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줏빛 소파
조경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1. 조경란, 고독하고 섬세한 여성의 문체





  흔한 이야기로 서울예대 문창과는 여성적 문체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저 들은 이야기였지만 최근에 읽은 조경란과 하성란을 보고 조금 인정하게 되었답니다. 그들의 문체는 한동안 저의 편파된.. 독서습관을 만들어버렸답니다.





조경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였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풍선을 샀어』『혀』『식빵 굽는 시간』『국자 이야기』등의 책을 쓰고, 그림책 『나란히, 물고기, 고양이』를 우리말로 옮겼다.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요즘 시대에 여류작가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되겠지만 조경란작가님에게는 그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조경란작가님에게는 남류작가(..)들은 할 수 없는 특유의 섬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독을 알고 성찰을 아는 여자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독서를 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그녀는 고독, 부재, 내면을 차분하게 내려다봅니다. 그것들과 동조하여 감상적인 글을 써나가는 것보다 더욱 효과를 가져옵니다. 건조하지만 끊임없이 지속되는 교감의 노력은 그녀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 부재(在)의 상대




  그녀의 글에서 상대는 부재의 대상이자 교감, 소통의 상대입니다. 소통불가한 화자들은 끊임없이 소통을 원하지만 결국 소통을 가로막는 것은 화자 자신입니다. 소통불가는 고독까지 흐르게 됩니다. 

  "유리동물원"에서 그 면모가 돋보이는데 한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취직하고 몰래 아파트에 살게 되는 화자 내외는 소통불가의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화자는 다른 집에 모두 들어가봅니다만 그들의 물건을 훔칩니다. 화자의 남편은 소통불가를 이상행동으로 풀어냅니다.

  이런 면모는 "식물들" "아주 뜨거운 차 한잔" 등등의 글에서 두드러져 나타납니다. 그녀의 글의 바탕에 깔려있는, 정서라고도 감히 말해보겠습니다.






3. 벼랑 끝의 소재





1. 나의 자줏빛 소파
2. 망원경
3. 잔의 밑바닥에 남아 있는 커피 찌꺼기의 무늬
4. 녹색 광선
5. 유리 동물원
6. 식물들
7. 아주 뜨거운 차 한 잔
8. 오늘의 요리
9. 물고기 아파트

  처음 이 책을 도서실에 꺼낸 것은 조경란이라는 작가 이름 때문이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소제목들 때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잘한 선택임을 알았습니다.

  소제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저는 벼랑끝, 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소파, 만원경, 유리,식물, 요리.... 이 모든 소재들은 조경란 특유의 문체를 살리는데에 충분했습니다. 벼랑끝 소제는 고독과도 연결되어 주제도, 분위기도 살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체, 소재, 분위기 모두가 어우러져 조경란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 조경란작가님이 표절의혹때문에 소란스럽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주이란작가님의 작품도, 조경란작가님의 문제의 작품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일단 색안경을 쓰지 않고 서평을 쓰기위해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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