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거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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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irror Crack'd from Side to Side, 1962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이 나오는 이야기로,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나온 연도는 1962년. 두 차례 세계 대전이 끝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시대였다. 그와 동시에 많은 것이 바뀌고 있었다.

 

  소설은 미스 마플의 입을 통해 그런 변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생활주거환경의 개선과 발전 그리고 변화도 좋지만, 예전의 멋스러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슬픔이 첫 장부터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아무래도 그녀가 한평생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만 살아왔기에, 그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나이인 만큼, 곁을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미 머리가 하얀 할머니였는데, 이 책이 나왔을 때는 그로부터 30년이나 지났으니……. 장수하는 집안인가보다. 이번 이야기에는 '목사관 살인사건 The Murder at the Vicarage, 1930'이나 '화요일 클럽의 살인 The Tuesday Club Murders, 1932'에서 등장했던 사람들도 같이 등장하고 있다. 음, 정정한다. 장수하는 마을인가보다.

 

  세인트 메리 미드의 고싱턴 홀을 유명한 여배우 마리나 그레그가 사들인다. 그 곳에서 예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영화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 사건은 나중에 나올 '서재의 시체 The Body in the Library, 1942'이다. 다시 한 번 또 말하지만, 작가의 전집은 역시 시대 순으로 출간해야…….

 

  새 단장한 고싱턴 홀에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도중,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리나 그레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베드콕 부인이 음료수를 먹고 죽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 잔이 사실 마리나 그레그의 것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녀에게 온 협박 편지까지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다. 또한 그녀의 비서와 저택의 집사마저 살해당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주치의 헤이독에게서 사건을 수사해서 기력을 되찾으라는 처방전을 받은 미스 마플은 여러 사람의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을 조사한다. 예전에는 사건 현장으로 직접 달려갔지만, 이제는 몸이 아파서 그녀는 대개 집에서 자료를 읽는 것으로 대체한다. 물론 간호사 나이트 양의 눈을 피해 동네를 산책하기는 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눈으로 사건 현장을 보기도 하고, 얘기도 들어야 할 테니까.

 

  미스 마플의 입에서 나온 사건의 진상은 참 마음이 아팠다. 그 사람이 악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자신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사람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억제할 노력을 해볼 겨를도 없이 움직인 것이다.

 

  게다가 피해자였던 과거의 가해자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나름 열심히, 성실하고 착하게 살았던 사람이었다. 다만 자기 자신만 보는 좁은 시야덕분에, 자신의 말과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과 피해를 주는지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자기 자신에게 최선이면 남에게도 최선일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한 것이 죽음의 원인이었다.

 

  열심히 성실하게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도, 자기 위주로 모든 것을 생각하면 남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씁쓸했다. 차라리 나쁜 사람이었으면 기분이 좋았을 텐데, 그게 아니라서 마음 한구석이 안 좋다. 그래도 살인은 살인, 다른 사람들까지 죽인 것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미스 마플, 밴트리 부인, 그리고 크래독 경감을 봐서 좋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생각하면 뒷맛이 영…….

 

  예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 마리나 그레그 역할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았었는데, 어린 내 눈에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갓 내려온 천사나 요정의 여왕으로 보였다. 어쩌면 그리도 고왔는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엘리자베스 테일러 짱을 외치며 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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