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행 승객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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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assenger to Frankfurt: An Extravaganza, 1970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작가 나이 80세가 되던 해에, 80번째로 내놓은 소설이라고 한다. 국제적인 음모에 맞서 싸우는 영국 외교관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파이 첩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용 연결이 많이 생략된 기분이 자꾸 들었다.


  그리고 크리스티 특유의 로맨스가 이어지는 바람에, 내용이 겉도는 것 같았다. 언제나 사건 해결 막바지에 모험을 같이 했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게 그녀 소설의 정석이지만, 이번은 너무 뜬금없다는 느낌이었다. 중후반까지 다른 소설에서 가끔 보이는 밀당도 나오지 않았는데, 막판에 갑자기 청첩장을 돌린다. 음,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적을 필요는 없지만, 이건 너무 많이 뛰어넘었다.


  스태퍼드 나이는 독특한 패션 감각과 남과 다른 유머 감각을 가진, 나름 유능한 외교관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에게 한 여인이 접근한다. 그녀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그에게 여권과 옷을 빌려달라는 제안을 한다. 호기심을 느낀 그는 그 일을 수락한다. 그리고 영국에 돌아온 그는 돌아온 여권과 옷을 보면서, 그녀에게 흥미를 가진다. 여인의 정체를 밝히려는 그의 앞에 정부의 비밀 조직이 나타나 일을 제의한다. 전 세계적으로 세를 넓히면서 체제 전복을 꾀하는 무리가 있는데, 그 수뇌부를 파헤쳐달라는 것이다. 그는 공항에서 만난 여인, 메리 앤과 함께 그 조직의 심장을 향해 나아간다.


  설정은 참으로 멋졌다. 뛰어난 연설능력을 가진, 전형적인 아리안 족의 특징을 보여주는 청년을 앞으로 내세워 젊은이들을 미혹시키는 집단이라니. 심지어 그를 히틀러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그 뒤에는 세계적인 부호와 유명한 무기상, 대규모 마약조직, 생화학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과학자 그리고 베일에 싸인 여자 스파이 한 명, 총 5명의 사람이 있었다. 돈과 마약, 과학, 무기, 그리고 정부 비밀 정보를 이용해서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 청년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키고 정부 요인을 암살하는 등 혼란을 일으킨다.


  그런 거대 조직을 파헤치는 내용이긴 한데,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정보기관이 그렇게 애써 찾으려는 비밀이 어이없게도 옛날에 꽤나 유명한 귀족가의 노부인에게 5분도 안되어 발각 나는 건 너무했다. 차라리 스태퍼드를 보내는 게 아니라, 그의 대고모를 보내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그녀가 차를 마시면서 얻어낸 정보가 그가 목숨을 걸고 잠입해 알아낸 것보다 더 많았으니까.


  거기에 아무리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하지만, 한 나라의 외교관이 자신의 여권이나 신분증을 그렇게 아무한테나 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걸로 무슨 일을 할 줄 어떻게 알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그녀의 말에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너무 단순한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미모에 혹한 걸까?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라는 책임감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지만, 음. 우리나라에도 그런 공무원들이 많으니……. 여권을 처음 보는 여인에게 주는 놈이나, 국가 안보에 힘써야하는 조직원들에게 국내 사이트에 댓글 달라고 하는 놈이나 거기서 거기지. 포털이나 유머 사이트에 댓글 다는 게 국가 안보에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또한 그들을 소탕하는 과정도 참으로 밋밋했다. 어차피 스태퍼드의 시선만으로 서술되는 소설이 아닌데, 굳이 그렇게 조용하게 진행을 해야 하는 걸까 의아했다. 명색이 첩보물인데, 너무 조용했다. 보고와 회의로 거의 모든 상황이 서술되다니, 이건 좀 너무했다. 총격장면이 하나 있기는 한데,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에 쓴 첩보물이 더 긴장감이 있고 재미있었다. 어쩐지 뒷심이 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가 이 작품을 쓴 나이 대를 생각하면, ‘그 나이에 이런 스케일을!’ 이라면서 감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떠나보면, 많이 아쉬웠다.


  어이없는 착각으로 40번째 책을 먼저 읽는 바람에 순서가 뒤바뀌었는데, 이것으로 2013년도 크리스티 전집 중 40권 읽기 목표를 이뤘다. 이제 남은 40권은 2014년의 몫이다. 한 살 더 먹는 건 싫지만, 그녀의 소설을 빨리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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