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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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Pale Horse, 196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번 이야기에서는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 또는 배틀 총경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추리 소설 작가인 올리버 부인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건 아니고, 이리저리 얼굴을 내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힌트를 주고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주는 드라마에서는 미스 마플이 나와서 사건을 추적했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은 남자의 이름이 ‘마크 이스터브룩’이다. 작가이고 올리버 부인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이 익숙하다. 내가 이 이름을 어디서 읽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그거 고민하느라 이틀을 허비했다. 포기하고 좀 더 책장을 넘기니 ‘로다 디스퍼드’와 ‘디스퍼드 대령’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헐, 이 이름은! 그렇다. ‘테이블 위의 카드’에서 등장했던 조연이다. 음, 결국 둘이 결혼했구나. 하긴 그 책 후반부에 가면 대령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으니까. 그런데 둘의 성향으로 봐서는 아프리카나 그런 곳으로 모험을 떠날 줄 알았는데, 영국의 시골에서 살고 있다니 의외다. 잠깐, 데린 캘솝 목사 부인? 어디서 읽었는데? 하지만 찾기가 귀찮다. 패스.

 

  한 여인이 죽어가면서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그걸 들은 신부는 그녀가 말한 이름을 적어두는데, 성당으로 돌아가던 중 살해당한다. 처음에는 흔한 노상강도 사건으로 여겨졌지만, 그가 적은 이름의 주인공들이 거의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 방향은 급전환한다. 우연히 술집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그 사건에 연관이 된 마크 이스터브룩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수사를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한적한 영국 시골의 ‘창백한 말’이라는 이름의 여관에서 그는 마녀라 불리는 신비한 세 명의 여인을 만난다. 제사 의식으로 저주를 내릴 수 있다는 그들과 악명이 자자한 변호사와의 관계는 무엇일까? 진짜로 그들은 의뢰를 받아서 저주를 내려 사람을 죽이는 걸까?

 

  마녀와 신비한 제사 의식, 그리고 저주라는 단어가 책 전반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더 신비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 때문일까? 그래, 내가 마크 이스터브룩에 대한 걸 기억 못하는 것은 책에 걸린 마녀의 저주일지도 몰라! 이런 황당한 상상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저주나 미신 같은 걸 믿지 않는 크리스티였기에, 저런 다 ‘훼이크’였다. 아, 너무 엄청난 스포일러를 해버리는 걸까?

 

  세상은 넓고 범죄 조직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하다하다 기업체 형식으로 조직을 꾸려가다니. 그것도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들을 끌어들여서 말이다. 나쁜 놈. 재능을 그딴 식으로 발휘하다니, 진짜 나쁜 놈이다. 그 머리를 다른 곳에 썼으면 대단한 기업가가 되었을 것이다. 아, 그러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겠는 구나.

 

  책의 결말 부분에서 마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둘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 추측했던 허미아와 흐지부지한 관계가 된다. 대신, 사건 해결에 같이 참여했던 진저와 새로운 관계를 이어간다. 크리스티의 책을 읽어보면 그렇게 되리라고 추측이 가능했지만, 좀 별로였다. 주위에서 당연히 둘이 결혼할 사이라고 생각할 정도면, 허미아도 내심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결혼할 마음이 없었으면 애초에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행동을 잘해놓던가. 그 부분에서 마크에게 실망했다. 흥이다.

 

  그나저나 이 책이 나온 것이 1961년인데, 크리스티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게 될 것이고, 관리하는 사람은 기계가 대답할 질문을 만들어 낼 것이라 얘기한다. 그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아, 크리스티가 비록 로맨스만 주구장창 넣어 소설을 쓰지만, 통찰력이나 예측도 그에 못지않게 뛰어났구나. 그런 부분을 살려서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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