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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성백광 외 지음, 김우현 그림,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4년 4월
평점 :
얼마전 일본 실버 센류 수상 모음집인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일본 특유의 짧은 시인 센류를 기반으로 한 이 공모전은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더군요. 노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이기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차례(?)가 되었네요.
이 책 역시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의 짧은 글과 시를 모은 작품집입니다. 제 1회 공모전이었네요. 5,800여 편의 응모작 중 100편을 추려 모았습니다.
주어진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맞게 되는 것이 노년입니다. 20대, 30대가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체감하는 세월의 속도 또한 빨라지는 법이죠.. 그렇다고 뒷방 늙은이처럼 쪼그라 든 삶을 살아가란 법은 없습니다. 젊었을 때든 나이 들었을 때든 삶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그리 다른게 없고, 세월 또한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릅니다..
이 책에는 나이 든 세대의 한탄과 자조를 유머스럽게 승화시킨 내용 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자 하는 노년층의 여유 또한 읽을 수 있습니다.
'옛날엔 캠퍼스 커플, 지금은 복지관 커플'.... 정말 공감가면서도 한껏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문구입니다. 이번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품 속에 있는 귀절입니다.
주로 유머와 위트에 촛점을 맞췄던 일본 센류 수상집과는 달리 은근 뭉클한 이야기들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솔직히 나이 듦이 좋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순리이며, 인생이란 소풍을 서서히 마쳐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입니다.
저 또한 이 분들의 연령대로 가는 과정이 오래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충분한 공감과 흐뭇한 미소 속에서 읽었던 책입니다. 나이 든다고 재치나 유머까지 잃어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더군요... 2회 공모전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