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과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 인문학자 버트먼 교수의 과학사 산책
스티븐 버트먼 지음, 박지훈 옮김 / 예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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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인문학자 버트먼 교수의 과학사 산책

  원제 - The Genesis Of Science

  저자 - 스티븐 버트먼

 

 

  제목이 무척이나 관심을 끌었던 책이다. 인문학과 과학은 분야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향도 다르고,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고. 그런데 인문학자가 과학을 말한다? 호기심이 생겼다. 어떻게 접근을 해서, 어떤 방식으로 서술을 할까?

 

  이 책의 뒤표지에는 ‘인류 최초의 과학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었다!’고 적혀있다. 책을 펼쳐보면, 목차도 그러하다. 신석기 시대나 고대 이집트는 ‘과학의 탄생, 그 이전의 과학’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왜 그럴까? 의아했다. 그리스 이전의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도구를 만들어서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서 사용했고, 그것이 그리스 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왜 그건 과학 이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걸까? 이집트인들의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기계장치나 고대 장의사들이 썼던 천연 탄산소다의 효능이라든지 10진법을 이용한 수학이 왜 그렇게 분류되었을까? 거기다 메소포타미아의 천문학과 60진법 수학까지!

 

  저자는 그들은 신화에 너무 얽매였기에, 진정한 과학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과학은 과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따지면 그리스 로마 사람들도 신화를 갖고 있긴 했는데 말이다. 물론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신들보다는 좀 더 자유분방하고 인간보다 더 난잡하긴 하지만. 그리고 가끔 그들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은 신들의 영역이라고 여기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 책은 그리스 시대에 발전한 다양한 분야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과학책들처럼 어려운 이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시대의 문헌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예로 들면서, 이런 식으로 이런 분야의 과학이 이렇게 발전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 예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일리아드 오디세이 같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음향학’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고 치면, 일리아드 오디세이에 나오는 소리에 관련된 일화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음계를 인식한 피타고라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우연히 대장간을 지나가다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금속판의 길이에 따라 톤의 높낮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고대 그리스의 극장 건축에까지 이야기는 확장된다. 반원형의 극장과 좌석의 배열이 어떻게 배우의 음성을 멀리까지 보낼 수 있는지, 그들이 연구한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대의 음성학에 관련된 여러 가지 분야들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마무리한다.

 

  거의 이런 식의 구조로, 광학, 음향학, 기계학, 화학, 지리학과 지질학, 기상학, 천문학, 생물학, 의학 그리고 심리학을 얘기한다. 현대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그 시대에도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가들은 천재인 모양이다. 철학가이자 음악가이자 수학자이고 과학자이고 건축학자까지 겸업을 하고 있으니. 어느 책에선가 나와 이 세상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철학에서 거의 모든 학문이 뻗어 나왔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아마도 생각을 하는 인간만이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가 멸망한 다음, 로마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과학적인 업적을 기록하고 응용하고 보존했는지 언급한다. 그리고 십자군 전쟁과 르네상스까지 약간 다루고.

 

  과학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아, 그리스 사람들 이름이 좀 길어서 ‘이게 누구지, 앞에서 나왔던 사람하고 비슷하네, 아 다르구나.’ 이런 생각이 자주 들기는 한다. 하지만 어려운 이론이나 용어가 나오는 게 아니라서, 편하게 읽었다.

 

  거기다 신화의 이런 부분이 이렇게 연결된다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한번쯤은 들었을 법한 사람들의 일화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에필로그 부분에서 그리스 시대와 현대의 과학자들의 차이에 대해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철학은 모든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 돼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그리스 이외의 시대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 시간에 배우기는 중국 문명이 더 일찍 발달했다고 알고 있는데, 모든 과학이 그리스 시대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꼬집어 말할 수 있을까?

 

  거기다 중국에 대해 다루고 있는 항목의 부제는 ‘고대 중국, 질주를 멈춘 과학의 기차’였다. 그리고 달랑 9장 한쪽의 분량. 글쎄, 질주를 멈추었다고 봐야하나? 진짜로? 서양이 이후 더 발전을 했기 때문에, 그리스 시대의 과학을 더 높이 산 것일까? 하지만 서로 영향을 받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국이나 고대 마야 등은 아예 다루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고 본다. 그 부분에서는 뭐라고 해야 하지, 음. 빈약하다. 그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넣었다는 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 부분이 이 책의 옥에 티였다고 본다.

 

  서양인이 썼기에 그리스 시대 중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동서양의 모든 역사와 신화를 아우르는 사람이 썼다면, 균형이 맞춰졌겠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하는 의구심도 들고. 나중에 동양인이 쓴 과학사에 대한 책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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