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버스를 타다 사계절 그림책
존 워드 그림, 윌리엄 밀러 글, 박찬석 옮김 / 사계절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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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촉발점이 된 '로사 팍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으로, 짙은 색상의 그림이 이야기의 묵직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1955년 12월의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짐 크로우'라는 흑인차별법이 존재할 때 이야기다. 미국 남부의 거의 모든 주에서 화장실, 병원, 음식점, 도서관 심지어 교회까지도 흑인과 백인이 다른 출입구를 사용하거나 흑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았다. 버스에서도 흑인과 백인의 자리가 구분되어 흑인은 앞자리에 앉을수가 없었다. 불과 50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이런 차별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있으며 어떤 면에선 더 심화된 것도 있다.

어린 시절 어떤 가치관을 가진 부모에게 양육되는 가는 중요한 문제다. 성장기의 환경 못지 않게 가치관이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로사 팍스'의 부모는 어려서부터 옳은 것을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셨다.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더라도 옳은 것을 지켜나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일깨워주셨다. 이런 환경과 가르침 속에 자란 로사는, 그 용기를 실천할 사건과 맞딱뜨린다.

흑인 소녀 사라는 뒷자리로 가라는 버스기사의 부당한 말에 저항한다. 자신은 그 자리에 앉을 권리가 있으며 뒷자리로 가지 않겠다고 맞선다. 버스 기사는 경찰관을 불러 사라를 넘긴다. 사라는 자신을 감옥으로 보낼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한다. 신문에 기사가 실리고 주변의 흑인들은 사라를 응원한다. 경찰서에서 사라를 데려 온 엄마는 다정하게 안아주며 다독인다.

"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넌 어떤 백인 못지 않게 착하고 특별한 아이란다."                      
"나는 왜 버스 앞자리에 타면 안 되나요?"    
"법이 그렇게 때문이야. 법이라고 다 좋은 아니지."         
"법은 절대 바뀌지 않나요?"               
"언젠가는 바뀌겠지."

다음 날, 사라와 엄마는 버스를 타지 않고 학교까지 걸었고 사람들도 사라를 따라 걸어간다. 많은 흑인들이 버스 승차거부에 동참하여 드디어 흑인차별법을 바꾸게 된다. 한 소녀의 용기있는 행동이 부당함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않던 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했으리라.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를 갖게 하는 것이나 주어진 평등한 권리를 찾는 것도 용기다.

이 사건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인권 운동가로 떠오르고 흑인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게 되었다. 먼저 흑인차별의 부당함을 승차거부로 저항했던 '클로데트 콜빈'은 '로사 팍스'의 친구였고, 로사는 콜빈의 용기에 자극받아 동참했다. 자세한 내용은 '세상을 바꾼 용기있는 아이들(제인 베델, 꼬마이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동화 읽는 모임의 11월 토론도서였던 이 책은, 엄마들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과연 나도 사라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그냥 순응했으면 시끄럽지 않았을 텐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딸의 행동을 감싸주며 용기를 줄 수 있었겠는가 자문했다. 남들도 다 참고 살으니까 너도 조용히 따르라고 했을거라는 부끄러운 고백도 나왔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부당함에 저항하며 용기 있게 주장하는 소수의 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귀찮아서, 혹은 그냥 좋은 게 좋은거니까'라고 넘어가는 사람이 되지 말고 옳은 가치관을 실천하는 자녀로 키우자며 마무리했다. 책을 읽고 토론할 때마다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책 속의 사라 엄마가 오늘은 더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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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린이와 함께 보는 인권 이야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1-15 02:45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모두가 보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알라딘에는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많아서 참 좋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매번 그림책을 보면서 감탄하는 건, 어려운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자칭 마니아가 되면서 주제별로 찾아 읽는 재미도 얻게 되었다.
 
 
프레이야 2007-11-0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참 좋더군요. 옳을 것을 주장할 수 있는 용기.
이걸 자꾸 잃어가는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것과 그 용기를 잃어가는 것이 동일한
의미가 되면 안 되는데, 생활에서 그러면 까칠할 사람이란 소리 듣게 되고 참..
아무튼 이 책, 3학년 아이들과 수업했는데 아이들도 재미있어 했어요.^^

순오기 2007-11-09 09:15   좋아요 0 | URL
ㅎㅎ~ 혜경님 말씀 동감... 옳은 것 주장하는 저도 까칠한 사람으로 낙인찍혔거든요. 이제는 둥글둥글 살아야지 하면서도...투철한 시민의식이 발동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