 거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잡아야할 경찰들은 그런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책에서는 나온다. 사람이 죽어가고 죽을 위험에 처하거나 건물에서 불이 나는 와중에 그림이나 조각을 우선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건보다는 생명체, 그 중에서 동식물보다는 사람의 목숨이 먼저일 것이다. 그 때문에 각 기관사이의 교류가 거의 전무하고,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웠다.

 

  또한 도난을 당한 미술관이나 소유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점에서는 혀를 찼다. 미술관은 그들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일 테고, 소유자들은 어쩌면 처음 취득을 불법적으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면 탈세를 목적으로 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할 대상으로 예술품을 구매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직 미술품 도둑의 말을 빌면 ‘훔칠 작품을 현명하게 선택하기만 하면 미술품을 훔쳐서 먹고 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중략) 이 세계의 시스템을 잘 알기만 하면, 누구나 훔친 미술품을 세탁하는 데 합법적인 미술 산업의 세계를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을 훔치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다시 미술계에 되팔 수 있다.’고 한다. (p.88)

 

  저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니,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또 떠올랐다. 범죄자들은 부지런히 연구해서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경찰은 몰랐기에 그들을 막지 못했다. 아주 이름난 명화가 아니어서 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한 작품을 여러 번 도난당한 미술관의 경우에는 어쩌면 관계자끼리 공모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들었다. 그런 식으로 보험금을 받거나 위조품과 진품을 바꿔치기 하는 걸지도…….

 

  언젠가 읽었던 단편이 기억난다. 제목은 잘 모르지만, 미술품을 하나 훔쳐서 복제화를 그린다. 그리고 원작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살짝 손을 대서 위작인지 진품인지 애매하게 만든 다음, 복제화를 원작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부호들에게 파는 것이다. 부호들은 자기 혼자만 보고 즐길 것이기에, 아무도 그것이 위작인지 아닌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범인인 주인공들은 여러 개의 복제품을 팔아 엄청난 돈을 나눠가졌다는 내용인데, 문득 이 책에서 얘기하는 미술품들의 운명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개인의 욕망, 그러니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희귀한 것을 자기가 소유하고 있다는 우월의식과 집착 그리고 남이 하지 못하는 걸 해내겠다는 성취감, 승부욕, 돈에 대한 갈망 등등이 결합해서 이런 사건들을 만드는 게 아닐까?

 

  옛날에 그 작품들을 만들었던, 그러면서 인정받지 못해 평생을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던 예술가들이 지금 자신들의 작품이 어떤 값어치가 나가는지 알면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좋아할까 아니면 이건 아니라고 할까?

 

  우리나라의 예술품들도 여러 일을 겪으면서 많이 도난당했다. 뭐가 없어졌는지 모르는 것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전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와 협조체계가 구축되어 예술품을 개인이 아닌 모든 사람이 감상할 수 있고, 단지 화폐가치로만 취급받는 것이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문화재들도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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