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다.


원제 The shallow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옮겼는데,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그랬으리라고 이해는 되지만 조금 선정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다. 뭐 그렇다고 더 나은 대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지만..


제목보다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하는듯하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내가 정리한 이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뇌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둔 인간성에 대한 호소. 


인터넷은 이미 거스를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 수년 전부터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으로 시작된 삶의 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부정할수 없는 우리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런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이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자각하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간단했다. 긴 문장을 읽기가 힘들어졌으며, 매 순간 새로운 메일 혹은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글쓴이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와 같은 경험을 했거나 혹은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수단은 바로 뇌과학의 연구성과들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뇌의 구조가 변할수 있다는 가소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저자의 논지전개는 끈질기다 못해 가끔 지겨울 정도다. 그만큼 저자는 사실에 기반한 설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행동은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되는 반면 사용되지 않는 회로들은 가지치기당하는 식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연하다는 것이 곧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신경 회로가 고무줄처럼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 신경들은 변화된 상태를 유지하며, 새로운 형태가 더 낫다는 보장도 없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련을 파고든다.(61쪽)


신경가소성은 말 그대로 우리의 신경 체계가 변화할수 있는 특성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변화할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제시한 뒤 이어지는 논의는 다소 지루할때가 있지만 때때로 놀라운 사실을 안겨주며 인터넷 사용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양상은 어떠한지를 설명한다. 


컴퓨터 앞에서든 스마트폰과 함께든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다소 산만해지고 깊은 사색이 어려워지는 현상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지금의 상황에서 저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지지한다.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을 만한 속도로 펼쳐지는 정보의 세계 앞에서 우리는 점차 '기억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중암감을 내려놓으려 하고있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는 순간 스크린에 펼쳐지는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들은 끊임없이 그렇게 우리를 유도한다.


우리 사고의 기능을 자동화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의 흐름에 대한 통제권을 강력한 전기 체계에 양도하면서, 우리 앞에 당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과학자 조셉 와이젠바움과 예술가 리처드 포먼 모두가 지녔던 그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바로 우리의 사람됨과 인간성이 점차 침식당하는 것이다.(318쪽)


우리에게는 이 같은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에 대해 주의할 의무가 있다.(323쪽)


저자의 주장은 바로 위와 같다. 거스를수 없는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가 새로이 얻고자 하는 것과 잃어버리길 주저하지 않는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을 좋아하고, 또 공부하려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시기에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2년 1월 16일 오전 01시 03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