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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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대학내일에 기고하던 고민 상담 칼럼을 책으로 엮어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출간되는 대학내일 잡지(콘텐츠보다는 표지 모델이 더 화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종 유명인들도 표지에 등장하곤 한다.)는 학교 지하철역 입구나 동아리 방에서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어 심심할 때 들쳐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저자의 칼럼은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 거로 보아 정말 대충대충 읽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기에 책의 내용은 자연스럽게 20대의 고민과 저자의 답변으로 채워져 있다. 4장으로 각각 자아, 사랑, 관계, 미래의 주제를 담고 있다. 미래와 인간관계를 걱정하는 무거운 고민부터 글만 읽으면 잠이 온다, 머리가 너무 커서 고민이다.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고민까지 20대의 솔직한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 또한 20대이기에 공감 가는 고민들이 꽤나 있었다. 실제로 해봤거나 여전히 고민하는 주제들도 있었고 책을 읽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기도 했다. 원래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별생각 없이 헤헤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이 조금은 변화를 준 듯도 하다.

 

저자는 독자들의 모든 고민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위트있는 답변을 남긴다.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뜬금없이 본인의 소설을 홍보하기도 하지만 진심이 담겨있다는 것은 글을 통해서도 잘 전달된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소한 위로를 건네주는 저자의 답변에서 적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상대가 내 진심을 알아주었으면, 피식 미소지을 수 있다면. 더한 것은 바랄 생각이 없다.

 

표지에 쓰여있는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이라는 문구가 이 책을 정말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고민하고 있는 20대에게 심심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무겁지 않게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순간순간 미소짓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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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필립 한든 지음, 김철호 옮김 / 김영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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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이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여행자들의 소지품 목록을 짧은 설명과 곁들여 나열했다. 어찌 보면 시와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여행과 그에 필요한 소지품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루겠거니 했지만, 제목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었다.

 

41명의 여행자와 그들의 여행 소지품을 다룬다(사실 40명과 한 마리다). 처음 접해보는 낯선 여행자도 있고 마르셀 뒤샹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익숙한 이름도 종종 보인다. 반지의 제왕의 빌보 배긴스’, 소설 모비 딕의 화자 이스마엘처럼 허구의 인물도 자유로운 여행자로서 이 책에 등장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한 마리북극제비갈매기 또한 책의 한 부분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35,000km 대장정에 나선 갈매기의 소지품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물론 북극제비갈매기에게 소지품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가볍게 떠나기에 가장 부합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와 구성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각 여행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들의 소지품을 언급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우 반복적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초반에는 흥미롭게 책장을 넘겨 나갔으나 점점 피로를 느끼고 심드렁하게 텍스트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1회독을 마친 뒤 이건 아니지 싶어 책을 한 번 더 펼쳤다. 그리고 어렴풋이 읽어낼 수 있었다. 소지품, 즉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에 대해서. 물질의 획득이 곧 기쁨인 지금,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얻을 수 있는 모순적인 기쁨을 생각해볼 기회였다. 셔츠 두 벌과 주머니에 쑤셔 넣은 칫솔 하나만을 지닌 채 주말마다 여행을 떠났던 뒤샹처럼 가볍게 떠나기를 언젠가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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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도서관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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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을 한 사람이 쓴 게 정말 맞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한 소재와 배경을 자랑한다. 공통점은 모든 작품 속에 책이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책을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 쓴 느낌을 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보통 단편 모음집을 읽고 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한 작품들이 한두 편 정도는 꼭 생기기 마련인데 이 책은 달랐다. 12편의 작품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어떤 작품에서 감명을 받았다는 것을 떠나서 줄거리와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이 또렷하다. 좋아하는 이 잔뜩 등장해서일까 이야기마다 뚜렷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어서일까. 신기했다.

 

저승을 거대한 도서관으로 묘사하고 그 안에서 본인만의 책을 완성해야 니르바나(열반)에 들 수 있음을 다룬 저승은 커다란 도서관’. 책에 대한 탐욕이 만들어 낸, 인피(人皮)로 제작한 책이 가득한 비밀스런 도서관을 물려받은 사내의 이야기 비블리오마니아의 붉은 도서관’. 책의 은 과연 누구일까. 분서갱유의 진시황,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불태운 테오필루스 등에 대한 고발과 변호, ‘다큐멘터리 책의 적을 찾아서’. 등등 독특한 누드 사철 제본의 책에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야기는 끝이 없고 항상 흥미롭다. 김이경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절로 관심이 간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기는 쉽지 않을텐데... 이렇게 장바구니가 또 늘어간다:) 읽고 싶은 책은 계속 늘어나지만, 시간은 점점 부족해진다. 아쉽기 그지없다.

 

책을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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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음보다 다름 -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홍성태.조수용 지음 / 북스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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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교수님의 책은 다 찾아 읽을 기세다. 요즘 경영경제 책을 통 못 읽는듯해 책장을 뒤적거리다가 꺼낸 게 또 홍성태 교수님의 책이었다. 수업은커녕 학교에서 한 번 마주친 적도 없는데 매번 텍스트로만 배우고 있다. 이전에 읽었던 배민다움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도 재밌게 읽어 이번 책 또한 기대가 컸다.

 

이 책은 다름’, 즉 차별화를 다룬다. 시중에 있는 많은 경영, 마케팅 관련 책들이 차별화를 소개하지만, ‘나음보다 다름처럼 한 권 전체에 걸쳐 파헤치는 경우는 많이 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 가지 주제만을 다뤘기에 차별화에 관련된 심도 있는 분석과 여러 흥미로운 사례가 담겨 있다. 익숙한 기업이나 브랜드 외에도 각각 문고본과 입욕제로 유명한 펭귄북스, 러쉬 등의 참신한 사례들은 자칫 뜬구름 잡고 재미없을 수 있는 경영학책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홍성태 교수님은 마케팅 전략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경쟁자와의 차별적 우위점을 어떻게 고객에게 인정받을 것인가에 대한 게임진정한 차별화는 제품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항상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이 아닐까 싶다. 목차 순서대로 다름을 만들보여주고 유지하고 점검하는 동안 계속 등장하는 개념은 고객의 인식심리적인 가치.

 

책에 언급된 내용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최근, 젊은 MBA 출신들이 브랜드의 개념을 이해하고 보전하기보다는 기존 이미지에 쉽게 편승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뜨끔했다. 학교에서 팀플이나 기업분석을 할 때 가장 무난하고 쉽게 생각했던 제언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기억을 되돌아보면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하여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참 많이도 발표했다.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암튼 제품이 아니라 라는 브랜드를 차별화할 때 이 책에 담긴 내용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아이템이나 제품 브랜드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삐뚤어진 경영학과 학생이라 그런지 다른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솔솔 떠올랐다.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흔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다름이 있는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자 한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이 그 길을 조금이나마 알려주지 않을까? 머릿속에 담아 둘 내용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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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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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두 달 만에 읽은 김영하 작가의 소설. 이 책보다 먼저 구매한 김영하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장편 소설에 먼저 손이 갔다.

 

우선 이 책은 구성이 매우 특이하다. 어디부터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정보전달인지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소설이지 않을까 싶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소설은 경남 밀양에서 전해져오는 전설인 아랑전설을 소재로 한다. 아랑전설이란 이름 자체는 낯설지 몰라도 내용은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밀양부사의 딸 아랑이 유모와 통인(관아의 심부름꾼)의 흉계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된다. 이후 밀양에 새로 부임하는 부사는 모두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밀양부는 관리들이 꺼리는 기피 지역이 된다. 이때 밀양부사를 자원한 이상사라는 사람은 첫날 밤 아랑의 원혼과 대면하고 그 억울함을 듣는다. 다음 날 범인을 잡아 처형하고 아랑의 시신을 찾아 위로하여 한을 풀어줬다고 한다.

 

이 전설을 소개한 뒤 김영하 작가는 이야기의 틈을 찾는다. 이야기꾼의 본분인 익숙한이야기를 다르게쓴다는 것. 저자는 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설로 풀어낸다. 역사 속 기록이나 전설에 등장했지만, 잠시 스쳐 지나갔던 인물을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하기도 하고 아예 시간을 현재로 옮겨 아랑의 혼과 대한민국을 사는 한 남자를 만나게 하기도 한다.

 

역사소설과 현대소설 그리고 그 둘을 아우르는 정체 모를 또 하나의 이야기. 세 가지 시점이 짧은 호흡으로 이 책을 구성한다. 그래서일까 이야기 자체의 흐름보다는 다른 곳에 더 흥미가 갔다. 예를 들어 김영하 작가는 정말 이런 식으로 소설 속 인물을 만들어내고 뼈대가 되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일까 하는 사소한 궁금증?

 

저자 본인의 목소리가 곳곳에 담겨 있어 이야기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이것도 저자가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설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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