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 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제프 페럴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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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mpire of Scrounge

  부제 - 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저자 - 제프 페럴



  간혹 미국 드라마를 본다거나 뉴스 사진을 보면, 커다란 카트를 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개 쇼핑 몰에서 온갖 생필품에서 식재료 내지는 다양한 상품들을 담는 카트이지만, 거기서 본 카트에는 다른 것들이 담겨있다. 불룩한 비닐봉지가 여러 개 옆에 주렁주렁 달려있고, 카트 안에는 상자나 캔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것을 미는 사람들은 쓰레기에서 쓸 만한 것을 주워 자기들이 사용하거나 돈이 될 만한 것을 팔고 있었다. 대개 쓰레기를 주웠는데 그 안에 시체가 들어있다거나, 술이나 약에 취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다가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전개가 흔하다.


  한국에서는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빈 병이나 캔 내지는 종이와 신문 종이 상자들을 모으는 노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골목에도 그런 일을 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그래서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버릴 종이 박스나 신문이 생기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할머니 댁 앞에 놓아둔다. 막내 조카도 자기 집이나 우리 집에 택배 상자나 선물 상자가 생기면, 주섬주섬 모아서 그 집으로 후다닥 달려간다.


  간혹 골목 입구에 장롱이나 상, 책상 컴퓨터 같은 것이 버려져있을 때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쓸 만한 걸 가져가곤 한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주의 깊게 보면서, ‘이거 잘 씻으면 괜찮겠지?’라든지 ‘우리 집 상다리하고 맞으려나?’하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귀신 붙었다고 오래 된 물건을 꺼려했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사실 최근에는 사람들이 귀신이 붙을 정도로 물건을 오래 사용하지도 않는다. 귀신의 귀자를 꺼내는 순간, 한심하다는 듯이 볼 것이다. 내 경험담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어디서 바구니를 주워 오시기에 ‘엄마 귀신…….’이라고 했다가 이상한 소리 한다고 등짝 스매싱을 당했었다.


  전에 우리도 밥그릇이 한두 개 깨져서 새로 세트를 맞춘다고 남은 것을 버린 적이 있다. 아마도 그건 어느 집에 가서 괜찮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다시 가봤더니 이미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갑자기 왜 미국 드라마와 동네 얘기를 하느냐면, 이 책이 그런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8개월 동안 동네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아다니고, 그것을 가져다가 파는 사람들과 나눈 교류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부의 반응과 저자의 생각이 이 책의 내용이다.


  사람들은 왜 아직 쓸 만한 것을 버릴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버릴지도 모른다. 또는 유행이 지나갔거나 거 좋은 게 나와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왜 필요 없는 것을 샀을까? 이런 식으로 질문을 거듭하다보면, 자연스레 과소비라든지 과잉 생산, 자원 고갈과 자원의 재활용 그리고 분배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물론 책에서는 단순히 필요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예도 나온다. 기억하기 싫고 간직하기 싫은 과거 추억의 잔재들이기에 버리기도 한다.


  그런 특별한 경우를 빼고, 저자는 얼마나 많은 쓸 만한 것들이 버려지고, 그것이 수집되고 어떻게 재활용되거나 돈과 바뀌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여러 사람을 만나 겪은 경험담이나 대화를 곁들인다.


  또한 미국 정부의 대처가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현실 반영이 되지 않았는지 일침을 가하고 있다. 보기에 좋지 않다고 쓰레기를 주로 모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없애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얘기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확실히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저자는 쓰레기 탐색자들이 생존을 위한 수집을 하는 것은, 사회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존재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라면, 굳이 없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활용을 국가에서 제대로 관리할 자신이 없다면, 그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둘째조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아나바다 운동’이 아주 활발했었다. 또한 학교별로 알뜰 매장이라는 것을 분기마다 개최했었다. 지금은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졌다. 그냥 애들이 싼값에 떡볶이 같은 간식과 장난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만을 주는 것 같다. 그만큼 사람들의 생활환경이나 의식이 바뀐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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