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 - 로마에게 해악은 분열이 아니라, 번영이었다.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Conside'rations sur les causes de la grandeur des Romains et de leur de'cadence (1734년)

  부제 - 로마에게 해악은 분열이 아니라, 번영이었다.

  저자 - 샤를 드 몽테스키외




  몽테스키외라니! 예전에 학교 다닐 적에 책에서 이름을 본 기억이 났다. 그 당시는 그냥 무조건 외울 대상의 하나로, 책에 적힌 하나의 단어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그가 나에게 다가와 ‘어서와, 내 책은 처음이지?’하면서 말을 건네는 순간 그는 의미 있는 이름이 되었다. 그냥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예전에 살아 숨 쉬었던 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그가 저술한 것으로, 로마가 어떻게 세력을 확장하고 번영을 누렸으며 어떤 식으로 몰락해갔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부제에도 나와 있지만, 그는 로마의 번영이 몰락의 시초라고 주장한다.


  특이한 관점이다. 대개 한 나라의 역사를 다루는 것을 보면 번영 후부터 몰락의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그 나라가 융성할 때부터를 시초로 본다.


  하긴 무척이나 잘 살던 시기가 지나가면 쇠퇴기가 온다. 그건 어느 나라건 비슷했다. 대제라 불리는 왕이 영토를 넓히고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 놓으면, 그의 후계자들이 다툼을 벌이면서 나라를 조각내고 결국은 망한다. 음, 그렇다면 국가의 몰락 시기를 번영 때로 잡은 몽테스키외의 관점이 더 타당할지 모르겠다.


  로마가 세력을 넓히는 과정을 읽으면서, 참으로 교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저렇게 상대를 속이고 자의적으로 조약을 해석하며 뒤통수를 치는 걸까? 그런데 다른 나라가 당하는 걸 보면서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로마에게 점령당하는 나라들을 보니, 참 어수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도 모르는 건가? 아니, 이런 상황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로마의 정치가들은 참으로 대단했다. 신뢰라 신용 같은 건 애초에 없던 모양이다. 오직 그들에게 있는 것은 자기 나라의 부국강병뿐!


  로마가 서서히 망해가는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문득 생각나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는 역사를 왜곡시키는 걸로 모자라, 어떤 부분은 잊으라고 어린 세대를 교육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그 나라가 로마처럼 화려하게 꽃을 피운 것도 아니다. 하아, 그 나라가 어찌될지 걱정된다. 이민을 떠나지 않는 이상, 내가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곳이니 말이다.


  로마 민중은 이제 더 이상 국사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대다수는 해방 노예이거나 직업도 없이 국고를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신세로 전락하여, 느끼는 것이라고는 자신들의 무능밖에 없었다. 그들은 마치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처럼 애통해하면서 나약한 자신들의 처지를 비통해했다. -p.206

  우리가 평민이라 부르는 로마 민중은 가장 악랄한 황제들조차 증오하지 않았다. 민중은 권력을 잃고 난 뒤 더 이상 전쟁에 몰두할 일도 없어졌고, 결국 그 어떤 민족보다 비열한 처지로 추락해버렸다. (중략) 그들은 각종 시합과 구경거리에 열중하게 되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줄 호민관도, 또 정무관을 선출할 일도 없어지자 이런 쓸데없는 오락거리만이 중요해졌고, 나태함 속에서 기호만 날로 높아졌다. -p.212


  어디서 많이 본 상황 같다. 로마라는 글자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몇몇 상황을 현대적으로 고치면……. 문득 삼십여 년 전부터 유행한 3S 정책이 생각난다.


  그나저나 콘스탄티노플의 민중이 두 개의 당파로 나뉘어져 싸웠다는 대목에서는 웃어버렸다. 청색당과 녹색당으로 나뉜 이유가 어느 배우를 더 좋아하는가에서 비롯되었다니! 그 결과 제국의 모든 도시가 두 파로 나뉘어 경쟁했고, 유스티니아누스가 청색당을 지지해서 편애하는 바람에 갈등이 더 깊어졌다. 그래서 동로마의 분열이 가속화되었다고 한다.


  아니,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하지만 지금도 가끔 벌어진다. 전 국민이 열성적으로 하진 않지만, 아이돌 팬들끼리는 싸우긴 한다. 음, 그런 거였구나.


  돌고 돌아오는 것은 부메랑이나 패션만이 아니다. 역사도 그러하다. 부메랑은 잘못 받으면 던진 사람 손만 아프고, 패션은 따르지 않아도 개성이니까 넘길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를 잘못 다루면 미래가 사라지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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