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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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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석제의 책을 두세권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시대의 이야기꾼’ 이라던가 ‘한국의 파울료 코옐료’ 라는 칭호는 너무 과분한 것이 아닐까. 그냥 시골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성석제의 소설에 그런 칭호가 가당키나 한 것일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깨어졌다.


  사실 성석제의 문체가 나에게 맞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그만의 문체’가 있다는 것이다. 성석제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난 낯설다, 라고 느꼈다. 소제도 구성도 그렇게 특별할 게 없는데 왜일까 생각해보니 그 낯설음은 문체에서 오는 것이었다. 성석제의 문체는 읽는데 불편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중에서 표제작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정말 그를 인정할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느 것에나 부족했던 농부 황만근을 미인 혹은 성인으로 만드는 능력, 그것은 성석제만의 능력이 아닐까 한다. 난 이 단편집을 읽으며 책 넘기는 손을 멈추고 숨을 골라야 할 때도 있었다. 성석제는 정말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하지만 그의 칭호에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성석제의 소설세계가 아직 ‘시골풍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아무리 우리나라의 이야기꾼이라도 사유를 넓힐 필요가 없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성석제작가가 아닌 성석제 아저씨 옆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분명 성석제작가는 말할 것이다. “옛날 옛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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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여인에게서
윤대녕 지음 / 하늘연못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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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입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곳의 교수진을 보게 되었다. 개중에 눈에 띈 작가가 윤대녕이다. 사실 나는 윤대녕작가를 잘 알지 못했다. 아니, 부끄럽지만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었다. 도서실에 윤대녕 소설이 3권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짧은 소설집(이하 콩트집) [정육점 여인에게서]였다. 소설집인 줄 알고 집은 그 책은 짧은 소설, 즉 꽁트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콩트집이 나오는구나 생각하며 난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책에서는 사랑을 믿는 윤대녕의 따뜻한 시선을 볼 수 있었다. 콩트에서 이렇게나 따뜻하게 인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내 콩트에는 언제나 인물이 평면적으로 나왔다. 아무리 따뜻하게 보려고 해도 짧은 호흡에 인물이 죽어나기기 일쑤였다. 숨쉬는 캐릭터, 그게 윤대녕의 힘이 아닐까한다. 윤대녕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이유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교집합에서 인물을 뽑아내기 때문은 아닐까. 전형적인 부부, 전형적인 연인... 그 속에서 따뜻한 사랑을 찾아내는 윤대녕의 시선이 부럽다.

 

  하지만 모순점이 있다면은 윤대녕의 시선이 너무 따뜻해서 냉소적인 나의 마음에 확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대녕에게서 [코카콜라 연인] 같은 약간의 환상성을 바라기도 했었다. 와닿지 않은 문학은 '아 그렇구나'하고 흘려버리는 내 성격상 잘 맞지 않는 책으로 분류되어 버렸다. 내 시선이 조금더 깊어지면, 그때 '난 어렸었구나'하며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문학을 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 장편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도 물론 장편을 좋아하지만 단편, 콩트가 갖는 매력도 만만찮다고 말한다. 짧은 소설에 담아내는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상상해나가는 독자의 상상력. 우리나라에도 콩트집이 많이 나와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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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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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기호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가게된 청소년 문예캠프 초청강연 선생님으로 이기호 작가가 오게 되서였다. 어느날 서점에 갔다가 정말 충동적으로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이하 갈팡질팡-를 사 읽고 이기호작가의 강연을 듣게 됐다. 솔직히 <갈팡질팡>은 재밌네, 하고 넘어가버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기호작가의 강연을 듣고나서 이기호 그 자체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는 뼛속까지 이야기꾼인 것 같았다. "왕따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하면서 왔다"는 이기호작가의 강연은 정말 너무나도 재밌고, 감명깊었다. 
 
  어쨌든 강연을 듣고 몇 주가 지나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지인에게 빌려 읽게 되었다. 제목때문에 종교코너(?)에 꽃히기도 했다는 그 책은 이기호의 등단작품 "버니"로 시작하여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로 끝났다. 이 소설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역시 이기호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등단작 "버니"는 명성답게 잘 쓰여진 소설이었다. 레퍼가 된  버니, 아니 순희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삐딱하고 약한 것들을 좋아하는 이기호의 취향이 잘 드러난듯했다.  
   
 

내 별명은 바구니 물을 담으면 물이 새고
쌀을 담으면 쌀이 새는
대나무로 만든 가벼운 바구니
내 머리가 가벼워 내 별명은 바구니
태어날 때부터 가벼워 가볍게 죽을 것 같았던
내 별명은 대바구니
아무것도 몰라 아빠도 몰라 엄마도 몰라
사는 것도 몰라 세상을 몰라
아무도 나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어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하지
나도 가볍고 너희들도 가벼워
내 말도 가볍고 너희 말도 가벼워
나도 바구니 너희도 바구니 물을 담으면 물이 새고
쌀을 담으면 쌀이 새는
세상은 바구니

 
   

  반복되는 문장은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점점 와닿아갔다. 이기호는 역시 타고난 이야기꾼 같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헴릿 포에버"였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시봉'이었다. 삐딱하고 불쌍한 케릭터의 원형 그게 시봉이 아닐까한다. 여담이지만, 이기호소설가는 '시봉'이 그냥 자신의 친구 이름이었다고 했다. 헴릿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망령, 그리고 시봉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망령이 겹치면서 참 많은 감정이 일게했다.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도 참 마음에 드는 단편이었다. 소를 닮은 우석이와 검은 소. 그리고 씨감자. 그 잔상들이 겹쳐 소름끼치도록 와닿았다. 맨 마지막 이기호작가의 음성을 듣고 나서 시맨트를 깨고 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이기호 작가가 말하면 무엇이든 될 거 같았다. 예를들어 <갈팡질팡>의 "야체볶음흙"을 읽으며 흙을 먹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 것 처럼. 역시 이기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건 표제작인 "최순덕 성령충만기" 의고체를 사용해서 반어적 느낌을 들게했다. 끝내 아담과 결혼하게되는 최순덕을 보며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 "나 이기호랑 결혼할 거야."라고 한다. 이기호작가에게 그만큼이나 매력을 느낀 거였다. 이번기회에 <최순덕 성령충만기> 와 <독고다이>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이기호작가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거 같다. 그의 이야기, 그의 목소리 이제 그에게 주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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