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즈의 약속 - 이태석 신부 이야기 담쟁이 문고
이병승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8월
품절


지난 토요일은 특별한 나들이를 했다.
당신의 삶으로 우리를 울게 한 쫄리, 이태석 신부님이 잠들어 계신 담양천주교공원묘지에...

이병승 작가님이 쓴 <톤즈의 약속>을 그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신부님의 삶에 감동받은 많은 이들이 당신을 그리워 한다는 말씀도 드리고...

<톤즈의 약속>에 기록된 말씀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도 싶었다.

'신부님은 담양천주교공원묘지에 모셔졌다.
신부님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하느님의 말씀이 새겨져 있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164쪽

수단에서도 가장 열악한 마을 톤즈의 돈 보스코 미션 공동체에서
신부님은 의사이고 선생님이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주치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영화처럼 이태석 신부님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가 아니라
어린이를 만나는 것 자체를 행복으로 여긴 신부님이 만난 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 병사 마뉴의 슬픔에 울컥 눈물이 나고 신부님의 따뜻함에 위로받기도 한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소년은 한밤중 들것에 실려왔고 신부님은 상처에서 총알을 빼냈다.
소년은 신부님이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신부님 이름은 이태석인데 세례명이 요한이라 존 리(John Lee)라서 부르기 편하고 친근하게 쫄리 신부님이라고 소개했다.
말하지 않는 소년을 골치아픈 말썽쟁이 꼴통이라 부르거나 모른다는 뜻으로 몰랑이라 부른다 하자,
소년은 겨우 '마뉴, 열세 살, 아홉 살부터 군인이었다'고 답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소년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것일까...

돈 보스코 공동체의 제임스 신부님이나 마리아 수녀님이 내보내라고 했지만
쫄리 신부님은 마뉴를 볼 때마다 빚진 기분이 들어 특별하게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거나 장난이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아이
공동체 아이를 때리고 귀중한 약품을 훔쳐내어 파묻어 버린 마뉴.
신부님은 마음의 상처가 낫도록 마뉴의 속에 깃든 사랑을 꺼내주고 싶었다.

총이 세상에서 제일 세다고 생각하는 마뉴에게 신부님은 말한다.
"총은 사람을 죽이지만 공부는 사람을 살린다.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 넌 어느 쪽이 세다고 생각하니?"
영혼을 위로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을 마뉴에게도 알게 하고 싶었다.

전쟁터로 끌려가 총으로 사람까지 죽인 마뉴에게 신부님은 용서를 구했다.
"전쟁의 고통을 겪게 한 죄, 네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돌아가시게 한 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죄...네 영혼을 망가뜨린 죄... 이 모든 죄를 내가 대신 사죄하마. 용서해다오. 마뉴!"
신부님은 마뉴를 꼭 안아주었고, 마침내 봇물이 터진 듯 미뉴는 통곡을 쏟아냈다.

눈물로 마음을 열게 된 마뉴는 작은 북을 두드렸다.
톤즈의 아이들은 모두 음악에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태어난 듯했다.
마뉴의 슬픔과 분노와 복수심은 어느새 하얀 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듯했다.

"이건 비밀인데.... 전 솔직히 신부님을 처음 본 때부터 좋아했어요."
수줍게 고백하고 아킬을 따라 가야만 했던 마뉴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진짜 자기의 길을 갈 때, 신부님이 선물한 운동화를 신겠노라 약속했다. 하지만 신부님은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으므로 7년만에 한국에 나왔을 땐, 이미 대장암이 깊어 다시는 톤즈로 돌아가지 못했다.

책 뒤표지에는 정호승 시인과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가 실렸다.
세상살이에 날로 영악해진 우리들은, 이제라도 작은이를 돌아보는 이타적 삶에 눈떠야 한다.
그래서 톤즈의 아이들에게 곧 돌아오겠다고 한 신부님의 약속을 지키려는 제2 제3의 이태석 신부님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신부님의 묘비에 쓰인 성경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164쪽

*신부님 묘비에 새겨진 성경구절을 확인해보니 책에 인용한 성경구절은 '해' 한 글자가 빠졌다. 다음 쇄를 찍을 땐 '해'자를 꼭 넣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이태석 신부님이 뵙고 싶은 독자들은 신부님이 잠들어 계신 담양 천주교 공원 묘지에 가보시라 권한다.
신부님은 살레시오 성직자 묘역에서 만나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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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e 2011-10-3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순오기님.
지난 봄, 글을 쓰기 전에 바로 그곳에 다녀왔었는데 책이 나온 후에는 막상 가보질 못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두 번째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제가 해야할 일을 순오기 님이 대신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니 살레시오회를 비롯해 몇몇 분들께 책을 보내 드렸지만 막상 이태석 신부님께는 그러질 못했어요. 당장 책 한 권 꺼내어 이태석 신부님께 라고 써서 고이 모셔놔야겠습니다. - 이병승 드림
* 2쇄를 펴보니 수정 되어 있네요. ^^

순오기 2011-10-31 21:44   좋아요 0 | URL
와우~~~ 작가님이 납시어주셨네요.^^
신부님이 잠들어 계신 담양은 저희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책을 읽고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2쇄에는 빠진 글자가 수정 되었다니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2011-11-0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태석 신부님이 담양에 계시는군요. 저도 이 책을 살까 고민하다가 이태석 신부님의 다른 책을 샀습니다. 순오기님 읽은 책 말고, 강론집을 샀는데, 매일 명상하듯 읽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실천이 잘 안 되네요.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에서 만난 그 소년병의 이야기인가 봅니다. 꼼꼼하게 글을 읽으시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하십니다. 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제가 산 책을 다 읽은 후에 말이지요. ^^

순오기 2011-11-03 10:58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와 이 책 말고, 다른 책은 아직 못 봤어요.
암송했던 성경구절이라 책에서 빠진 글자가 콕 들어왔더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