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최고가 아니다. 그나마 차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직후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칼럼을 쓴 두 학자에 의해 생겨난 이 책은 시기적절한 시점에 읽게 되어 집중이 잘되네요.
지금까지 나온 사상중 그나마 가장 낫다고 여겨지는 민주주의. 하지만 민주주의도 무너질수 있다고 그것도 어이없게 무너질수 있다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최근작에도 실패한 국가의 예가 나왔었는데 그 나라들이 많이 겹쳐 이해하기 더 쉬었다. 민주주의 위기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눈 부릅뜨고 읽어서 잘 알아차릴수 있도록 지켜봐야겠다.
정치에 관심은 많지만, 진정 정치를 너무 몰랐다고 반성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이지만, 짧은 시간내에 민주주의스럽게 정치를 했던 나라이기도 했죠.
며칠전에 기생충에서 나온 빈부차가 한국보다 미국이 더 심하다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막연하게 느낌은 왔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너무나도 양극화되어있는 미국. 인종이나 문화까지도 차별화해버리는 뿌리깊어진 미국의 양극화.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잡힙니다. 단적으로 미국의 정치사를 예로 들었지만, 비슷하게 진행되었던 아시아와 남미쪽 나라들도 예시되어있어 재미있고 공감이 더 됩니다. 정치가 어떻게 되가는 것이 맞는지 정확한 답은 없겠지만, 어떤 길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국민스스로가 가져야할것으로 생각되네요.
남의 나라이야기이지만, 어찌도 이리 미국에서 겪어보고 반성했던 일들을 우린 서슴치않고 하고 있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상호배려와 자제를 한다면 뭐든 싸울일이 있겠나요? 우린 지켜볼뿐입니다. 매의 눈으로...

나의 슬픔이 승화되어...

홍당무 ㅣ 비룡소 클래식 3
쥘 르나르 지음, 펠릭스 발로통 그림, 심지원 옮김 / 비룡소 / 2003년 10월

나도 모르게 '야! 홍당무'라고 부를 때가 있다. 분명히 어디선가 강하게 학습된 결과라고 생각들었는데..혹시 이 책을 내가 어렸을 적에 읽었을지도..
올해 아동고전을 몇권 읽을 예정인데, 그 시작이 '홍당무'이다.
작은 챕터로 이루어져있어 호흡짧은 사람도 가독력이 있다.
막내아들을 이렇게 미워하는 엄마가 어디 있담? 새엄마일거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하지만 홍당무에겐 아빠와 대부가 자기편이 되어준다.
항상 엄마눈치를 보며 천덕구리로 살아온 홍당무는 엄마에게서 떠날 결심을 하고 마음으로만 삭이지않는 대범함을 보이며 상상속에 사는 아이로 자란다.
홍당무는 작가의 어렸을 적 모습이다. 너무 힘들었지만, 이런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쥘 르나르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을것이다.
나도 어쩜 아이들에게 마구 상처를 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반성.

그 시대를 느껴보자

서양미술사 (반양장)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35페이지의 초서를 병행하고 온라인모임에서 한주에 한챕터씩 읽어나가서 8개월만에 완독입니다.
본적은 있고 들어보기는 한 작품이나 작가의 설명과 함께 서양미술사를 더듬어보니 그 기쁨은 최고였다.
무리하지 않으며 진행해온 여정이기도 했고, 다 읽어갈 무렵에 이탈리아여행으로 직접 확인할수있는 기회까지 갖게되서 더욱더 체득할수있는 시간들이었다.
마지막 부분 당최 이해하기 힘든 현대미술이었지만, 왜 이 작가들은 이런 그림을 그릴수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가 됬다. 무엇이든 공감과 이해로부터 상대편에 한발짝씩 나아갈수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미술공부는 이제 시작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내 그림 한폭을 가질수있는 날이 오리라 여겨진다. 좀 더 깊이있는 미술사공부와 음악사 공부도 해보고 싶다. 추천합니다.

복종하지 않는자, 저항하는 자

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이 책과 월던을 산지가 오래됬는데 고이 모셔놨다가 이제서야 읽습니다. 약간 어두운 시절에 읽었다면 그 맛이 달랐을텐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묻혀져있던 작품을 톨스토이가 발굴해내고 간디가 유명하게 했다는 아주 유명하지만, 생각보다 짧은 단편입니다.
하버드대까지 나온 수재이자 촉망받던 인재였지만, 그의 삶은 인두세를 납부하지 않은 일이 계기가 되어 하루 감옥에 다녀오게 되면서, 정부가 국민들을 억압, 지배하는 것에 대해 담담히 저항합니다. 복종하지 않은 행위로 저항을 하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여러 단편이 함께 있었는데, 특히 야생사과가 좋았어요. 소로우는 호숫가 오두막집에서 살면서 사실은 우연히 만나게 된 자연을 꼼꼼히 관찰했습니다. 방금 따서 가져온 사과라도 집에 가져오면 시고 맛이 없다. 자연의 산물은 바로 딴 즉시 들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먹으라..전 그 광경을 상상하며 너무 황홀하고 행복하더군요. 목장에서 마시던 신선한 우유와 아이스크림이 생각나기도 했구요. 소로우는 그렇게 자연과 같은 사람이더군요. 이어서 월던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추천합니다.

집이 나다

집이 사람이다 - 그 집이 품고 있는 소박하고 아담한 삶
한윤정 지음, 박기호 사진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2월

나이가 들어가니 꽃이 보이고, 나무가 보이고, 쉬는 기능을 할 집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에 살기에 조금만 나가도 자연이라 너무 좋은 환경이지만, 아이들의 학교문제도 있어 완벽한 전원생활은 힘들다.
나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여러 사람들의 집이야기다.
으리으리한 집이 아니라, 직접 짓거나 오래 살면서 집이 그 사람이 되어버린 집들도 많았다.
집이란 좋은 재료, 혹은 넓은 공간이 아니다.
나의 삶을 성찰하고 경신할 수있다면 그 집이야말로 나이고 집인것이다.
목표가 생겼다.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다가 보이고, 한라산이 보이고, 근처에 오름과 도서관이 있는 시골로 이사를 갈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위해서는 미리 땅을 알아보고, 집을 짓던지 아니면 적당한 시골집을 사서 고치는것도 좋을것같다.
책을 읽을 서재와 음악감상실, 그리고 중정을 만들어 사시사철 꽃을 보고 싶다. 이것만 충족된다면 오케이다.
아직은 꽤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나의 2막을 그 집과 같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