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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omething in the Water, 2019
작가 – 캐서린 스테드먼
다큐멘터리를 찍는 ‘에린’과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마크’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다. 그런데 마크가 실직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둘 사이는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보라보라섬으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둘은 스킨스쿠버를 즐기다 가방을 하나 발견한다. 그 안에는 현금다발과 수많은 다이아몬드 그리고 권총이 하나 들어있었다. 바닷속에서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한 둘은, 사고 소식도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참의 망설임과 논의 끝에, 가방을 갖기로 한 에린과 마크. 영국으로 돌아와 가방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런데 그들과 같이 섬에 있던 젊은 부부가 스킨스쿠버를 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소설의 도입부는 상당히 강렬하다. 바로 부인이 남편을 파묻고 있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개월 전, 둘이 아직 결혼식을 올리기 전으로 돌아간다. 독자는 부부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끝이 나는지 다 알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리고 주목하게 된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꼈던 두 사람이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 말이다.
사람은 어렵고 힘들 때 본성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잘 나갈 때는 여유가 있으니 그럭저럭 자신을 포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심적으로나 물적으로 여유가 없어 포장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 책의 마크가 그러했다. 잘 나가는 금융업 종사자에서 하루아침에 거의 쫓겨나다시피 실직하면서, 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물론 여유자금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에린은 예술계 쪽이니 수입이 일정치 않을 것이고, 당연히 그가 세워놓았던 모든 계획, 그러니까 육아라든지 자신들의 노후 대비, 주택 구입 등등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결말을 알고 읽으니, 그가 내뱉는 대사라든지 행동 등이 하나하나 다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에린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서 ‘이 사람, 지금 가스라이팅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건 어쩌면 도입부에서 읽은 사건에 꿰어맞추기 위해 그런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선입견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남자가 가해자였고 여자는 피해자였다는 그런 일반적인 선입견 말이다. 아무래도 남자가 가해자로 등장해 교묘하게 여자를 조종하고 세뇌하다가, 막판에 여자에게 반격당하는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보다.
그러면 에린은 피해자였는가? 음, 중후반까지 그녀의 행동 때문에 답답하고 속 터지는 줄 알았다. 실직 이후 마크가 보인 행동과 말 때문에 그녀는 콩깍지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살짝 벗겨진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그와 상의하지 않고 일을 벌인다. 그 대목을 읽는 순간, 진짜, 와……. 에린은 석방을 앞둔 범죄자들과의 인터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녀가 범죄 수사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어릴 때부터 스릴러 액션 추리 범죄 수사물을 의무적으로 읽혀야 한다. 그래야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또 하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쉽게 읽히고 중간에 눈 돌릴 틈을 안 줄 정도로 빠른 속도감이 있었는데, 다 읽고 나니 어쩐지 뒷맛이 씁쓸해지는 작품이었다. 에린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었기에, 마크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궁금했다. 위에서 언급한 에린의 뻘짓 때문에 잠시 사건에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한 것은 아닌지, 알아서 처리하고 나중에 그녀에게 진상을 알려줄 계획은 아니었는지, 이런저런 의문이 들었다.
나도 보라보라섬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