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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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소설 자체보다 더 유명한 설국의 첫 문장이다. 나 또한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이 문장을 접해봤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일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자마자 책장에 꽂혀있던 설국을 꺼내 들었다.

 

설국은 저자가 오랜 기간동안 잡지에 연재한 작품을 한데 모아 출간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줄거리의 개연성이나 구성보다는 배경 묘사나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대신 주인공의 시야를 따라가면서 눈 덮인 한적한 온천마을의 오묘한 분위기를 느껴나갔다. 한량과 두 게이샤의 애매한 감정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했던 면도 분명 있었지만, 배경에 대한 묘사가 워낙 압도적이었다. 번역본이 이 정도인데 원문인 일본어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150여 페이지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서정적인 분위기의 여운은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분 탓인가. 요즘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 많이 손에 잡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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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메카 2018-06-2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본인 작가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라는 것에서 의의가 큰 작품이죠.
소설의 배경이 니가타 현이라는데, 그 곳의 유자와 온천에 머물면서 쓴 소설이라 겨울에 여행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카페에 ˝설국˝을 소재로 한 모임도 있고 그 외에도 영화나 독서모임에 대한 여러 정보가 있어요. 관심있으시면 한 번 들려보세요.

˝설국˝ 선정모임
https://cafe.naver.com/moimmecca/3327

모임메카 카페
http://cafe.naver.com/moimmecca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5가지 방법 - 정답 없는 문제조차 정답을 제시해야 하는 당신을 위한
조셉 L. 바다라코 지음, 최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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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의사결정론에 관한 책이 아니다. 뜬구름만 잡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 원제를 먼저 확인해보자. ‘Managing in the Gray’,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애매모호한 회색지대를 관리하는 법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회색지대 문제는 항상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한다.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경영 관리 측면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회색지대 문제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핵심적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고사하고 문제 자체를 정의 내리기도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결정도 틀린 것은 아니다. 옳은 것과 옳은 것 사이, 어렵지만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은 것은 자명하다.

 

저자인 조셉 바다라코 교수는 회색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쳐야 할 5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최종 결과는 무엇인가?

나의 핵심 의무는 무엇인가?

현실 세계에서 실효성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내가 감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얼핏 뻔해 보일 수 있는 이 다섯 가지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각각의 질문들은 의사결정에 있어 유용할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고찰도 담겨있다. 칸트와 마키아벨리와 같은 서양의 사상가는 물론, 묵자 공자 등의 동양 철학이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질문에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동서양의 전통(?) 윤리를 현대 경영윤리에 적절하게 접목시킨 저자의 통찰과 연구의 깊이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위 질문들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세스로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며 하나의 질문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다른 질문이 채워준다.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쉬운 방법은 분명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 찾아올 회색지대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직관이나 데이터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다섯 가지 질문을 활용할 수 있으면 한다. 이 프로세스가 항상 성공을 장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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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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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 자체가 궁금해서 구입한 책은 아니었다. 주제나 내용보다는 저자인 김봉진 대표가 이 책을 손에 든 이유였다.

 

얼마 전 배달의 민족 창업과 브랜딩을 다룬 홍성태 교수님의 배민다움을 읽고 김봉진 대표의 팬(?)이 되었다. 창업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그다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배달의 민족과 김봉진 대표에게는 사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어 지속적으로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점에 진열되어있는 책들 가운데 낯익은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매체를 통해서 저자가 다독을 하고 책에 관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독서법 책까지 냈다니 호기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의 책에 대한 태도, 책을 읽는 방법 그리고 책을 일상생활에 응용하는 팁까지... 이 책은 그야말로 책으로 가득하다. 목차와 도입부만 봐도 저자가 책을 얼마나 사랑하고 많이 읽어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후반부는 김봉진 대표의 추천도서와 그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제목과 저자만 쓰여있는 경우가 흔하지만,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추천 이유까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 책을 다 읽은 뒤 장바구니에 또 여러 권의 책이 추가되었다. 슬슬 리뷰쓰는 속도가 책 읽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데 큰일이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책을 다루는 몇 가지 방법에서 저자와 공통점이 있었다는 게 꽤나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한다.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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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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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책에 관한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한 무렵, 동시에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작은 책방에도 관심이 생겼었다. 관련된 책을 읽어봤고 책방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소식을 받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당인리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김소영 아나운서(지금은 사장님? 작가님?)의 계정을 접하게 되었다. 남편인 오상진 아나운서와 MBC를 퇴사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서점을 차렸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거리가 멀어 아직 당인리책발전소에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서점의 소식은 항상 받아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주간 best 10과 주인장님의 무심한 듯 센스넘치는 글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예약구매 했다. 1쇄인 거 자랑

 

책에는 mbc 퇴사 후 그리고 서점을 개장한 후 다녀온 일본 책방 여행 후기와 책방 운영, 꿈과 행복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무겁진 않지만 진솔하고 깊이 있는 저자의 글에서 공감은 물론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표지도 핑크색인데 본문 페이지의 하단부도 핑크색으로 그라데이션 처리가 되어 있어 불량인 줄 알았으나 원래 그런거였다... 신기했다.

 

무튼 조만간 시간을 내어 당인리책발전소에 가봐야겠다. 책에서 느꼈던 편안한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앞으로도 좋은 글, 행복한 공간 이어나가길 지켜보고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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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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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출판사에서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흥미로운 시리즈를 내놓았다. 국내외 전문가 100인과 세계적 거장 100인 그리고 그들이 숨 쉬었던 154개의 도시.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문구 아래 100권의 책이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현재는 셰익스피어, 니체, 클림트 세 권의 책만이 판매 중이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세 번째 이야기는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과 생애를 다룬다. 다른 두 권의 책도 구입하긴 했는데 이 책이 가장 눈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먼저 펼치게 되었다. 그리고 카페에 앉아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100페이지 내외의 짧은 책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한숨에 다 읽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며 클림트의 발자취를 좇는다. 대표작 키스를 포함해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벨베데레 미술관을 비롯하여 빈의 진보적인 예술가들이 결성한 빈 분리파의 전시장 제체시온등을 거쳐 거장의 마지막 작업실인 클림트 빌라까지... 클림트의 향기가 남아있는 빈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구스타프 클림트에 대해 아는 게 많지는 않았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몽환적인 그림을 그린 화가라는 것과 화려한 색감 때문에 여러 광고에 사용되었다는 것. 또한, 최근에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클림트의 작품 유디트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정도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클림트라는 사람에게 푹 빠져버렸다. 논란이 많은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클림트는 지금은 물론 생전에도 매력적인 예술가였으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빈의 유명인사였다. 현대를 거부하고 과거를 지향했던 빈이라는 도시에 클림트와 같은 혁신가가 있어 조화롭고 아름다운 도시를 유지한 게 아닐까.

 

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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