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Hell Fest , 2018
감독 - 그레고리 플롯킨
출연 - 에이미 포사이스, 레인 에드워즈, 벡스 테일러 클로스, 크리스찬 제임스
‘나탈리’, ‘브룩’ 그리고 ‘테일러’는 각자의 남자친구들과 함께 ‘헬 페스트’라는 공포 축제에 놀러 간다. 으스스하게 꾸며진 미로와 유령의 집을 돌아다니던 중, 나탈리는 가면을 쓴 사람이 살인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러나 그녀는 쇼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떠난다. 축제를 즐기는 도중, 나탈리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는 몇 년 전에 축제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아까 보았던 것이 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데…….
놀이동산에 왔다가 사건·사고에 얽히는 것은 흔한 설정이다. 영화 ‘참극의 관 The Funhouse, 1981’도 있고, ‘다크 라이드 Dark Ride, 2006’ 그리고 작년에 개봉한 ‘속닥속닥’도 다 주인공 일행이 놀이동산에 갔다가 참변을 당하는 내용이다. 더 본 거 같은데 생각이 안 난다. 그런데 저 영화들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간략하게나마 원인을 말해주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그냥 살인마는 지나가다가 아무나 걸리면 죽였고, 주인공 일행은 그냥 운 나쁘게 살인마의 눈에 들어서 살해당하는 것이었다.
영화는 공포 축제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이를 즐기며 신나게 노는 방문객들의 모습, 그리고 혼자서만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주인공의 심각한 모습을 대비시켰다. 그걸 보면서 문득 외국의 어느 유령의 집에는 진짜 사체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생각나고, 극 중에서 분명 몇 년 전에 살인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축제 허가를 받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축제에 놀러 온 수많은 사람 중에서 어떻게 주인공 일행만 딱 골라서 죽이는지 의아하기도 하고…….
영화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주인공은 축제에 와서 우연히 살인마를 맞닥뜨리고, 그때부터 ‘날 보고 그냥 간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라는 심정으로 살인마는 주인공을 따라다니면서 그 일행을 하나둘씩 죽여간다. 나만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집착인가? 처음에는 주인공 혼자 이상하게 예민한 사람 취급받다가 나중에는 살인마가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자 사람들은 놀라 우왕좌왕 허둥지둥하고, 결국 살인마와 주인공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그리고 결말은 뭐, 다른 공포 영화와 그리 다르지 않게 평범했다.
나중에 살인마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음……. 어떻게 보면 그걸 반전이라고 하고 싶었나 보다. 옛날에는 어린이용 동화책에 나쁜 사람들은 무서운 표정을 한 늑대라든지 흉악한 얼굴을 한 인물로 그려졌다. 딱 보면 그 사람이 나쁜 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식으로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평범한 얼굴을 하거나 아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살인마도 그랬다. 가면을 벗은 그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쓰지도 않았고, 화상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스키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다. 평범함 속에 숨은 잔인함과 폭력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것도 아니면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게 다가 아니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예뻤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