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목격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임경자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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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umb Witness, 1937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포와로에게 편지가 한 통 배달된다. 작성한 지 두 달이 지난 것이 이제야 도착한 것. 포와로는 의문을 가지고 의뢰인을 찾아가지만, 이런! 그녀는 편지를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포와로가 누구인가? 의뢰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일념으로 사건 수사를 시작한다.

 

  의뢰인인 아렌델 양은 유서 깊은 군인 집안으로 장성한 조카가 셋이나 있다. 하지만 조카들이 와서 묵은 날,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그녀가 기르는 개가 공을 계단에 놓아 밟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누군가 그녀의 목숨을 노린 것이다. 유력한 용의자는 집에 있던 조카들과 고용인 뿐. 그 때문에 포와로에게 의뢰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미 모든 물증이 사라진 상태에서, 포와로는 관련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가끔 헤이스팅즈가 헛다리를 짚으면 안타까워하고 ‘어리석기는!’하면서 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둘이 죽이 맞아서 탐문을 다닌다. 그래서 둘도 없는 친구인가보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마켓 베이징이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그런데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이번 이야기에 피바디 양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미스 마플과 흡사하다. 음, 미스 마플이 좀 더 시니컬해지고 사건에 대해 관찰자 입장을 고수하면 딱 피바디 양이다. 나이대도 비슷한 거 같고. 설마 영국 시골 마을에는 미스 마플 같은 노처녀 할머니가 한 사람씩 존재하는 걸까? 우와, 그러면 영국은 범죄 없는 나라……는 오버겠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요 소재로 다룬 것은 ‘피’이다. 그러니까 조상 중에, 특히 부모 중의 한 사람이 범죄와 관련이 있으면, 그 자식들도 그런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책에 나온 사람들 중의 몇몇은 대놓고 누구누구는 나쁜 피를 이어받아 하는 행동이 좋지 않다는 말을 내뱉는다. 그래서 그 사람이 범인이 틀림없다고 단정 짓는다. 읽으면서 좀 화가 났다.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게 그거밖에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말이다. 하긴 두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었던 때이니……. 영국에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나 개과천선 같은 용어가 없는 모양이다.

 

  게다가 단지 그리스 인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의심하고 못마땅해 하는데, 그 당시는 그랬나보다. 음,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를 보는 시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

 

  이 책에서 특이하게 크리스티는 개의 심리까지 집어넣었다. 아니, 대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헤이스팅즈의 상상? 하여간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아지가 한 마리 나오는데, 그 녀석의 생각까지 집어넣었다. 읽으면서 좀 웃겼다. 헤이스팅즈가 은근히 상상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왜 포와로는 맨날 그를 구박만 하는 걸까?

 

  책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피바디 양이 헤이스팅즈에게 출신 학교를 묻는 대목이었다.

 

  “품위 있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흠, 학교는 어디를 다녔는데?”

  “이튼입니다.”

  “그렇다면 힘들겠군.” -p.96

 


  그런데 제목이 '벙어리 목격자'인데, 벙어리는 안 나왔다.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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