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지식의 탄생 - 지식채널e는 어떻게 태어나고 진화했나
김진혁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7월
절판


2005년 9월부터 EBS교육방송의 전파를 탄 <지식채널e>는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인기와 영향력은 전파 뿐 아니라 출간된 <지식e>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감성지식의 탄생, 이 책은 2005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지식채널 e>의 연출을 맡아 270여 편을 제작한 김진혁 피디의 보고서 같다. 지식채널 e가 어떻게 태어나고 만들어졌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제작진들이 어떤 마음으로 임했으며,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고 나면 지식채널e에서 느낀 감동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피디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도 즐겁다.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인물이다.^^ 중학교 때 방송부에서 캠코더를 처음 접하고 영상의 매력에 빠져 닥치는 대로 영화를 봤고,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2002년 EBS에 입사했다. 미디어 영상에 관심 있는 독자나 피디 지망생이라면 김피디에게 한 수 배울 수 있겠다. 우리 삼남매중 한 녀석은 방송관련 업무에 종사해 엄마의 로망을 실현해 주면 좋으련만...^^

시청자에게 각인된 타이틀 화면이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위해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 치지직거리는 화면으로, 기존의 프로그램은 끝나고 새롭고 신선한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영상과 자막과 배경음악으로 제작진이 의도한 지식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배경음악을 먼저 생각하고 구성하거나 음악을 먼저 깔고 편집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식채널e를 보면서 배경음악에 감동했던 시청자라면, 대체 이런 음악을 누가 선곡했는지 궁금했을 텐데... 이미성 음악감독의 선곡은 경음악이나 가사 있는 노래, 대중음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음악을 선택해야 시청자가 좋아할까 보다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거나 감동받은 음악을 선곡하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했을 때 시청자도 감동받고 좋아했다고 한다.

EBS가 생각하는 지식은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
현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입니다.
빈틈없는 논리가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의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것이 EBS가 생각하는 지식입니다.

지식채널e에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지식은,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어째서 몰랐는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두 명의 피디와 여섯 명의 작가가 합류하여 '나만의 표현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말과 글'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지식을 담아냈다. 재미와 의미(교훈)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것이다.

처음 지식채널e의 카테고리는 science 하나였지만, nature, people, society 등 40여개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갔다. 참신함을 끌어내기 위해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작업했다. 한 편을 만들려면 아이템을 정하는데 2주, 구성과 편집까지 4주가 걸린다.

지식채널 e에서는 소외를 많이 다뤘지만, 소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에게 초첨을 맞췄다. 겉으로는 사회적 소외를 다루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청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소외를 이야기 한다.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 즉 선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제작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험하며 식상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잘못된 프레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깰 수 있도록,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유연하게 사고하도록 돕는다.

e야기라는 드라마 장르의 카테고리에서 시도했던 것들. 사소한 불합리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스프가 없네>와 6부작인 <거대 우주선 시대>는 동물들에게 인간을 떠나라고 경고하고, 인간에겐 스스로를 구하라고 전한다. 인간 몸 밖의 생물체는 이미 떠났고, 인간 몸 속의 미생물들이 인간을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선택에 인간의 목숨이 달려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모든 생명체와 함께 살아야만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메세지는 머지않은 미래의 우리 모습 같아 섬뜩하다.

마지막으로 구상은 했으나 만들지 못한 몇 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는 개그맨 김제동이야기, 용산 참사 현장 옥상에서 사고 전에 하트를 그리던 사람들, 쌍용 파업 현장의 동료들... 만들지 못하고 하차한 김진혁 피디의 못다한 이야기도 애잔하게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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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거 다 떠나서...김진혁 피디말예요.
참 잘났어~~
뉘집 아들인데 저렇게 배우 뺨치게 생겼는지....!

순오기 2010-07-14 02:15   좋아요 0 | URL
잘 났죠?ㅋㅋ
세상엔 잘난 사람도 참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