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의 기적 -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스리니바산 필레이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공부하거나 일을 할 때, 집중을 유지하지 못해서 자책한 적이 다들 없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자책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인데 정말 좋아하는 몇 가지 일을 제외하고는 한 시간 이상 집중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특히 시험공부나 과제가 그렇다. 시작은 빨리한다고 하지만 딴짓을 하거나 이 책의 제목처럼 멍을 때려서결국 벼락치기로 급하게 마무리하는 게 부지기수다. 사슴은 사자에게 쫓길 때 극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사슴 공부법이 딱 내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이 공부법도 시험 기간에 서핑하다 찾은 건데... 반성해야겠다. ^^

 

사족은 각설하고 이 책은 앞서 얘기한 자책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버드대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집중 못지않게 비집중이 성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한 곳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집중 상태를 장시간 유지할 경우 처음에는 성과가 보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효율성과 창의성 측면에서 모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는 뇌의 재충전과 휴식을 의미한다. 책에는 꽤 많은 비집중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냥 쉬면 되는 거지 무슨 멍 때리는 방법을 3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책으로 배우냐고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인간의 뇌는 그리고 인간은 항상 집중하려고 노력해 왔기에 비집중은 우리에게 오히려 낯선 경험이다. 쉬라고 멍석을 깔아줘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랄까. ‘비집중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책을 읽는 동안 펼쳐졌다.

 

아직 책에 나온 비집중 방법들을 모두 체득하지는 못했다. 방법론이 상당히 많아 시간이 좀 걸릴듯하다. 하지만 집중에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은 가질 수 있었다. 집중이 만능은 아니기에 비집중과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지 않을까.

 

정신없었던 봄학기에 이어 쉬지도 못하고 여름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있는 지금, 모든 순간에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자책하던 나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잠시 뇌의 전원을 줄이고 흘러가는 대로 둬보자. 혁신은 치열한 집중보다는 느슨한 비집중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제목과 표지가 풍기는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게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으나 그만큼 근거와 사례가 탄탄하고 풍부하다. 흔한 자기개발서에서는 느끼기 힘든 신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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