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세대가 본 논어 1
배병삼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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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전반부에 논어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보았거나, 인간다운 삶이 뭔지를 고민하는 성인들 그리고 조숙한 학생들을 위한 책이다라고 하였다. 딱히 해당 사항이 없어 초반부터 뜨끔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논어를 언젠가는 제대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긴 했다.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 핑계겠지만 마침 학교 행사에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고 덕분에 반강제(?)로 기회가 생겼다.

 

책을 처음 보고 두 번 놀랐다. 우선 생각보다 책이 좀 두꺼웠다. 제목만 봤을 땐 전문이 수록된 게 아니라 해석이 주가 된 편집본 일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글세대가 본이라는 문구가 주는 선입견이었다. 1, 2권 모두 6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고 논어의 모든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에 읽은 1권은 1학이부터 10향당까지를, 2권은 나머지 10편을 다룬다. 다음으로 놀란 점은 방대한 텍스트의 압박에 비해 깔끔하고 친절한 해석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다수설과 저자의 의견이 조화롭게 배치된 건 물론, 이해하는 데 어려운 부분도 딱히 없었다.

 

구성은 깔끔하다. 논어의 한글 직역과 한자 원문이 앞에 나오고 참조할 내용과 저자의 해석이 뒤를 잇는다. 어려운 한자어나 고유명사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발언의 표면 뒤에 있는 숨은 의미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해석과 분석이 곁들어있다. 주자, 다산 정약용, 지봉유설의 이수광 등 동양 철학자들의 해석, 그리고 조셉 캠벨, 벤자민 슈월츠 등 서양 철학자들의 논의도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논어를 읽으며 공자라는 위대한 사상가의 가치관과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공자는 분명 형식주의자였지만, 알맹이 없는 형식의 경직화는 항상 경계하고 비판했다. 형식은 언제나 되돌아보기’, ‘반성적 성찰이 더해졌을 때 그 가치가 있다는 공자의 걱정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유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나 이념에도 해당할 것이다. 울림을 준 문구와 해석이 더 많이 있으나 모두 소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1권일 뿐이고 게다가 겨우 한 번 읽었다고 해서 논어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체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시작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빠른시일 내에 2권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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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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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가 풍기는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스릴러 소설이다. 그것도 매우 어둡고 답답한 공기가 소설 전반에 깊게 깔려있다. 원래 스릴러 소설과는 담을 쌓고 지내왔었는데 최근 들어 접할 기회가 계속 늘고 있다. 다른 장르의 책과 비교해 교훈이나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책을 읽고 있는 당시의 순간과 그 집중력에선 가장 높은 만족도를 주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마디로 전반부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후반부의 숨 막히는 빠른 전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폭풍우가 내리던 어느 밤, 차를 몰고 숲속 길을 달리던 주인공 캐시는 멈춰져 있는 차를 발견하지만 두려움을 느끼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다음 날 그 차에 타고 있던 여자가 살해당했다는 것을 접하고 캐시의 주변, 그리고 그녀의 기억에 이상한 일이 계속 생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캐시가 집에 혼자 있을 때마다 대답 없는 전화가 매일 걸려오고 사소한 것은 물론 중요한 약속이나 일상마저 기억해내지 못한다. 캐시 본인은 물론 남편과 지인들마저 지쳐가고 이때 주인공이 느끼는 절망과 당황함의 심리묘사가 너무나 생생하게 글로 표현되어 있다. 후반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여기까지.

 

다른 리뷰들을 몇 편 읽어보니 표지 뒷면에 있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문구가 일종의 스포일러 작용을 하여 반전의 효과가 약간은 떨어졌다는 평이 있었다. 그 뜻을 전혀 모르고 책을 읽었기에 끝까지 숨죽이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짧은 지식이 이럴 때는 꽤나 도움이 되었다:) 스릴러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기에 비슷한 장르의 다른 책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도 튼튼하고 번역도 잘 되어있어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계속 미루다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좀 더 빨리 읽어볼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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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빅데이터 - 새로운 기회와 수익을 만드는 빅데이터 사용법
이종석 지음 / 김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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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계절학기에 전공수업인 경영정보시스템(MIS) 과목을 수강하면서 기억에 남는 교수님의 언급이 한 가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빅데이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단순한 데이터마이닝과 빅데이터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MIS 과목이 빅데이터만을 다루는 수업도 아니었고 특강 자료로 짤막하게 언급된 부분이었기에 약간의 호기심만을 지닌 채 별도의 조사 등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하면서 호기심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가 산업 현장이나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정부나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기사를 많이 접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기업들이 자체 SNS나 오프라인 매장(아마존 고)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빅데이터화해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과 대조된다.

 

이 책은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고 기술적으로, 그리고 비즈니스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빅데이터가 그 유명세에 비해 활용이 어려운 이유로 저자는 차원의 저주를 꼽는다. 차원의 저주는 분석변수의 수가 증가하면, 그에 비례해서 케이스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으로 컴퓨터의 처리 용량을 넘어설 정도로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면 분석 속도의 감소로 인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를 극복해야 빅데이터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빅데이터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인공지능’, ‘머신러닝등의 내용도 많이 담겨 있다. 아마존 고나 알파고 같은 유명한 사례는 물론 저자가 참여했던 미 해군 핵잠수함과 GE의 사전 고장 예측 프로세스는 매우 흥미롭다.

 

기계공학과 출신이며 알고리즘 개발자임과 동시에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저자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책을 구성했다. 그만큼 유용한 기술 정보와 최신의 사례들이 담겨 빅데이터에 대한 왜곡된 지식과 무지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짧은 지식으로 이 책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지 싶다.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으며 또한, 현장에서 사업을 다루는 사람에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흥미와 더불어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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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 -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미래를 만드는가
임계순 지음 / 김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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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지난 612, 동남아시아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최초로 북미 간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의 휴양지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판문점이나 평양 등 다른 장소들도 거론되었지만, 싱가포르 측의 적극적인 개최 의지와 함께 특유의 안정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역사적인 회담의 개최지로 선정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스위스와 그 상황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그동안은 여러 대륙을 연결하는 금융과 경제 허브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회담 개최로 정치적 중립지대, 즉 중립 외교 허브로의 역할 또한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책은 1970년대 후반 개방에 나선 중국이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은 배경과 사례 등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싱가포르와 중국의 도시화 모델을 제시한 뒤, 중국이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싱가포르의 국가 운영(정당, 공무원), 정체성(국방, 외교), 정책(산업정책, 사회복지, 인재양성)을 샅샅이 파헤친다.

 

중국이 다른 나라가 아닌 싱가포르를 그들의 발전모델로 선택한 이유는 고도의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적인 유사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선 싱가포르 구성원의 70% 이상이 중국 출신이라 문화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또한, 싱가포르는 중국 공산당처럼 인민행동당이 장기집권함에 따라 정치적 안정성을 달성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보다 경제발전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은 동시에 다른 나라가 쉽게 싱가포르의 모델을 흉내 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사점과 특수성을 바탕으로 중국의 여러 도시는 싱가포르화되어가고 있다. 덩샤오핑의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 1000개를 세우는 것이 나의 꿈이라는 발언은 시진핑 시대에 이르러 쑤저우 공업단지, 톈진 생태 도시 등에서 그 실체가 나타나는 중이다. 싱가포르-중국 합작의 이 도시들은 향후 중국의 나아갈 방향을 함축시켜놓은 중국 내 싱가포르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4년 겨울, 싱가포르에 갔던 기억이 난다. 한국보다도 습하고 더웠던 날씨는 맘에 들지 않았었지만, 어디를 가도 깨끗하고 정돈된 분위기와 편리한 여러 시스템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중국의 싱가포르화가 대한민국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생각하고 유심히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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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의 기적 -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스리니바산 필레이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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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거나 일을 할 때, 집중을 유지하지 못해서 자책한 적이 다들 없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자책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인데 정말 좋아하는 몇 가지 일을 제외하고는 한 시간 이상 집중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특히 시험공부나 과제가 그렇다. 시작은 빨리한다고 하지만 딴짓을 하거나 이 책의 제목처럼 멍을 때려서결국 벼락치기로 급하게 마무리하는 게 부지기수다. 사슴은 사자에게 쫓길 때 극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사슴 공부법이 딱 내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이 공부법도 시험 기간에 서핑하다 찾은 건데... 반성해야겠다. ^^

 

사족은 각설하고 이 책은 앞서 얘기한 자책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버드대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집중 못지않게 비집중이 성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한 곳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집중 상태를 장시간 유지할 경우 처음에는 성과가 보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효율성과 창의성 측면에서 모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는 뇌의 재충전과 휴식을 의미한다. 책에는 꽤 많은 비집중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냥 쉬면 되는 거지 무슨 멍 때리는 방법을 3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책으로 배우냐고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인간의 뇌는 그리고 인간은 항상 집중하려고 노력해 왔기에 비집중은 우리에게 오히려 낯선 경험이다. 쉬라고 멍석을 깔아줘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랄까. ‘비집중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책을 읽는 동안 펼쳐졌다.

 

아직 책에 나온 비집중 방법들을 모두 체득하지는 못했다. 방법론이 상당히 많아 시간이 좀 걸릴듯하다. 하지만 집중에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은 가질 수 있었다. 집중이 만능은 아니기에 비집중과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지 않을까.

 

정신없었던 봄학기에 이어 쉬지도 못하고 여름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있는 지금, 모든 순간에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자책하던 나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잠시 뇌의 전원을 줄이고 흘러가는 대로 둬보자. 혁신은 치열한 집중보다는 느슨한 비집중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제목과 표지가 풍기는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게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으나 그만큼 근거와 사례가 탄탄하고 풍부하다. 흔한 자기개발서에서는 느끼기 힘든 신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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