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애 사계절 1318 문고 46
김종광 지음 / 사계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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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덥네요. 내일 시험이 남아있긴 하지만 버리는(...) 과목이라 이렇게 또 서평쓰러 옵니다. 더워서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다들 일상 잘 보내고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제목이 다 나오게 찍고싶었는데 ... 라벨이 붙어있어서 윗부분만 찍습니다 ㅜㅜ 대출한 책이란...




1. 다재다능한 글쓰기



  제가 이 책을 읽게된 동기는, 몇 주 후에 학교에서 있을 소설낭독회였습니다. 도서부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무슨 지원을 받아 외부 작가를 초청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오시게 된 분이 김종광작가님입니다. 부끄럽게도 모르는 작가분이었고 검색을 해보니 꽤 화려한 프로필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김종광 -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소 키우고 농사짓는 부모님 신세를 지며 공공근로를 하던 때인 1998년, 계간 『문학동네』에 단편 <경찰서여, 안녕>이 당선되어 소설가 자격증을 따는 데 성공했다.

2000년 중앙일보에 희곡 <해로가>로 오랜 꿈이었던 신춘문예 당선에 성공했다. 2001년에 순진한 여성 하나를 현혹하여 결혼하는 데도 성공했다. 2001년에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는데 그것이 몇 년 후에 ‘신동엽창작상’으로 바뀌어, 현재 ‘나도 상 한 번은 받았다’며 우기고 다닌다. 자존심이 허락하는 선에서 돈 되는 원고는 다 썼고, 지금도 여전하다. 2004~2006년,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으로 재직했는데 백두산 꼭대기에 올라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데뷔 10년차이던 2007년, 오랜 침체와 우울에서 벗어나 전력질주 창작을 재개했다. 소설 창작은 가르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몇 년째 소설 창작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대학원에 다니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2000), 『모내기 블루스』(2002), 『짬뽕과 소주의 힘』(2003), 『낙서문학사』(2006), 『처음 연애』(2008)와,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2002), 장편소설 『야살쟁이록』(2004), 『율려낙원국』(2007), 『첫 경험』(2008) 등을 냈다.



  <처음연애>는 아무래도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소설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고나서 청소년작가이거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청소년 심리를 꽤나 잘 그려내셔서 이쪽에 정통하신 분인줄 알았죠.)
  하지만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니 그것도 아니더군요. 간단한 작품 소개만 읽었지만 여러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등단작인 "경찰서야, 안녕" "첫경험"등 여러 편이 청소년소설 같았지만 "모내기 블루스" "71년생 다인이"등은 농촌, 운동권 시절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이상문학상 우수작에도 오르신 거 같은데 이렇게 엄청난 작가분을 왜 이제껏 알지 못했는지, 제가 너무 한심하네요.(게다가 충남분!) 좀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책을 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청소년, 사랑을 말하다


  김종광작가님이 그 많은 작품들중에서 <처음연애>를 선택한 것은 아무래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강연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청소년문학은 아무래도 청소년을 그리고 있고 청소년이 접하면 좋을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의 끝자락에 서있는 저도 청소년 문학에 꽤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요.

  이 단편집에서는 청소년들의 때묻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순수한 시골 소년소녀가 대부분의 화자였습니다. 아무래도 기성작가들의 책을 읽다보면 거의 치정(...)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순수한 이야기들을 보니 새로운 기분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이야기의 대부분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순수함을 지킨 것은 아닐까요. 처음연애는 순수하게 추억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못다한 이야기는 낭독회를 듣고, 다시 이어서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처음연애는 어떻게 추억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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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 이순원 장편소설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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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하셨을는지 모르겠지만... 제목덕분에 변태로 오인받았답니다 ..ㅎㅎ




1. 이순원, 자신을 담은 이야기


  최근 제가 접한 이순원 작가님의 책에는 작가님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수색, 그 물빛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19세>를 읽으면서 작가님의 유년을 엿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순원 -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가 당선 되었고,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낮달>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신용보증기금에서 10여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94년 전업작가로 나섰다.

1996년 중편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을, 1997년 중편 <은비령>으로 제42회 현대문학상을, 2000년 장편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제5회 한무숙문학상과 중편 <아비의 잠>으로 제1회 효석문학상을, 2006년 <얘들아 단오가자>로 제1회 허균문학작가상, <푸른 모래의 시간>으로 제2회 남촌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집으로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에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에덴에 그를 보낸다>, <미혼에게 바친다>, <수색, 그 물빛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독약 같은 사랑>, <19세>, <그대 정동진에 가면>, <순수>, <모델>(전자책), <첫사랑> 등이 있으며, 중편소설에 <해파리에 관한 명상>이 있다.



  이 세가지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녹아있는 이순원 작가님의 유년시절 삽화가 나타납니다. 이 를테면 대관령, 강릉 따위의 위치적인 것도 있고 농사라는 이야기도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다만 그 삽화들을 이어나가는 방식이 각 작품마다 달랐습니다. <수색~>은 아무래도 강릉보다는 수색에 중심을 둔 이야기입니다. 강릉은 위치적 고향, 그정도의 비중이었고 대관령의 이야기는 별로 내비치지 않습니다.
  비슷한 것은 <수색~>을 제외한 <아들과 함께~>와 <19세>입니다. 이 두 작품에서는 "대관령"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관령을 혼자 넘어간다는 것, 주인공은 그것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3번 어른흉내에서 더 깊게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렇듯 작가의 삶을 엿보는 듯한 세 가지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순원작가님과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가장 잘 녹일 수 있는 것이 작가라고,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2. 장성한 작가의 각주 



  <19세>는 장성한 작가가 유년시절을 추억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분위기를 살려주는 것이 "각주"라는 장치였습니다.



지금 그때의 내 나이가 된 아들도 그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19세> p12 ~각주中
  소설의 화자가 유년시절의 자신이었다면 각주는 현재의 작가의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소설에서 말하는 이야기에 덧붙일만한 현재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갑니다.

  사실 각주란 것이 많이 들어간 소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각주란 독자의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이 책을 읽다가 각주가 나왔을 때 저는 인상부터 찡그렸습니다. 독서를 침해당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19세>의 각주는 뭔가 다르단 걸 알게되었습니다. 흐름을 막지 않고 덧붙이듯 하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각주라는 걸 이렇게 잘 활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3. 어른흉내



  <19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자면 역시 대관령 부분입니다. 대관령은 주인공이 "어른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입니다. 또한 그것이 어른흉내였음을 알게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대관령이라는 공간을 저는 통과의례의 장소라고 하겠습니다. 주인공의 모습은 대관령 전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대관령을 기점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19세가 되어 이전의 치기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은 성숙된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대관령에서의 생활이 한낱 어른흉내였다고 주인공은 말합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거름이 되어 주인공, 작가는 이 소설을 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가 그런 종류의 경험이 있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렴풋하게 떠오르는 몇 개의 추억을 장성하여 나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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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다리 사계절 1318 문고 31
이옥수 지음 / 사계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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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옥수, 청소년을 그리다



  제가 이옥수작가님을 처음 접한 건 <킬리만자로에서, 안녕>이라는 책에서 였습니다. 그때 전 막 청소년 문학에 발을 담그려는 찰라였는데 그런 발을 확 이끌어 준 것이 이옥수작가님이었죠. 킬리만자로로 떠나 성장하는 그 소설은 정말 한동안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청소년 문학이 결코 따분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가였습니다.




이옥수 -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대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한국 문인협회 문학작품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1993년 KBS 자녀 교육체험수기 대상을 비롯해 2004년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키싱 마이 라이프』,『푸른 사다리』,『내 사랑 사북』,『킬리만자로에서, 안녕』과 장편 동화『아빠, 업어 줘』,『똥 싼 할머니』,『내 친구는 천사병동에 있다』등이 있다.



  <푸른 사다리>에서도 이옥수 작가님은 절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청소년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는지. 사실 저는 어른들이 쓰는 청소년 문학이라니, 비웃음부터 흘렸답니다.
물론 그런 마음은 금방 접어버렸지만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미 청소년기를 지났기 때문에' 청소년을 그렇게 잘 그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이 쓰는 청소년문학과 장성한 어른이 쓰는 청소년 문학이 다르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이옥수작가님의 책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 청소년 소설




  초하님의 블로그에서 초등학생용 신간, 길벗 서평단 공개 모집 이란 포스트를 보고 청소년 소설이 읽고싶다, 싶어서 꺼내든 책이 이 <푸른 사다리>였습니다. 사실 저 서평단 완전 군침 돕니다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10월 11월쯤 되면 정말 입시생이 되어버릴 게 분명해서 이번에는 접고 들어갑니다.., 내년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진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 생각입니다. 내년이면 청소년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나이가 되지만 청소년 문학은 계속 접하고 싶습니다.
 

 

 앞서 서평했던 곳에서 말씀 드렸다싶이 청소년문학은 청소년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인 중고생도, 과도기인 내 또래도, 이미 청소년을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이 청소년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서평단...신청해보고싶...다는 슬픈 고삼의 이야기.




3. 하우스 아이들의 성장통




  철거촌 이야기는 소설책을 통해서 자주 보게되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청소년의 입장에서 청소년을 중심으로 그려나간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느낌이었습니다.(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구요..ㅎㅎ) 하우스의 여러 사람들을 보고, 사랑도 해보고,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강한 힘에 맞서 싸우기도 하면서 하우스 아이들은 성장해 나갑니다.(청소년문학의 꽃은 성장소설이죠!) 
 



  "윤제야,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니? 난 이렇게 살고싶지 않아. 정말... 정말 싫다."
  '혜미야,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해. 그래야 좋은 꿈을 꿀 수 있잖아'
<푸른 사다리>~ 230p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라가는 아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였던가. 나에게 영향을 준 세계는 어떤 곳이었던가, 하는 생각말이죠.

  이번에도 성찰을 하게 하는 소설, 청소년 소설이었습니다. 각박해져 청소년을 잃어버리고 있는 지금같은 때, 한 권의 청소년문학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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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성석제 지음 / 강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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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편에서도 빛을 발하는 이야기꾼
 

  언젠가부터 제 블로그 유입키워드에 꼭 끼어있는 것이 성석제란 이름입니다. 성석제는 잘 맞지 않는다며 읽지 않으면서도 블로그에는 꽤 많은 글을 올린편이 되었습니다. 그의 감성적인 문체에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편안한 이야기꾼다운 면모는 저를 그의 책에 다가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성석제 - 1960년 경북 상주 생. 1986년 시로 등단한 뒤 1994년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내면서 문장으로 표현하는 농담의 세계에 입문.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만지게 된 것은 1985년, Yashica 일안 리플렉스 필름카메라를 가지면서부터이다. 이 카메라에 최소한 사백 통 이상의 필름(슬라이드 필름 포함)을 끼우고 셔터가 고장이 나도록 부지런히 눌러댔으나 사진을 인화하는 데 들인, 들일 돈이 거의 없어 남아 있는 사진은 별로 없다. 두번째 카메라는 캐논 SLR 카메라이며 이전의 카메라가 준 교훈에 따라 필름 낭비는 백 통 이하로 줄어들었다.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는 까닭에 비교적 일찍 디지털카메라를 손에 들게 되었고 미놀타, 루믹스, 캐논 콤팩트카메라를 거쳐 현재는 캐논 DSLR 카메라를 주로 쓰고 있다. 존재와 삶 자체가 카메라인 동시에 필름, 혹은 메모리카드, 인화지임을 명심하고 있다.
십여 권의 소설, 두 권의 시집 외에 산문집으로는 <위대한 거짓말> <쏘가리> <즐겁게 춤을 추다가> <소풍> <유쾌한 발견>을 냈다.


- 알라딘 저자소개

추신. 요즘 저작권때문에 난리인 것 같은데 저자사진이랑 이력은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



  저는 장편보다 단편집을 선호하기때문에 성석제작가님의 장편은 처음 접했습니다. <궁전의 새>는 한시간 반정도에 걸쳐서 푹 빠져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장편의 저력이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이야기의 탄탄함이라고 해야할까요. 옛날 이야기듣듯 편안하게 읽어나갔습니다. 구십년대작품임에도 성석제작가님 특유의 문체가 보이지 않아 읽기 편했습니다. (경어체인 이유도 있겠지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옛날 옛날에 진용이라는 바보가 살았습니다...



 <궁전의 새> 본문 ~ 297p
  이 책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야기꾼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하는 이 구절은 소설 한권을 일축해버립니다.

  성석제작가님의 저력은 읽으면 읽을 수록 느끼게 됩니다. 개정판이라는 <아름다운 날들>도 빨리 읽어보고싶네요.






2. 착한 아이가 되어 말하기





  이 책의 화자는 원두라는 어린아이입니다. 원두는 착한 아이입니다. 착한 아이는 말썽도 부리고 도둑질도 하면서 커갑니다. 부잣집에서 부족함없이 자란 원두는 착하지만 철이 없습니다. 그런 원두에게 나쁘게만 느껴지는 여러 사람들이 원두를 키웁니다.

  다시 말하지만 원두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들은 원두에게 부정적으로 보입니다. 도둑질을 하게 하는 기타리, 수박서리를 했다고 신고하는 깡따구, 바보 진용이... 원두의 눈에 비치는 부정적인 인물들이 원두를 성장시킵니다. 

  특히 진용이란 인물은 전반부의 기타리보다도 큰 영향력을 원두에게 미칩니다. 바보지만 바보가 아닌 진용이, 원두가 좋아하는 아이를 웃긴 진용이. 그런 진용이를 보는 원두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진용이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글을 읽는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자신이 쓰는 이력





  본문 내용만큼이나 매력적이게 느껴진 것이 "작가연보, 성석제가 쓴 성석제" 였습니다. 자신의 연보를 직접 적는다는 것이 이렇게 매력적인 일인지 몰랐습니다.

  성석제작가의 연보는 소설만큼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야, 이 놈들이 이렇게 맛있는 걸 저희끼리만 처먹고 살았구나, 라는 구절에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도끼눈을 뜬 성석제 작가님이 떠오르는 것 같아 웃음은 쉬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표현 하나하나에서도 자신의 삶을 달관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연보를 적어보는 것. 그런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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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줏빛 소파
조경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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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경란, 고독하고 섬세한 여성의 문체





  흔한 이야기로 서울예대 문창과는 여성적 문체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저 들은 이야기였지만 최근에 읽은 조경란과 하성란을 보고 조금 인정하게 되었답니다. 그들의 문체는 한동안 저의 편파된.. 독서습관을 만들어버렸답니다.





조경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였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풍선을 샀어』『혀』『식빵 굽는 시간』『국자 이야기』등의 책을 쓰고, 그림책 『나란히, 물고기, 고양이』를 우리말로 옮겼다.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요즘 시대에 여류작가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되겠지만 조경란작가님에게는 그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조경란작가님에게는 남류작가(..)들은 할 수 없는 특유의 섬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독을 알고 성찰을 아는 여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독서를 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그녀는 고독, 부재, 내면을 차분하게 내려다봅니다. 그것들과 동조하여 감상적인 글을 써나가는 것보다 더욱 효과를 가져옵니다. 건조하지만 끊임없이 지속되는 교감의 노력은 그녀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 부재(在)의 상대




  그녀의 글에서 상대는 부재의 대상이자 교감, 소통의 상대입니다. 소통불가한 화자들은 끊임없이 소통을 원하지만 결국 소통을 가로막는 것은 화자 자신입니다. 소통불가는 고독까지 흐르게 됩니다. 

  "유리동물원"에서 그 면모가 돋보이는데 한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취직하고 몰래 아파트에 살게 되는 화자 내외는 소통불가의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화자는 다른 집에 모두 들어가봅니다만 그들의 물건을 훔칩니다. 화자의 남편은 소통불가를 이상행동으로 풀어냅니다.

  이런 면모는 "식물들" "아주 뜨거운 차 한잔" 등등의 글에서 두드러져 나타납니다. 그녀의 글의 바탕에 깔려있는, 정서라고도 감히 말해보겠습니다.






3. 벼랑 끝의 소재





1. 나의 자줏빛 소파
2. 망원경
3. 잔의 밑바닥에 남아 있는 커피 찌꺼기의 무늬
4. 녹색 광선
5. 유리 동물원
6. 식물들
7. 아주 뜨거운 차 한 잔
8. 오늘의 요리
9. 물고기 아파트

  처음 이 책을 도서실에 꺼낸 것은 조경란이라는 작가 이름 때문이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소제목들 때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잘한 선택임을 알았습니다.

  소제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저는 벼랑끝, 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소파, 만원경, 유리,식물, 요리.... 이 모든 소재들은 조경란 특유의 문체를 살리는데에 충분했습니다. 벼랑끝 소제는 고독과도 연결되어 주제도, 분위기도 살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체, 소재, 분위기 모두가 어우러져 조경란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 조경란작가님이 표절의혹때문에 소란스럽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주이란작가님의 작품도, 조경란작가님의 문제의 작품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일단 색안경을 쓰지 않고 서평을 쓰기위해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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