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아포리아 - 뻔한 도덕을 이기는 사유의 정거장
사토 야스쿠니 & 미조구치 고헤이 엮음, 김일방.이승연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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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뻔한 도덕을 이기는 사유의 정거장

  저자 - 사토 야스쿠니,미조구치 고헤이 공편




  '모럴 아포리아'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다. 모럴 Moral은 도덕적이라는 뜻이고, 아포리아 aporia는 하나의 명제에 대해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므로 그 진실성을 확립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까 도덕적으로 양쪽의 의견이 너무 팽팽해서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명제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역시 책도 그런 내용이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 한 명이 다 저술하는 것이 아니라, 19명의 일본 교수들이 각각 한 개의 난제를 담당해서, 여러 가지 예와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총19개의 도덕적 난제와 그에 대한 명제(여기서는 테제)와 반대 명제(여기서는 안티테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딱 잘라 말하지는 않는다. 읽는 사람들이 생각을 정리하고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드라마로 따지면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간혹 어느 쪽에 더 힘을 준다고 적거나 현재 세계적으로 어떤 추세를 따르는지 덧붙이기도 한다.


  책에서 다룬 것들 중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난제들이 있었다. 간혹 온라인 게시판이나 실제 생활에서도 다툼이 일어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거리들이다.


  예를 들면, 6장 '종의 보존인가, 아니면 인간의 삶인가'라는 명제가 있다. 이의 테제는 '모든 생물은 동등한 생존권을 가진다.'이고, 안티테제는 '인간 이외의 생물의 생존보다 인간의 생존 또는 이익이 우선한다.'이다. 이 문제는 8장 '생명은 어떤 경우라도 존중받아야 하는가?'와 묘하게 맞물리면서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의 테제는 '생명은 어떤 경우라도 존중받아야 한다.'이고, 안티테제는 '그렇지 않다.'이다.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면, 다른 생물의 동등한 생존권을 보장해야한다고 할 수도 있다.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면서, 인간의 생존권만 우선한다면 말이 안 되지 않을까? 문득 개고기 논쟁이 떠올랐다. 그리고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무분별한 자연 훼손도 생각났다. 인간의 주거지와 농경지를 얻기 위해 다른 동물들의 주거지를 파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라는 문제가 기억났다.


  또한 11장 '신앙은 시민생활을 넘어설 수 있는가'는 요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이다. 경전에 적힌 법과 인간의 법률이 충돌될 때, 어느 것을 따라야하는 건 문제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당연히 경전에 적힌 대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이상 국가의 법을 따라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13장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가'도 예전부터 계속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고 한다면, 자살 방조죄 같은 것은 당연히 없어져야 할 것이다.


  아마 저자들은 이런 문제를 통해 개인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어느 쪽으로든지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해서,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기 주관을 갖는 인생을 살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어디 가서 논쟁을 해도 밀리지 않는 철학적 학문적인 생각의 배경을 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사회적 이슈들과 연관 지어 읽으니까, 글이 조금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걸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어느 대목은 도대체 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에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예를 들어서 쉽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냥 학문적이고 이론적으로만 접근해서 난이도가 느껴졌다. 도덕적 사고란 어렵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좀 더 생각을 깊이 할 수 있고, 사회적인 시야를 넓히며, 철학이나 사회사상 쪽으로 견문을 더 넓히면 그 때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지금은 반 정도밖에 받아들이지 못한 책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 나온 명제들은 싸움나기 딱 좋은 것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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