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261쪽 (작가의 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봤다.
이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큰다 해도? 그 질문에서 출발해 ‘과연 나라면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하고 의심할 만한 두 아이가 만들어졌고 그들이 윤재와 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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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152쪽
그래서 나는 5월이 한 해 중 가장 나태한 달이라고 생각했다. 한 것에 비해 너무 값지다고 평가받는 달. 세상과 내가 가장 다르다고 생각되는 달이 5월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게 움직이고 빛난다. 나와 누워 있는 엄마만이 영원한 1월처럼 딱딱하고 잿빛이었다.

206쪽
행간을 알고 싶었다.
작가들이 써 놓은 글의 의미를 정말 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을 알고 깊은 얘기를 나누고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207쪽
- 너 지금 왜 심박 수가 높아진 건지 알아?
- 아니
- 내가 너한테 가까이 다가가니까 심장이 기뻐서 박수치는 거야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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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39쪽
대신 ‘고마워’ 와 ‘미안해’는 습관처럼 입에 달고 있어야 했다. 그 두 가지 말은 곤란한 많은 상황들을 넘겨 주는 마법의 단어였다. 여기까진 쉬웠다. 상대방이 내게 천 원을 내면 거스름돈을 이삼백 원 내주는 것과 비슷했다.

50쪽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겠노라.
그것이 죄가 될지 독이 될지 혹은 꿀이 될지 영원히 알수 없더라도 나는 이 항해를 멈추지 않으리.

53쪽
엄마의 연애 패턴은 일정했다. 먼저 접근하는 건 늘 남자들이었지만 끝에 가서 매달리는 건 언제나 엄마였다. 할멈은 남자들이 원하는 건 그저 연애인데, 엄마가 원하는 건 내 아빠가 되어 줄 남자여서 그런 거라고 했다.

129쪽
- 친해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 예를 들어, 이렇게 너와 내가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 같이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 특별히 돈이 오가지 않는데도 서로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 이런게 친한 거란다.

131쪽
미쳐 날뛰던 아내의 심장이 갑자기 멎었다. 전기 충격기도 없었고 코드 블루를 외쳐 봐야 뛰어 올 사람도 없었다. 박사는 아마추어처럼 가망 없는 가슴에다 미친 듯이 펌프질을 했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아내의 몸은 이미 차갑고 딱딱했다. 그렇게 아내는 그를 영원히 떠났고 그 뒤로 박사는 메쓰를 놓았다. 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러면서도 왜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는지만 돌이켰다. 다시는 누군가의 살을 갈라내 그 안에서 뛰는 심장을 볼 자신이 없었다.

132쪽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137쪽
- 근 데 넌, 쓰는단어가 진짜 몇 안 되나 보다
- 뭐?
- 욕이 대부분이긴 한데, 하는 욕도 거기서 거기고, 어휘량이 너무 한정된 거 같은데 책을 좀 읽어 보면 도움이 될거야. 그럼 사람들이랑 더 많은 얘길 할 수도 있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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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범상치 않은 책이다...

80쪽
그 순간 나는 베일리와 브라유 점자 책에 대한 뭔가를 깨달았다.
오늘까지, 베일리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었다.
그애는 그것을 바랐고 그것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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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쪽
그는 형의 무신앙은 무신앙으로 사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현상에 대한 근대의 과학적인 해설이 한 걸음 한 걸음 신앙을 밀어젖히고 나아간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518쪽
그의 마음에는 분명 죽음을 욕망의 만족으로, 또 행복으로 보게 만드는 예의 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고통이나 상실감에 의해 그에게 환기되었던 개개의 욕망은 모두 굶주림, 피로, 목마름과 같이 쾌락을 주는 육체의 기능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상실감과 고통이 채워진다는 것이 없어지고, 채우려는 시도 자체가 단지 새로운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욕망은 오직 하나, 모든 고통과 그 원천이 육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욕망으로 집중돼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해탈에의 욕망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말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이제는 도저히 실현될 가망이 없는 욕망의 만족을 지금까지의 습관에 따라 구하는 것이었다.

"돌려눕혀다오" 라고 하고 나서 곧바로 다시 아까처럼 눕혀달라고 청한다든지 "수프를 달라"고 하고선 "수프 같은 건 저리 가지고 가"라고 했다가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내 눈을 감고 피로와 무관심과 혐오의 빛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521쪽
그러나 지금은 아내가 옆에 있는 덕분에 이 느낌도 그를 절망으로 이끌지는 않았다.
그는 죽음이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고 또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는 사랑이 자기를 절망에서 구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절망의 위협 아래서 이 사랑이 더욱 더 강하고 순결해졌다는 것을 통감했다.

죽음이라는 불가해한 하나의 신비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그에게는 사랑과 삶으로 손짓하는 역시 불가해한 또 하나의 신비가 나타났다.
의사는 키티에 대한 자기의 추정을 확인했다. 그녀의 병은 임신 때문이었던 것이다.

556쪽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에는 그는 모두 이해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혼자가 되자마자 그는 ‘갑자기’같은 아주 간단하고 알기 쉬운 말이 동작의 상황 부사라는 것을 기억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나 학원, 집 등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수업은 "공부하는 시간" 이 아님인데... 스스로, 자기주도형 학습 만이 진정한 공부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 책에서 이런 생각까지 들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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