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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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니까 소설집으로 나올 수 있었겠다는 게 솔직한 내 감상이다. 게다가 사진을 곁들인 편집은 소설의 맥을 툭툭 끊어버리는 데 일조한다. 사진을 곁들이지 않았다면 더 얇았을 책이 사진 때문에 12,000원이란 꽤 높은 값이 매겨진 듯하다.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 그런지, 편집은 신선하지만 소설의 몰입엔 도움되지 않는다.  

타블로가 아니었다면 두달 만에 5쇄를 찍을만큼 수작이라고 평가되지는 않는다. 빛나는 문장에 감탄하기는 했지만, 영어를 우리말로 바꿨다는 이해를 갖고 읽어도 덜컥 걸리는 문장들이 있다. 어쩌면 다른 문화를 수용하기엔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단편적인 수기 같은, 10대 끄트머리와 20대 초반의 그를 이해하기엔 좋을 듯하다. 스텐포드 최우수 졸업이라는 그에게 거부감을 가질까봐 어리버리 설정인지 모르지만, 작품 속에선 어리버리가 아닌 똑똑한 타블로가 감지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우울한 청년의 그림자가 투영되었다면 적당한 표현이고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타블로 삶의 조각들과 만나는 기쁨을 준 작품, 첫번째로 실린 안단테는 꽤 인상적이었다. 음악가 아버지와 어머니에서 출생한 나. 천재적인 아들이 자랑스러웠던 어머니의 인테리어에 웃음이 나왔다.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는 가족, 아니 소통을 거부하는 가족들이 견뎌내는 시간이 꽤 무겁다. 질식할까봐 창문을 열어두거나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게 하는 나와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묻는 아버지의 질문이 소통의 길을 트는 듯. 짧은 챕터가 딱딱 끊어져 감질나지만 한줄로 꿰어지는 느낌은 좋았다. 

두번째 조각, 쉿! 아픈 엄마를 두고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상황, 숨막힐 듯한 침실에서 친구와 같이 하는 대마흡연은 결국 아픈 엄마의 도움을 받게 된다. 대마흡연 장면과 네번째 조각 '쥐'에서 잠간 나오는 섹스 장면은 중3인 내 아들이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누나는 먼저 읽었는데, 중3 아들은 그닥 끌리지 않는다며 안 읽어서 다행이라 생각된 투철한 엄마 마인드.^^ 중학생은 좀 빠른 것 같고 고3들이 수능 끝내고 보면 좋을 듯하다. 그래서 이웃의 예비대학생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쥐'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소설이었다. 엄청나게 큰 쥐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쥐를 퇴치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없는 상황이라 여배우 캐스팅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 강력한 쥐덫으로 반토막이 난 쥐를 보며, 타블로는 이 소설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오랜동안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똑똑한 타블로가 감지된 소설로, 쥐와 승리의 유리잔, 최후의 일격 세 편을 꼽는다. 소설적 구성이나 장치들이 꽤 돋보였던 작품이다.

천재적이라는 타블로가 쓴 소설이니까 호기심이 땡긴다면 한번은 볼만하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엄청 실망하거나 열광할 정도는 아니다.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우리 젊은이를 엿보는, 혹은 외국으로 자녀를 보냈을 때 벌어질 상황을 미리보기 하는 기분으로 예방주사 한 대 꾹 맞는다 생각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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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0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아니 그런 조각을 보셨단 말이죠? ^^ 제가 본 조각과 조금 다른 듯 하여.. 아.. 이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랬어요. 크크 다시 읽으면서 곰곰 생각해 봐야겠네요.

순오기 2009-01-07 22:33   좋아요 0 | URL
제가 엄마라서 젊은사람들이 보는 거랑 달라요.
우리 딸이 리뷰를 보고 그러더라고요, 확실히 엄마 마인드는 다르다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