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소년
키아라 브린크먼 지음, 이윤선 옮김 / 열린생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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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실의 또 다른 이름, 성장

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진리가 있습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겠죠. 이 소년에게 어머니의 상실이란 성장이었습니다. 



눈이 흐리멍덩해질 때까지 흰 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벽을 들여다보면 엄마가 손을 댄 곳엔 밝은 자국들이 있다.
그 자국들은 엄마 말고는 줄곧 아무도 만지지 않은 것들이다.
자국 하나를 찾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찾고 나면 그 자국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고
바로 그게 엄마가 지금도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거다.
그 자국이 빛나기 시작하면 곧 마음속에서도 빛이 나는 걸 느끼게 된다.
알 수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말이다.
분명 그 자국을 만져 보고 싶을 테지만 만질 수는 없다.
그러면 그 자국이 도망가 버리니깐.
문제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지는 데다
누나가 온통 쓸고 닦고 해서 그 자국들을 다 지워버린다는 거다.


본문 22p



소년은 어머니의 모든 것을 알고싶어합니다. 소년은 어머니의 일부였습니다. 언제나 나무위에서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었죠. 소년이 어머니를 찾아가는 과정을 가족들은 '이상한 짓'이라고 치부해버립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성찰의 시간이 없습니다. 성찰의 시간을 갖는 사람에겐 시간낭비하는 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곤 하죠. 바쁜 일상속에서도 가끔은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소년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합니다


2. 새로운 문체, 신선한 발상

  이 책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특이하다'는 점입니다. 소재에서도 문체에서도 낮섦을 느꼈습니다.



키아라 브린크먼(Brinkman, Kiara) - 미국 중서부와 캘리포니아에서 성장기 보내고, 브라운 대학을 졸업한 후 고다드 칼리지에서 순수예술 석사학위(Master of Fine Art)를 받았다. McSweeney's와 Prindeldyboz 잡지 등에 기고 활동을 하며 어린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해 오다가 첫 번째 장편인<Up high in the Trees >를 출간, 참신하고 독창적인 문제로 평단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의 선물 같은 웹사이트 www.kiarabrinkman.com 에는 작은 이벤트성 코너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가운데『<Up high in the Trees >의 한 챕터 제목과도 통하는 ‘What is your favorite?’ 코너는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생각해 보게 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자신의 엄마를 기억하는 소년과 그를 표현하는 문체는 정말 낮설면서도 쉽게 다가왔습니다.
어린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인지 그녀는 아이를 잘 이해하고 적어나갔다고 느꼈습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벽을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맞추어놓은 눈높이로 자꾸만 내려가는 것을 느꼈답니다. 그것이, 작가의 힘이구나 생각했습니다.


3. 자폐적 글쓰기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글을 쓴다,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한계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답니다. 일단은 어린아이의 시각인지라 이미 세상의 많은 것들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확 와닿지 않습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리느라고 그것을 읽는 사람들을 잊는다면 그것은 한계를 지니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소설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쉽고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뼈있고 느낄게 많은 책인데 너무 가벼운 문체로 끌고가서 그 뼈마저 가볍게 넘어가고 만다는 겁니다. 쉽고 어려운 것의 중간쯤, 그 중간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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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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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문학의 새 장




처음 이 소설이 "문학동네 작가상"수상이 되었을 때 우리 문단이 들썩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땐 제가 너무 어렸고 김영하를 알지 못했죠. 하지만 13년 남짓이 지난 지금에도 그 파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념적이고 여성적 어조가 대세를 이루던 구십년대, 그 시대에 뛰어든 이 현대적 작가는 우리 문단을 뿌리채 흔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김영하 작가의 이 책은 미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로 판권을 수출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의 문학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도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문학은 잘 수출되지 않는 편이죠. 우리 문학이 김영하를 기점으로 한다는 말도 아예 억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전수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이하 파괴>는 한 편의 독립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김영하 작가의 집필 방식이 영화와 많이 닮은 까닭도 있고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이기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상영은 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책보다 좋지 않다는 평이 많지만 꼭 구해서 보고싶은 영화네요.

이렇듯 <파괴>와 김영하는 우리 문학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파괴>는 찬송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단에 김영하같은 작가가 늘어난다면 문학의 위기론 따위는 나오지 않을 거 같다는 개인적 생각입니다.







2. 김영하, 그의 이야기





2009/04/16 - [리뷰하기/서평하기] - [서평] 김영하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2009/02/18 - [리뷰하기/서평하기] - 김영하 - 빛의 제국

김영하의 소설은 몇권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 몇권의 책으로도 그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엘리베이터~> <빛의 제국> <퀴즈쇼>였습니다. 퀴즈쇼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만족스런 독서였습니다. (퀴즈쇼는 조금 실망한 감이 있죠)




김영하 - 1995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발표한 소설들은 매번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의 소설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중국, 네덜란드, 폴란드, 터키 등 여러 나라에서 잇따라 출간되었다. 2004년에는 한 해 동안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한국 문학의 중심 작가였고, 국립 예술대학의 교수였으며, 라디오 문화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08년 5월, 홀연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 유랑의 삶을 택했다.
장편소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작품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 <오빠가 돌아왔다>, 산문집 <포스트잇> <랄랄라 하우스> <굴비낚시>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 <여행자> 등을 펴냈다.


알라딘 제공

추신. 김영하 작가의 프로필 사진...잘 나온 것도 많은데 알라딘 쪽에는 이 사진을 고집하네요 ;;
<파괴>는 김영하의 입지를 세운 뛰어난 작품입니다. <검은 꽃>과 <빛의 제국>과 함께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한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있죠. 이전에 사귀었던 미술학도 여자친구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김영하는 소설처럼 글 쓰는 것이 아니라 영화처럼 글을 씁니다. 때문에 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죠. 그런 매력적 문체, 구성등이 순수문학도 대중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타국에 나가 있지만 다시 돌아와 집필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독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3. 그림으로 쓰여진 책






2번에서 밝혔듯 김영하작가는 미술학도인 여자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이 <파괴>에서 그 진 면모가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디트1, 사르다나팔의 죽음, 마라의 죽음



I. 마라의 죽음
II. 유디트
III. 에비앙
IV. 미미
V. 사르다나팔의 죽음

<마라의 죽음> <유디트> <사르다니팔의 죽음>이 책 앞부분에 실린 실제 작품들입니다. 모두 죽음에대해 기쁘게 생각하거나, 그 순간 오르가즘에 올랐다거나, 관조하는 그림들입니다. 모두 카운슬러인 주인공의 주장이 가미되어 극중 인물로 나타납니다.
등장인물인 "미미"도 굉장히 시각적인 인물입니다. 행위예술을 하는 그녀는 여러가지 색채를 이용하여 예술을 합니다. 그야말로 미술적 인물입니다.

미술을 적는 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모티브로써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의 지식, 감상등이 있어야 하죠. 김영하는 자신의 저서에 그 일을 확실해 해주고 있습니다. 확실한 이해와 감상. 그것을 자기것으로 만들어 적어내 갈 수 있는 것이 김영하 작가의 힘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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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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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연수, 바른 생활 글쓰기




  이전에 아는 분이 김연수작가님을 가지고 농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성작가들이 좋아할 만한 작가잖아" 이전에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와 이상문학상 수상작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을 읽었을 때는 공감하지 못했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밤은 노래한다>를 읽으면서 그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었답니다.




김연수 -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 2001년 장편소설 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 2003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 2005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 2007년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7번 국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소설집 <스무 살>,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가 있고, 옮긴 책으로 <파란대문집 아이들>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별이 된 큰 곰> <상상해 봐> <기다림> <대성당> <나는 치즈다> 등이 있다.
(김연수 작가님의 베스트컷..! 침질질.. )

  <밤은 노래한다>에서 김연수작가님은 정갈하고 진중한 문체로 깔끔하게 전개해 나갑니다. 그 모습은 흡사 (소주제에서 말했듯) 바른 생활 글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그 정갈함이 김연수작가님의 매력이 아닐까합니다. 


  (여담이지만 김연수작가님의 사진들을 보면 글과 달리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김연수작가님을 깊이 좋아하진 않습니다. 이유는 "여지가 없다"라고 하겠습니다. 철저하게 작품으로 남는 것이 김연수작가님의 글이 아닐까 합니다. 생각의 여지가 많은 '이기호 작가님'을 좋아하는 저로선 꽤나 불편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글쟁이가 철저하게 써내려갈수록 독자는 매료되지만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2.. 북간도, 또 다른 우리의 역사






  이 책에서는 논문으로 쓰여질듯한 '민생단 사건'을 끌어다 놓고 있습니다. 일본군도, 중국공산당도 아닌 동족끼리 서로 죽여아만 했던 그 시절의 간도를 이야기로 풀어나갑니다.

  묻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얼만큼 힘이 드느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역사가 묻히기까지 쓰인 피와 살들, 그것들에 책임을 져야하는 일입니다.

  김연수님은 그 이야기를 네명의 중학생의 성장과 한 공업고를 나온 청년으로 풀어나갑니다. 생생한 인물들로 생생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정리가 잘 안 되네요...)






3. 밤은 노래한다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247 ~ 1933년 7월 어랑촌
  <밤은 노래한다>란 작품 안에는 유난히 의미심장한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확 와닿은 문장들도 많았죠. 위에 적어놓은 문장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네명의 중학생을 표현하기 위해 적어놓은 묘사, 그 묘사가 독자에게까지 일반화 될 수 있다는 것이 <밤은 노래한다>가 공감을 얻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작가후기 구절을 옮기며 서평을 마칩니다


늙다리들은 더 이상 춤추지 못한다. 나는 춤추는 사람들이 좋다. 나 역시 그렇게 춤 출 수 있으면 좋겠다. 그 학생들처럼


p345~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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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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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빠른 호흡의 깊은 묘사, 곤도 후미에





  한국문학이 '느끼고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준다'면 일본문학은 '빠르게 빨려들어가 매혹한다'고 말하겠습니다. 그것이 일본문학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일본문학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 이렇게 접해보면 참 매력있다고 느낍니다.



곤도 후미에 (近藤史惠) - 1969년 일본 오사카 출생. 오사카 예술대학 문예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동 대학 객원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얼어붙은 섬》으로 제4회 아유카와 테츠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으며, 미스터리 작가로서는 드물게 등장인물, 특히 여성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알려졌다. 2007년 《새크리파이스》로 제1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 같은 해 제5회 서점 대상 2위에 선정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그녀는 현재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곤도 후미에의 다른 작품으로는 가부키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추리 소설의 재미를 결합시킨 《도조지 이인무》, 《잠자는 쥐》 등의 가부키 시리즈, 에도 시대의 정취와 인간의 슬픔을 그린 시대 미스터리 사루와카초 사건 수첩 시리즈,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을 소재로 독자를 유혹하는 《타르트 타탱의 꿈》, 《뱅 쇼를 당신에게》 등이 있다.


  곤도 후미에의 문체 역시 매혹적이었습니다. 짧은 호흡과 치밀한 내면묘사는 독자에게 한껏 다가와 빨려들게 합니다.

  문체에서만 매력을 느낀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글엔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있었습니다. 독자를 기대하게 하는 추리적 기법과 넘치는 박진감은 독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이전의 그녀의 글에는 여성의 묘사가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 틀에 갇힌 문학이었다고들 했죠. 하지만 전 이 <새크리파이스>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화자는 남자였고 등장인물 다수가 남자입니다. 이 <새크리파이스>가 작가의 발전과정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합니다. 이후의 그녀의 문학이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2. 팀플레이지만 승자는 하나다, 로드레이스




  스포츠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픽션이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새크리파이스>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충분히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해주었습니다. 이런 느낌은 <촐라체>이후로 처음인 거 같군요 ^^*



로드레이스에 관련된 만화, 오버드라이브

Sacrifice는 희생이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마지막에 책을 덮으면서 제목 선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로드레이스의 느낌을 잘 살린 그런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로드 레이스는 그야말로 도로에서 달리는 스포츠를 말합니다. 이 로드레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팀플레이이지만 승자는 하나'입니다. 에이스가 있고 나머지는 그를 바쳐주는 어시스트이죠. 에이스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시스트는 자신의 바퀴를 빼주어야하고, 에이스의 힘을 아끼게 하기 위해 공기저항을 받으며 앞에서 달리기도 합니다.

어시스트를 철저하게 활용하는 것, 이기기 위해선 그게 필요해.//이시오
녀석의 승리는 내 승리고, 녀석의 패배는 내 패배였다.//아카기

  그 잔인한 현실을 등장인물들은 긍정합니다.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이기기위해 달립니다. 이 신사적이면서 잔혹한 승부인 로드레이스에 푹 빠지게 될 거 같습니다.

  이 스포츠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쪽에서는 인기스포츠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나올정도로 알려져있구요.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대중에게 알려지는 스포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3. <새크리파이스>, 그리고



  <새크리파이스>에 불만족한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맨 마지막에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지점이 너무 급작스러웠습니다. 장대한 이야기끝에 모든것이 밝혀지는 부분은 단 2장에 불과하죠. 빠른 결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급작스러운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남았지만 <새크리파이스>는 충분히 좋은 작품입니다. 끝에 남은 여운은 이 <새크리파이스>를 특별하게 했습니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속편이 연재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속편에 대해서는 조금 두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본편보다 못해 실망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죠. 하지만 역자의 말처럼 아직 로드레이스에 숨겨진 이야기는 많을 것입니다. 그것을 조금 더 풀어나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빨려들어가는 독서를 한 것 같습니다. 요즘 할일이 쌓여서 잘 읽히지 않았거든요. 바쁜 일상속에 가볍게 읽을 수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드레이스에 빠져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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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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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유에세이, 여자들의 이야기






여자로서, 그리고 혼자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한번 꼭 읽어보고 싶은 심리학책이네요. 고독을 언제나 끼고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 그 속에서 성찰과 깊이있는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겠지요. 그런 의미를 찾아줄 것 같은 책이 이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같습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아보고 싶네요 ^^


아련의 위드블로그 신청글


  제가 이 책을 위드블로그에서 신청한 이유는 "치유 에세이"라는 말의 매력때문이었습니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여자들은 억눌려있곤 하죠. 그런 억눌림에서 벗어나게 해줄 치유 에세이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플로란스 포크(Florence Falk) - 미국 뉴저지주립대학교(Rutgers University) 영문학 조교수였던 플로렌스 포크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으면서 심리치료사로 직업을 바꾸었다. 이후 미국 초월심리학 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ranspersonal Psychology) 및 맨해튼 융 협회(C.G.Jung Foundation in Manhattan)에서 강의와 워크숍을 담당하며 20년간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알라딘 제공




  저자의 프로필중 눈에 띄는 부분은 "두번의 결혼과 이혼"이란 부분이었습니다. 그녀의 여자로서의 성찰은 그 상처에서부터 시작되었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 견딤, 그리고 헤어짐. 그런 일들을 겪으며 그녀는 심리치료를 전공합니다. 상처가 곧 성찰의 기회가 된다는 실증이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저자인 '나'가 여러 상처있는 여자들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혼자인 여자에대한 성찰부터 고독의 성찰까지 이야기 하듯 편안하게 이끌어갑니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수많은 여성이 나옵니다.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 '수치심을 가진 여성' '고독을 아는 여성' ... 그들은 끝내 자신을 찾아 "치유"합니다.



  상처를 가진 여성이 바라본 상처가진 여성, 혹은 상처를 치유한 여성의 이야기는 이제 여성성을 키워나갈 저에게 적잖은 떨림을 주었습니다.







2. 성숙하지 않은, 상처없는 여자의 이야기
(안 읽으셔도 돼요!)





  평소와 같지 않게 이번에는 제 이야기를 조금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나'를 생각하며 읽게되는 책이었습니다. 소설이 자신을 숨기고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읽는 거라면 에세이는 자신을 드러내고 작가와 소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적은 것도 아니죠. '주변인'이라고 부르는, 미성숙한 성인입니다. 저의 세상은 좁습니다. 이 작은 세상에 들어온 성숙한 여인들은 저를 떨리게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소녀였었고 그때의 일을 기억합니다. 자신을 자각하게 된 그때를 말입니다. 하지만 전 그때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의 비밀정원도, 나를 자각하게 된 순간도 말입니다. 전 어린아이답지 않게 호기심도 없었고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사랑을 원하지도 않았고 혼자인편이 편했죠.

  하지만 제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순간 잃어버린 '자아의 씨앗'을 떠올렸습니다. 언제쯤인지 모르죠. 전 남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상실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되었죠.



  삶에있어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삶의 이정표는 앞서 살아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살아가고 먼저 상처받고 먼저 치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앞으로의 삶을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3. 자신을 치유하는 것은 자신





  이정표는 이정표일 뿐입니다. 그 이정표를 보고 걸을 곳을 정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죠. 이 책에는 수많은 이정표만 남아있습니다. 매정하게도 독자에게 한마디 귀뜸이 없습니다.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저는 마지막 한 마디를 기다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는 단 한마디도 없었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펼쳐놓고 그 이야기들만 치유합니다.




  나 자신을 치유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책을 덮고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어딘가 떨어져있을 자아의 씨앗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치유하기위해 이 서평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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