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 -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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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2시, 어머니독서회 주관으로 '고재종시인 초청강연회'가 예정되었는데, 시인의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셔 한시간 반 전에 취소되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취소라니~ 황당했지만 졸지에 모친상을 당한 시인의 심정을 헤아리며 참여할 모든이에게 취소를 알렸다. 그간 행사에 쏟은 열정을 생각하면 허탈했지만 고스란이 남은 세 시간, 내 마음을 다스리며 조용히 책을 집어 들었다. 역시 이 책을 집어 든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 마음에 쿠션이 만들어져 어떤 자극에도 흥분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약발(?)이 며칠은 잘 들을거 같다.^^

'경청-마음을 얻는 지혜'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조신영씨의 책이다. 1997년 이분에게 DY(5차원)학습법을 배웠기 때문에 끌리기도 했고,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쿠션이라 명명한 것에 호감이 가 제법 비싼 가격인데도 구입해 버렸다. 양장본이라 책이 비싼 건지 널널한 편집에 칼라인쇄가 있어 비싼건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경청을 출판할 때의 순수성은 찾기 어렵다. 더구나 발행인이 하용조 목사로 두란노 서원에서 돈이 되겠다 싶으니까 손댔구나, 딱 그런 느낌이다. 하긴 50만부를 팔았다는 경청의 인지도만 갖고도 먹히겠다 싶었는데, 7월 초판에 벌써 9쇄를 찍었다. 출판사나 조신영씨도 이젠 돈방석에 앉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간 스쳤다. ^^

이 책이 과연 그렇게 가치있는 책일까 생각해보니 자기계발 도서지만 소설 같았던 전작, 경청과 비슷한 설정이라 참신한 맛은 없지만 나름대로 자기 역할은 하는 것 같다. 주인공으로 내세운 30대 직장인 '한바로'씨는 보편적인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는 캐릭터다. 외부의 자극이나 충격에 즉각, '바로바로' 반응하는 인물에서 마음의 쿠션을 가진 후 '올바로' 사는 인물로 탈바꿈한다. 졸지에 거부 할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수수께끼를 해결할 경쟁자로 나온 이복동생 '한위로'라는 인물도, 상승을 꿈꾸며 '위로' 향하는 인물에서 유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후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는 이름으로 바뀐다. 작가의 치밀한 계산으로 중의적 의미를 주제에 걸맞게 살려내었고, 5차원 학습법의 핵심과 성서적 가르침의 적절한 배치로 잘 차린 밥상을 받은 느낌이다. 독자는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유산상속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 R------ + A------ = ------ y 마음 쿠션의 비밀?(The Secret of Memtal Cushion)이 5차원학습의 결과인 Responsibility로 귀결되어갈 때는 특히나 잘 차려진 밥상이란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무덤에 써 있던 낱말(?^^)로 선택의 자유, 속박에서의 해방이란 뜻의 진정한 자유를 나타내는 것으로 살짝 반전을 맛보게 했다. 정해진 3주 동안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마음을 비우는 결말은, 부의 축적과 경제적 성공이 잣대가 되는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생의 운전대는 속도가 아닌 방향을 바로 하는 것이고, 마음의 쿠션을 키우기 위해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한다.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리고 짜증내고 화를 폭발시키던 한바로씨가 마음의 쿠션을 갖게 되면서 사람이 확 바뀌었다는 거, 우리도 마음의 쿠션을 갖게 되면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기에 삶에 적용하면 되겠다. 마음의 쿠션을 키우는 다섯 가지 결심은 이렇다.

고결함에 이르는 의식을 계발하라.
풍부한 독서와 묵상으로 영혼을 살찌우라.
날마다 겸손의 우물을 깊게 파라.
호흡을 느낄 때마다 마음 쿠션을 생각하라.
부정적인 말을 입밖에 내지 않기로 결심하라.

사람이 어떤 일에 있어 반응을 선택하는 건 자유의지다. 긍정의 반응과 부정의 반응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도 자기 몫이다. 그러나 마음 쿠션이 준비된 사람이라면 지옥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 쿠션을 확장시키기 위해선 물질계에서 사고계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사고계에서 물질계에 가치를 둔다면 마음 쿠션을 소멸하게 된다. 보이는 가치, 즉 물질의 가치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생의 방향타를 계속 바른쪽으로 돌리게 되면 마음의 쿠션이 자라 고결함에 이르고 그 결과로 사람의 언어가 바뀌게 된다는 걸 보면서, ㅅㅂ을 연발했던 유인촌씨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우리도 열받았을 때 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을테니, 마음의 쿠션을 키워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할 듯하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흥분하고 흔들린다면 아직도 내 마음이 얕기 때문이다.' 말에 공감한다. 또한 '아무도 논쟁이나 감정적 호소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변화의 문은 오직 내면에서만 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퍼거슨의 말을 기억해두고 싶다. 물질적인 쿠션이 우리 육체를 딱딱함에서 해방하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면, 영혼의 쿠션 역시 모든 불안정한 상황으로부터 우리를 평안함으로 감싸 안는다. 삶의 중심에 쿠션이 자리잡고 있는 사람은 불쾌한 상황이든, 두려운 상황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이나 사고를 즉흥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인간은 절망이나 희망을 선택할 자유를 가졌다. 이 자유의지로 마음의 쿠션을 만들어가는 것, 이 책이 주는 교훈이고 가르침이다.

이 책 속에 삽입된 이야기 하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일곱 살 아들이 사흘 밤낮을 아무 것도 먹지 않은채 엄마를 살려달라고 기도하다 쓰러졌다는 일화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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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0-28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밥상이라는 단어를 보고, 쿠션이 아닌- 쿠키를 떠올렸더래요. ㅋㅋ 다시 보니 쿠션이군요 -_-;; 요즘 밥상과 요리에 민감한지라 ㅋㅋㅋ

마음 속에 쿠션이 있다면, 상처도 쉽게 받지 않고 외부자극에도 둔감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쿠션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겠죠? 어쩌면 제가 쉽게 상처받고 쉽게 욱 했던 이유는 마음이 너무 얕기 때문이었나봐요. 근데 기질이었던 것도 같은데.. 음.. 어찌하면 쿠션을 만들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려워요. 음..

순오기 2008-10-28 08:14   좋아요 0 | URL
흐흐~ 새내기 주부의 관심이 밥상에 있는 건 당근이죠!^^
이런 책 읽으면 한 사흘은 약발이 들거든요~~~~ㅋㅋㅋ

뽀송이 2008-10-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흥분하고 흔들린다면 아직도 내 마음이 얕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가요? 저는 자주 이런데... 마음이 얕다 못해 땅속으로 들어가겠어요.ㅠ.ㅠ
그나저나... 이렇게 구구절절한 서평에 별은 왜? 4개인가요?? 갑자기 궁금.^^;;

순오기 2008-10-28 13:46   좋아요 0 | URL
흐흐~ 나도 이 나이돼도 아직도 흥분한다니까요. 우리 같이 땅속으로 들어갈까요?ㅋㅋㅋ
경청과 같은 스타일이라 참신함이 떨어지고 5차원의 진수를 아는 내겐 그닥 새로울게 없었거든요.^^ 하지만 마음의 쿠션을 키워야 한다는덴 동감하지요.

2008-10-28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8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