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사물들
장석주 지음 / 동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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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장석주



  이런 글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해왔으며, 얼마나 주의 깊게 사물을 관찰했을까하는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왔던 책이다. 주위의 사물을 보면서 거기에서 연상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철학적 의미 그리고 철학가들까지의 연결이 독특했고 개성이 묻어나왔다.


  문득 작년에 읽었던 '식탁 위의 철학'이 떠올랐다. 그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요리들에서 철학가와 그들의 사상을 연결시킨 책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비슷하다.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 또는 요리를 철학가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차이도 있다. 아무래도 쓴 사람이 다르다보니, 각자의 개성이나 관점, 중요시 여기는 사항들에서 차이점이 있다. 우선 다룬 소재부터 다르다.


  이 책은 분위기가 차분하다. 어떤 느낌이냐면, 골목에 있는 다른 집들의 불은 거의 다 꺼지고 멀리 보이는 고층 건물에 한두 개 켜있는 새벽. 가끔 컹컹거리는 개 짖는 소리만 들리는 그런 적막한 골목. 겨울이라면 찹쌀떡 사라는 소리도 간간히 들리는 시간. 약간의 바람이 불어 창이 미약하게 덜컹거리는 그런 날씨. 내 앞에는 차 한 잔. 날씨에 따라서 차갑고 따뜻한 것이 결정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한 음악.


  저자는 현대 사회에 관심도 많고, 시사적인 부분이나 연예오락도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 상당히 현대 문물에 대해 비판적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런 걸 느낄 수 있다. 첫 이야기인 '신용카드'에서부터 시작해서 후반에 나오는 '활'까지 그런 어조를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냉소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다시 보면 그것보다는 비정하고 비인간적인 현대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관계, 취향, 일상, 기쁨 그리고 이동이라는 주제로 저자는 신용카드, 휴대전화, 담배, 면도기, 가죽소파, 탁자, 책, 병따개, 시계, 여행가방 그리고 우산 등등의 주변 사물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펼쳐내고 있다. 사회의 부품이 되어버린 인간, 타인을 제쳐야 자기가 이기는 경쟁 사회, 텔레비전에 조련당하는 인간들.


  사물과 어떤 철학가의 사상과의 연결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처럼 금방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리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의 사색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생각한 것을 다른 이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아직 철학가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에, 이런 사람도 있다는 정도에서 넘어갔다. 하지만 그 외에 저자의 생각을 적은 부분은 꽤나 흥미 있게 읽었다. 그리고 부록으로 등장하는 철학가들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놓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짧게는 한 쪽, 길게는 두 쪽 정도로 생애와 사상 그리고 대표 저서에 대해 적혀있었다.


  무엇보다 스티브 잡스를 철학가로 분류한 것은 흥미로웠다. 진짜 이 사람은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재평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난 애플 제품이 하나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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