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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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크고 확실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므로 헛것인지 실체인지 알수가 없었다. 모든 헛것들은 실체의 옷을 입고, 모든 실체들은 헛것의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 젊은 날, 여진족과 맞서 있던 두만강가 산속에서, 출렁거리며 대륙을 달려가는 산맥들은 보이지 않았고 남쪽 물가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눈보라 속에서는 눈과 바람의 저쪽이 보이지 않았지만, 크고 또 확실한 적들은 늘 보이지 않는 저편으로부터 몰려왔다.

P40 마침내 길삼봉은 누구냐? 라는 질문은 누가 길삼봉이냐? 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질문의 구조가 바뀌자 길삼봉의 허깨비는 피를 부르기 시작했다.

P42 임금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죽임으로써 권력의 작동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삼봉은 천명이 넘었으나, 길삼봉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길삼봉은 강력한 헛것이었다. 바다 건너의 적들처럼, 길삼봉은 보이지 않았다.

P43 아마도 길삼봉은 임금 자신일 것이었다. 그리고 승정원, 비변사, 사간원, 사헌부에 우글거리는 조정 대신 전부였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길삼봉이 숨을 수있는 깊은 숲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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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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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임금의 장난감을 바칠 수 없는 자신의 무력을 한탄했다. 나는 정치에 아둔했으나 나의 아둔함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P31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적에게 있을 것이었고,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나에게 있을 것이었다. 나의 무武의 위치는 적의 위치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바다에서, 나의 위치는 늘 적과 맞물려 돌아갔다. 내가 함대를 포구에 정박시키고 있을 때도, 적의 함대가 이동하면 잠든 나의 함대는 저절로 이동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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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몰락 - 미국 체제의 해체와 세계의 재편
엠마뉘엘 토드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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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제국의 과잉 팽창으로 인하여 외교적, 군사적 힘을 사방에 펼쳐놓는 상태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쇠퇴할 때 나타나는 고적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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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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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5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네번째 편지에 나오는 문구다. "가슴 속에 풀리지 않는 채로 있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라. 그 질문을 잠긴 방이나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여기고 그 자체로 사랑하려고 애쓰라.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라. 그 답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게 관건이다. 지금은 그 질문을 살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먼 날에 점차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답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P249 딜런이 우울이나 다른 뇌건강 문제를 겪고 있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욕망을 품게 되었고, 딜런의 죽음에 대한 욕망이 딜런이 학살에 참여하게 된 본질적 요인이었다는 사실이다.

P250 정신병이 다른 위험 요인과 결합되면 그 수치가 올라간다. (딜런은 죽기 전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톰과 나는 이 사실을 몰랐다.)

P251 도움을 구하는 사람에게서 사회의 낙인을 벗겨내고, "뇌건강 검진" 개념을 발전시키고, 폭력적 행동을 취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기 위한 행동적, 생화학적 진단법을 수립하는 게 목표다.

P252 나는 딜런이 합리적 판단을 하기 위한 머릿속 장치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딜런에게는 자살로 죽겠다는 욕망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P254 무엇보다도 딜런은 그날 죽으러 학교에 갔다는 점이다.

P257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병의 증상이고 무엇가 이상이 있다는 징후다. 자살은 대부분 고장난 사고와 오랬동안 고통스럽게 싸워오다가 마침내 그 싸움에서 패배했을 때 일어난다.

P258 조이너 박사는 사람이 두 가지 심리적 상태를 꽤 오랫동안 겪으며 살았을 때 자살로 죽고자 하는 욕망이 생겨난다고 한다. 첫째는 좌절된 소속감 ("나는 혼자야") 이고 둘째는 스스로를 짐이 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 ("내가 없으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야") 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보존 본능을 넘어선 단계에 들어선다면 ("나는 죽는게 두렵지 않아") 위험이 임박했으며 자살을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 자살 욕망은 두가지 심리상태에서 자살 수행능력은 세번째 요인에서 나온다.

P276 딜런에게는 살인범의 특징이 없지만 살인범과 얽힐 수 있는 취약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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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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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0 "아무것도 안해,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니야. 슬퍼하고 있잖아. 그거 아주 힘든 일이야"

P189 "누구든 장애를 가장 먼저 봐요. 그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장애인인 거예요." 콜럼바인 이후에야, 그 학생이 한 말이 정확인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영원히 살인자를 키운 엄마로 비춰질 것이며 어느 누구도 나 자신조차도 나를 다른 존재로 보지는 않으리란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P186 신디의 편지는 무엇보다고 아이가 아무리 절망적 상태에 빠져 있더라도 그걸 드러내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면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부모, 교사, 친구들조차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P182 딜런에게도 이런 일이 있어야 해요. 친구나 동지가 옆에 있어줬어야 했는데, 분노와 우울로 부추기는 게 아니라 달래줄 친구요. 이건 아셔야 해요. 부모님은 그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는 걸요. 형 바이런도 마찬가지고요. 성장과 분리과정에 있기 때문에 감추어 왔던 고통스러운 문제를 부모나 형제 자매에게 털어 놓기는 극히 힘듭니다.

P205 딜런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내가 좋은 엄마였다는 걸 알리고 싶은 절박함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가 친밀한 모자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딜런이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나는 전혀 몰랐고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P209 증오와 비판에 노출되는 것이 힘겹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세상으로 다시 나가면서 친절과 관대함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계속 나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불쾌한 말을 들으며 마음이 다치고 좌절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궁극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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