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지식노마드

2012.07.1

5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잔할까?

엘리엇 부 지음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때는 등가 중에서 고르지 않나? 자살과 커피나 한잔이 등가가 될 수 있을까?

자살이 너무도 가벼워 보인다. 커피는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제목이 뭐 저래? 하면서 펼친 책인데 알고 보니 알베르트 까뮈가 한 말을 엘리엇 부가 제목으로 인용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에 놓인 굵직한 삶의 주제 6가지를 저자는 인문학의 고전에서 인용한 글만으로 표현하였다.

<Money>, <Life>, <God>, <Art>, <Statecraft>, <Anxiety> 6가지 주제에 시대를 뛰어넘는 인문학자, 철학자, 아티스트, 경제학자 등의 말과 그들이 지은 책에서 글들을 수집하여 책을 만들었다.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글들을 같은 소재와 주제로 엮어 만든 그의 광적인 글 수집은 그의 비선형적 독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버트 프로스트와 인용글

고도 자본주의를 살기도 전인 100년전의 작가의 날카로운 혜안에 놀랄뿐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진과 글

다른 사람이 쓰고 말한 글과 글 사이에는 때로는 대립되고 충돌되며 별 상관이 없는 글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글들을 잘 배치하여 조화롭게 엮어낸다.

인용된 글들은 날실과 씨실을 엮어 만든 문양처럼 정교하며 조화롭다.

고전을 칭송하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드물다라고 말한 마크 트웨인 말처럼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란 책엔 들어만 보고 읽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고전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 고전의 어느 몇 페이지를 구성하는 한두 줄의 글귀들이 퍼즐의 조각처럼 나를 유혹한다. 저 글들은 어떤 의도로 쓰여진 글들일까?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본래의 어떤 의도에 의해 생성된 글들은 엘리엇 부의 배치와 조합에 따라 새로운 의미의 글들이 된다.

6개의 주제에는 Quote on Quote라는 소챕터가 있어 인용 글에 저자의 재미있고 독특한 생각을 집어 넣었다.

친구와 주고받는 대화처럼 때로는 날카롭게 비평하고, 칭찬하고, 냉소하며, 코웃음 치기고 한다.

지성과 권위를 빌기 위해 사용되는 경구와 인용 글들이 저자에 의해 지극히 인간적인 이 된다.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응대하는 저자의 인문학적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나만의 고유한 생각이란 게 가능할까? 나는 나도 모르게 누가 생각했던 생각을 인용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흘러도 저자들의 글들은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누군가한테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인문학의 이 바로 이런 것일까?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글들도 있고 어느 페이지 귀퉁이에서 독자가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 죽어있던 글들을 끄집어 내어 자신의 생각을 버물어 생명력을 불어넣은 글들은 재미있고 신선하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던 삶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파헤친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 원전을 알고 싶은 욕구가 샘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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