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 - 가슴을 도려내는 듯 아름다운 우리 문장 43
장하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 :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
쪽 수: 278쪽
지은이(/번역자) : 장하늘
출판사 : 다산초당
출판년도(판/쇄) : 2006년 5월 30일 초판 6쇄
읽은 기간 : 2010 10 4 ~ 2010 10 6

-청추수제(이희승)
저 달이 생긴 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를 어루만지고 주무르고 꼬집고 하였을까? 울기는 누구누구며 웃기는 누구누구? 원망인들 오죽 쌓였을라고.

-낙엽을 태우며(이효석)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백화점 아래층에서 커피의 알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내 모양을 어린애답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또 즐기면서 이것이 생활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20세기 초의 문인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의 그 이효석이 맞나 싶을정도로 ‘도시적’ 낭만을 즐기고 있다.

-행화(윤오영)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생각하니 그 흥겨워 노래 부를 때 한편짝으로 일그러지던 그 입귀가 어딘가 그의 내심적 암시를 보여주었던 것만 같다.

-청춘예찬(민태원)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이 되는 것이다.

-산정무한(정비석)
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 줄기요, 팔은 가지인 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버린 것 가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짜면, 물에 헹궈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책(이태준)
서점에서는 나는 늘 급진파다. 우선 소유하고 본다. 정류장에 나와 포장지를 끄르고 전차에 올라 첫 페이지를 읽어보는 맛, 전찻길이 멀수록 복되다. 그러나 집에 와 한번 그들 사이에 던져버리는 날은, 그제는 잠이나 오지 않는 날 밤이야 그의 존재를 깨닫는 심히 박정한 주인이 된다.
/으익... 약간 공감 ㅜㅜ 읽는 속도는 사는 속도를 따라가질 못한다ㅜㅜ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해 낸 수많은 세계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그리운 시절(김환태)
나는 그 속의 한 소년이었다.
‘이랴 어저저저’ 함 고삐만 이리저리 채면 그 큰 몸뚱이를 한 짐승이 내 마음대로 제어되는 것이 나의 조그마한 자만심을 간지럽혀주었다.
이 시절이 나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 내 마음의 고향이다.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날 때면, 그 시절을 생각한다. 그리고 소를 생각한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그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소가 그립다.

-‘쉽게 쓰기’의 어려움(이형기)
한동안 나는 이효석의 문장을 좋아해서 속으로 은근히 그것을 본받으려고 한 적이 있다. 정평이 나 있는 서정미 넘치는 문장, 한 단락 안에서 같은 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어휘, 그리고 한 번도 접속사를 쓰지 않고 수필 한 편을 거뜬히 써내는 그 솜씨가, 내게는 모두 경탄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쉬운 문장을 쓰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자기 자신이 철저히 이해하는 일이다.
서머셋 모옴의 『서밍 업』은 나에게 이런 태도를 가르쳐준 책이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독자에게, 자기가 쓴 글의 뜻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17161103

‘쉬운 글’을 쓰려는 사람을 위해서 한 마디 적어두자. ‘쉬운 글’의 요소는 셋이다. 첫째, 비유법을 써서 표현할 것. 둘째, 구체적인 경험이나 실례를 들 것. 셋째, 인용법을 쓰되 짤막히 쪼크려 표현할 것.

-‘좋은 문장’은 그 사람에게서 배어나는 향기다.(한승원)
좋은 문장은 제작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인격체)에게서 배어나는 향기와 같은 것이다.
스스로 자비롭고 넉넉해지는 마음 가지기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독약까지 맛본 플로베르의 교훈(정건영)
그리고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 관계에 유의하여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말은 우리말대로의 내적 운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무리 산문이라 하더라도 호흡이 있고, 그 호흡이 깨지면, 불협화음의 반란이 일어나곤 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단어가 자기 위치에 있지 않거나, 말맛을 결정하는 어미, 조사가 어색하게 붙을 때, 생경한 비유 따위가 호흡을 깨뜨리곤 한다.


-아적 독서론(윤오영)
이렇게 생각할 때 이것은 모두 한 줌의 사리다. 억 천만 년의 억 천만 인이 사라진 뒤에 남은 몇 알의 녹두알 같은 사리다. 내 문득 책장을 어루만지며 길이 차탄한다. 이것은 한 사람의 글이 아니요, 억만 인의 글이다.
글속에서 작자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남의 고심의 흔적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남의 글을 읽으려면 먼저 내가 서야 한다. 내가 없이 어찌 남을 알랴. 그러나 내 한 길의 자로 천 길의 물을 재려함이 또한 어렵지 아니한가. 오직 내 자를 기르고, 내 자의 길이만치 읽을 수밖에 없으니, 나머지의 심충은 심사로 상량하는 수밖에 없다.

-관조의 세계에서 번져오는 희열(김규련)
와글거리는 개구리 소리에 물이랑이 일 적마다 달과 별은 비에 젖은 가로등처럼 흐려지곤 한다.(「개구리 소리」)
수필이나 소설은 산문이다. 산문이란 성실하게 낱말들을 부리어, 말하려는 대상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씨름하듯, 기진해서(임선희)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지만 귀로 들어서 기분 좋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읽고 있으면 육체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문장, 바꿔 말해서 라디오 방송이 가능한 문장을 좋아한다.
가위질은 형용사에서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문장이 죽어갈 때는 형용사가 무성한 가지가 먼저 시들기 때문이다. 통풍이 잘되는 문장을 쓰려고 적어도 나로선 애쓰는 셈이다.


-낯선 것은 익숙하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권현옥)
감동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흡입하는 공기처럼 존재해야 하니 어떤 구성에 넣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람, 순간, 정열(박미경)
작가란 다른 사람이 삶에서 놓치는 것들(못 보거나, 안 보거나, 지나치거나, 간과한) 중에서 삶의 비밀이나 비의, 인생의 촉수를 포착해 올리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산의 웅장함이나 난의 향을 매끈한 문장으로 풀어간다 해도 그것은 문장력의 과시일 뿐 문학의 아름다운 힘으로 독자의 가슴에 파고들기는 어렵다.

『박미경이 만난 우리 시대 작가 17인』
http://use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U462536737
『내 마음에 라라가 있다』
http://use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U452436061
- 장하늘 : 위 책을 읽고서, 그미의 송곳 끝 같은 언어 감각에 놀랐다. 

 


-새하얀 명함 한 장(김소운) - 184쪽 ~ 190쪽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리고 전체의 성격이 반드시 개체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도 쓸 만한 근거이다.



-동백꽃 필 무렵(김성우)
그토록 영리하고 공부 잘하던 소녀가, 세상 어디 가도 평생 그렇게 또록또록 살아가리라 믿었던 소녀가 포기한 교육 하나 때문에 이렇게 야초화해 버렸으니……. 옛 소녀는 내 손을 보고 참 희다고 말했다. 나는 단지 어쩌다 교육을 좀 더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다지 흴 것도 없는 내 손이 옛 소녀의 까만 손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김성우 님의 『돌아가는 배』 - 장하늘, 스승과 제자 편에서 눈물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5947505


-페이터의 산문(이양하)
네가 장차 볼 길 없는 사람들의 칭찬에 그렇게 마음을 두는 것은 무슨 이유인고? 그것은 마치 너보다 앞서 이 세상에 났던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


-젊은 선장의 최후(오소백)
지도자 노릇이 어려운 건 무거운 책임 때문이다. 책임을 외면하는 지도자는 참다운 지도자가 아니다. 나라의 일을 맡은 지도자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전쟁터나 기업이나, 집단·가정 등의 지도자도 그렇다. 지도자가 무책임한 사회 집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새벽을 맞는 마음으로(이시형)
공부건, 독서건 꼬박 책상 앞에서 밤새 씨름하다, 문득 창밖의 희뿌연 새벽을 맞게 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온다. 이건 일에 묻혀 밤을 새워본 사람만이 맛볼수 있는 축복이요 감동이다.
20대는 인생의 새벽이다.
새벽을 맞으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미운 간호부(주요섭)
나는 문명한 기계보다도 야만인 인생을 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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